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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 현시원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 ∥ 한승혜 젠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거의 윤리 ·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 김은주 암컷들의 가장 강력한 힘에 대하여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 임소연 평등의 세대, 미완의 구조 위에서 · 『커리어 그리고 가정』 ∥ 전은지 2025 우주리뷰상 발표 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김선경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 『기억·서사』 ∥ 임은정 이마고문디 의문을 감히, 입 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현시원 리뷰 역사의 상상인가, 상상의 역사인가 ∥ 김보국 평등의 고고학 ·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 황희선 노예제를 해부하다 ·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 박종령 역사를 있게 하기 · 『그래픽 크리틱』 ∥ 김동신 고전의 강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 ·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 홍성욱 문학·에세이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 ∥ 문지혁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 ∥ 요조 지금 읽고 있습니다 신간 책꽂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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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통념부터 역사를 다루는 방식,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을 둘러싼 인식론에 이르기까지 비가시적인 층위를 포괄해 여성의 존재 방식을 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혼자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함께 논하기에도 시급하다. 특집 리뷰를 쓴 네 명의 필자들은 이런 시급함을 오래, 천천히 생각할 성찰의 계기로 만들어 준다.
--- p.2~3 현시원 「편집실에서」 책을 쓴 애나 펀더 역시 오웰의 오랜 팬이었다. 펀더는 오웰의 글을 읽으며 힘을 얻었고, 오웰을 사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듯한 남편과 자신의 관계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고 자 오웰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단지 이전에 오웰의 삶을 연구했던 다른 남성 작가들과 달리 펀더는 모른 채 지나치지 못했을 뿐이다. 오웰의 곁에 분명히 보이는 빈 구멍을.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보이는 한 존재를. --- p.24~25 한승혜,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사실상 젠더는 사회의 내면적 균열을 봉합하려는 상징적 희생양이 되는데 이제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로 둔갑한다. 경제적 불황, 생태 위기, 인구 이동, 불평등, 팬데믹 등 다양한 위기들이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기표에 결합하며 젠더는 사회적 불안을 대신 짊어진다. 경제 불황, 생태 파괴, 정치 부패 등을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의 결과로 해석함으로써, 이 해석 뒤에 놓인 위계질서 수호라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는 것이다. --- p.35 김은주 「젠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거의 윤리」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암컷들의 ‘암컷다움’이 순응부터 지배까지 상상 이상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생물학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암컷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수컷들도 갖지 못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314쪽)는 그 힘의 일부일 뿐이다. 개체에게 주어진, 종의 번식이라는 절대적인 생물학적 임무에서 암컷과 수컷의 역할은 대칭적이지 않다. --- p.45 임소연 「암컷들의 가장 강력한 힘에 대하여」 나는 이제 그 질문을 품은 채 일한다. 나의 연구와 나의 시간은 다음 집단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로 향하는가. 나의 집단이 이룰 평등은 더 많은 여성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닦아야 할 길은 제도의 바깥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새로운 시간을 설계하는 길이다. --- p.63 전은지 「평등의 세대, 미완의 구조 위에서」 이해는 판단이 아닌 공감을 낳고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만들어 낸다. 결국 비극을 막는 힘은 도덕이나 신념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닿으려는 감응에서 비롯한다. 완전이 아닌 이해를, 옳음이 아닌 관계를 택하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이어가야 할 새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p.103 김선경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조국을 물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경계의 위치에 섰던 사람들의 서사를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에 기대 난민적 관점을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가졌던 질문들은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서사’라는 답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 p.120 임은정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힐마는 누구일까? 그림을 보는 데 작가의 삶은 얼마나 중요한가.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난 여성 작가에게 있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은 남성 작가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미술 작가가 되는 일 자체가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작업을 만들었기에 ‘뒤늦게 발굴된 화가’ 이상으로, 20세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가? 혹자는 미술 사의 낡은 프레임으로는 이 작가를 말하는 것조차 부적합하다고 본다. --- p.131~132 현시원 「의문을 감히, 입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영적 깨달음이나 구원을 추구하지만, 그 길은 대개 파국이거나 자살을 하거나 사라지는 등 인식의 깊은 어둠에서 끝난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은 단순한 허무주의로 환원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그의 문학을 ‘엔트로피의 시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세계관이 지속적인 붕괴와 소멸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로베르트 무질 등 세계적인 문학의 전통과 깊게 호응하며, 동시에 중유럽의 역사적·문화적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 p.147 김보국 「역사의 상상인가, 상상의 역사인가」 저자들은 책 초반부에 이렇게 적었다. 평등을 ‘성취’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인 상을 바로 떠올리기 힘들다고. 불평등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신화가 그 이유의 일부다. 