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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카메오와 피렌체
013 이탈리아인의 멋에 대한 의식 019 교통수단 안에서의 만남 025 아르노 강변 뒤편의 여치 030 토끼 스튜와 우푸파의 나날 035 뚱보 마리아 040 리스본의 이웃 046 나의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 051 연애는 살아가는 힘이다 055 아들의 친구 060 버스정류장의 여성 065 할머니의 비밀, 어머니의 사랑 070 안토니아와 마리아 076 브라질 이민자 082 뎃짱의 필통 088 스티븐과 멜라니 093 안토니오의 요새 099 하얀 비올라 105 드라기냥의 폴 삼촌 110 도로시의 이사 115 무함마드 씨와 델스 120 알레시오와 리 125 하루 씨의 엽서 130 파도바의 잡화점 135 코끼리 모양 재떨이 140 시칠리아인 일가 145 리스본의 학교와 구멍 난 양말 150 파도바의 집-후기를 대신하여 |
Mali Yamazaki ,ヤマザキ マ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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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로 이주한 표현자라는 말은, 그림이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고뇌해온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주름진 부부의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며, 지금은 힘들어도 그 너머가 있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 p.11 이제는 예전과 달리 장거리 비행기에는 좌석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화면이 달려 있고, 책이나 전자기기로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굳이 옆자리나 앞자리 사람과 말을 섞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완전한 우연 속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이라는 존재는, 낯선 땅으로의 여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관이나 삶의 방식을 바꿀지도 모르는 요소를 품은 미지의 장대한 세계 그 자체라는 사실을, 내 인생을 돌아보며 통감하게 된다. --- p.24 도로시는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며,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나의 결심을 칭찬했고, 섭섭하다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래도 이 아이에게는, 즐겁게 살아가는 긍정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지”하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약속대로, 도로시가 원하던 내 유화를 맡기고 떠나기로 했다. --- p.114 리는 예전에 내게 “알레시오와 함께하게 된 건 표현자로서 기분 좋은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너도 화가니까 알겠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아직도 여성이 남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풍조가 남아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탈리아는 그런 점에서 뒤처져 있거든”이라고도 했다. --- p.124 우리 자매가 밤에 둘이서만 목욕탕에 가거나 장을 보러 가는 모습을 본 단지 주민이 “유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하고 크게 꾸짖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때,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인 하루 씨는 어머니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어머니가 남편과 헤어지고도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원했던 것은, 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하루 씨를 진심으로 존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 p.126 지금도 새파란 하늘이 시야 끝까지 펼쳐진 여름 홋카이도의 길 위에서, 이와미자와를 향해 핸들을 잡은 어머니의 시선 앞에 어디까지 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신기루가 떠올라 있던 광경을 선명히 기억한다. 세상 사람들의 체면이나 상식 너머에,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 p.129 “아시다시피” 하고 말을 멈추더니, “미켈란젤로도 고대 로마 조각을 보고 다비드와 피에타를 만들었지요. 제 고향은 옛날 그리스의 식민지였으니, 어릴 적부터 출토되는 고대의 훌륭한 조각들을 얼마든지 봐왔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떨구며 “결국은 역사가 제 스승이었지요”라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 p.144 지금까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오며, 내 안에는 온갖 경험으로 수많은 문이 마련되어 왔다. 그 문 너머에는, 삶의 의미를 모색하며 때로는 환희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막막해하면서도, 그래도 하루하루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로 채색된 세계가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다. --- p.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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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품위는 소리 없이 존재한다 - 그것을 볼 줄 아는 시선에 대하여.
야마자키 마리의 에세이집 《문 너머의 세계》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떠오른 단어는 ‘시선’이다. 저자가 긴 세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은 그저 여행지의 풍경 속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그들을 바라볼 때,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시선, 겉모습이 아니라 삶의 결을 읽는 시각, 그리고 무엇보다 소박함 속의 당당함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 책에는 그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피렌체에서 고대 로마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켜 준 카메오 가게 주인, 고향을 떠나 홀로 살아가는 독일 여성, 네 번의 결혼을 한 사랑스러운 브라질 남성, 리스본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던 고집 세지만 마음씨 따뜻한 이웃, 시카고의 명문 사립학교에서 만난 아들의 수줍은 미국인 친구…. 야마자키는 이런 인연들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켰는지를 돌아보며 말한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완전히 우연히 만난 타인이라는 존재가 낯선 땅으로의 여행처럼, 우리의 인생관과 삶의 방식을 바꾸는 힘을 가진 거대한 미지의 세계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경계를 넘는 삶”에서 나오는 생생한 통찰 야마자키 마리는 일본에서만 살아본 작가가 아니다. 이탈리아, 시리아, 포르투갈, 미국 등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타문화 속에서 ‘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몸으로 이해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국경 바깥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온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글에는 문화적 충돌, 언어와 사고의 차이, 예상치 못한 ‘타인의 세계와 마주치는 순간’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독자는 그녀의 경험을 읽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는 ‘경계’는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 ‘경계 넘기’, ‘새로운 삶 찾기’ 등과 정확히 맞닿아 있어, 에세이를 넘어 생각을 여는 텍스트로서 매력이 크다. 야마자키 마리는 원래 ‘그림’으로 세계를 사유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평범한 일상 묘사도 한 컷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인물의 표정 하나, 도시의 색감, 풍경 속 움직임, 분위기를 가르는 공기의 결, 이 모든 것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잡아내면서도, ‘너무 진지하거나 무거운’ 길로 가지 않는다. 특유의 가벼운 유머, 풍자, 자기반성이 결합된 문장이 읽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문 너머의 세계”라는 상징 이 책의 제목인 “문 너머의 세계扉の向う側”에서 ‘문扉’은 저자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녀는 언제나 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가고, 때로는 돌아와 다시 문을 마주했다. 이 책에서 문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가는 입구이자 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작, 새로운 나를 향해 여는 심리적 통로이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나 체험담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어떤 문을 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텍스트다. 역사·문화·사회의 큰 흐름을 사유하는 저자의 지적 깊이가 그 질문에 힘을 더한다. 《문 너머의 세계》는 예술적 감각이 녹아 있는 사유의 기록이자, 세계 곳곳에서 살아온 한 인간의 진솔한 회고이기도 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의 기쁨’이 더 깊게 와닿는다.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 작가가 그려낸 건 결국 ‘사람’의 얼굴이었고, 이 책의 그림과 글 사이에 흐르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의 결’이기 때문이다. 28편의 에세이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방인으로서 살았던 시간 속에서 저자가 만난 이들의 작고 단단한 목소리가 잔잔히 들린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이들, 서로 달라서 부딪치고도 서로를 이해하려 애썼던 순간들, 그리고 매일의 일상에 깃든 삶의 품위. 야마자키 마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는다. 대신 정직하게 바라본 마음의 기록, 그리고 곁들인 그림이 보여주는 섬세한 온도로 독자를 초대한다.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겠다. 이 책이 이미 저 멀리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우리 가까이 데려다주기에. 소박함에 숨은 품위, 일상 속에 깃든 당당함. 그들의 삶이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