억압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상상력의 영토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타인의 욕망에 종속되기를 강요당한 사람들이 막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무엇에 ‘대항’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중요한 법이다. --- p.164 황희선 「평등의 고고학」 고전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며 번역은 고전을 박물관에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내는 신호탄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비판은 앞으로 노예제를 연구하는 데 유념하면 좋을 제언에 가까울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이 책을 들어 과거의 노예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안 염전의 강제 노동, 신장 위구르족 구금과 강제 노역 문제, 범세계적인 비정규직·플랫폼 노동 등 지금도 만연한 인간 지배와 착취의 현실을 함께 묻고 기록해 나가야 할 것이다. --- p.176 박종령 「노예제를 해부하다」 ‘텍스트 없음’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꾸준히 제기되어 온 화두다. ‘텍스트’ 자리를 비평, 역사, 담론, 이론, 연구, 필자 등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비평, 역사, 이론 등은 각각 개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개념인 만큼 이 모두를 텍스트라는 한 단어로 묶어 버리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이하 디자인계)에 몸담은 디자이너이자 한때 ‘텍스트 없음’에 동의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디자인계에 통용되는 ‘텍스트 없음’이라는 수사가 엄밀한 학적 개념이라기보다 디자인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느꼈던 어떤 불만족의 다양한 표현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썼다. --- p.179 김동신 「역사를 있게 하기」 2010년,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대표 학술지인 《Social Studies of Science》에 브뤼노 라투르의 도발적인 글 한 편이 실렸다. “철학자로 커밍아웃하기.” 당시 이 글을 진지하게 읽은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STS 학회 자리에서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 서는 철학자만 대접받잖아요. 그래서 라투르가 스스로 철학자라고 한 거겠죠.” 그 말에는 반쯤 농담과 반쯤 냉소가 섞여 있었다. --- p.197 홍성욱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 독서는 왜 어려운가? 실제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책임할 수 있으니 조금 더 이유를 들어 보자. 독서는 우리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과 관계된 일에 주저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가는 일은 우리 삶의 일부이자 전부다. 그것 없이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한번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이 세 가지를 반복해야 한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독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기절하거나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물론 입안에 가시가 돋을 리도 없다. --- p.226~227 문지혁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 얼마 전에는 책방 주인장들만 모인 단톡방에 이런 고민이 올라왔다. ‘여기는 어떤 책이 잘 나가요? 베스트셀러가 뭐예요?’라고 묻는 손님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한 분이 남긴 답변이 주목받았다. “지금 한 권 사주시면 그게 오늘의 베스트셀러입니다…….” --- p.234 요조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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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 알라딘 주최, 아모레퍼시픽재단 후원
‘제2회 우주리뷰상 발표’ 지워진 여성, 젠더, 여자다움, 돌봄을 키워드로 한 네 편의 서평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부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바꾼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까지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2025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이다. 편집위원 현시원은 “사회적 통념부터 역사를 다루는 방식,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을 둘러싼 인식론에 이르기까지 비가시적인 층위를 포괄해 여성의 존재 방식을 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페미니즘과 여성 문제를 다룬 서평을 종종 실어 왔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여성’을 특집 주제로 삼았다. 이에 이번 20호에서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방안을 제시하는 서평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가늠해 본다. 한승혜는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을 리뷰한다. 명료한 문체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전체주의를 비판한 영국의 소설가 겸 언론인인 조지 오웰의 아내이자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지워진 아일린 오쇼네시를 소개한다. 철학 연구자 김은주가 미국의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의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리뷰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젠더(gender)가 공격을 가하는 도구로 쓰이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과학기술자인 임소연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을 읽고, ‘여자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그는 지구상의 암컷 동물들을 예로 들며 여자―암컷만이 지닌 힘을 환영한다, 항공우주공학자인 전은지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통해 2025년 돌봄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살핀다. 세대별, 시대별 여성들이 겪은 진통을 따라가며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성별은 왜 정해져 있는지 파헤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알라딘과 함께 서평 공모전 ‘제2회 우주리뷰상’을 개최했다. 500편에 가까운 서평이 응모된 가운데, 최우수작 1편, 우수작 8편이 가려졌다. 심사경위·심사평·수상 소감과 더불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통해 미국 총기 난사 사건과 통제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를 엮은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와 『기억·서사』로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법을 고민한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리뷰 코너에서는, 헝가리어 번역의 권위자 김보국이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소개한다. 인류학자 황희선은 독창적 사상가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유작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를 읽고 인류의 진화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경제사학자 박종령은 노예제 연구의 선구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올랜도 패턴슨의 대표작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을 통해 노예의 정의를 재고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은 16년간 디자인 저술가로서 활동해 온 전가경의 역작 『그래픽 크리틱』을 읽고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를 전체적으로 그린다. 이 밖에도 이마고문디 코너에서는 편집위원 현시원이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이자 신비로운 비밀에 휩싸였던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전시를 리뷰한다. 편집위원 홍성욱은 고전의 강 코너에서 세계적인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최고 대작 『존재양식의 탐구』를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문학·에세이 코너에서는 소설가 문지혁의 책 읽지 않고 읽은 척하는 법과 책방 주인 요조의 책방 10주년 기념기를 유쾌하게 전한다. 2025 우주리뷰상 발표 당선작·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발표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공개 독서 문화 확산, 인문학적 지평 확대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 온 아모레퍼시픽재단과 인문·사회·과학·교양 독자들의 지식 보급 창구가 되어 온 알라딘과 함께 독서 및 서평 문화의 확산, 신진 서평가 발굴, 도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2024년 처음으로 시작한 ‘우주리뷰상’이 올해도 성황리에 성료했다. 7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약 세 달간 총 500여 편의 응모작이 접수되며 서평가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작은 한국 독서 문화의 저변을 보여 주듯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에 걸쳐 있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심사 끝에 최우수작 1편, 우수작 8편이 선정되었다. 당선자들은 대학생부터 번역 검수가, 고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점 또한 두드러졌다. 아홉 편의 수상작 중 최우수작과 우수작 한 편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이해는 판단이 아닌 공감을 낳고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만들어 낸다. 결국 비극을 막는 힘은 도덕이나 신념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닿으려는 감응에서 비롯한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선경의 「콜 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다룬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쓴 회고록을 통해 김선경은 수 클리볼드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악과 선을 나누는 기준, 통제와 이해라는 수단, 요즘 한국 젊은 엄마 등 20세기와 21세기, 미국과 한국을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조국을 물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경계의 위치에 섰던 사람들의 서사를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에 기대 난민적 관점을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임은정의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은 “트라우마와 스토리텔링의 본질에 대한 눈부신 통찰을 담은 최고의 안내서”라는 소개로 출간된 『기억·서사』를 서평 도서로 한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 등 사건을 겪지 않은 사람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일과 당사자가 사건을 말함으로써 오히려 힘이 약해지는 모순을 이야기한다. 일본인 저자가 팔레스타인을 구심점으로 서술하는 책이지만, 임은정은 영원히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어떻게 ‘난민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고민한다.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이번 호는 ‘여성’을 다룬다. 표지에 등장한 깃발의 보라색은 여성의 권리를 상징한다. 1900년대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부터 지금까지 보라색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운동을 상징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보라색 깃발과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라는 언어가 필요할까. 당연히 오늘 아침까지도 여성에 관한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변화를 일으킬 방안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시원, 「편집실에서」 중에서 “단지 이전에 오웰의 삶을 연구했던 다른 남성 작가들과 달리 펀더는 모른 채 지나치지 못했을 뿐이다. 오웰의 곁에 분명히 들어 있는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보이는 한 존재를.” 인문/사회 저자 한승혜는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에서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조지 오웰이 아내인 아일린을 어떻게 대했는지, 결혼과 여성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밝힌다. 똑똑하고, 용감하며, 자신감 넘치던 아일린이 여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과정을 들여다본다. 작가, 예술가들의 아내, 조력자 등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새로운 이야기의 면을 넓힌다.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기표에 결합하며 젠더는 사회적 불안을 대신 짊어진다. 경제 불황, 생태 파괴, 정치 부패 등을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의 결과로 해석함으로써, 이 해석 뒤에 놓인 위계질서 수호라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는 것이다.” 철학 연구자인 김은주는 주디스 버틀러가 쓴 세계적인 화제작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리뷰한다. 성별을 나누는 기준인 줄 알았던 젠더가 어떻게 공격의 무기가 되었는지, 일부의 사람들은 왜 젠더라는 것을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이야기한다. 서평을 통해 버틀러의 주장을 이해한다면,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314쪽)는 그 힘의 일부일 뿐이다. 개체에게 주어진, 종의 번식이라는 절대적인 생물학적 임무에서 암컷과 수컷의 역할은 대칭적이지 않다.” 과학기술자인 임소연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을 읽고 ‘여자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여자만이 말할 수 있고 보여 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자연에서의 암컷들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한다. 자연주의의 오류로 범벅이 된 관념을 깨부수며, 규범을 허물고 새로운 여성성에 깃발을 꽂는다. 번식과 생존, 결속과 정치를 중심으로 생물학적 암컷의 힘을 조명한다. “우리가 닦아야 할 길은 제도의 바깥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새로운 시간을 설계하는 길이다.” 항공우주공학자인 전은지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통해 세대별, 시대별로 여성이 가정생활과 커리어를 어떻게 병행했는지 주목한다. 여전히 돌봄의 의무를 지워야 하는 여성 직업인과 연구자들이 많다. 더 나은 사회적 환경, 평등의 시대, 돌봄 의무 해소를 위한 움직임을 촉구한다. 시대와 세대를 거치며 환경은 나아졌지만, 그 구조는 여전하기에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일을 재정의하자고 말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 코너에서는,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소개부터, 인류학자 황희선이 다룬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이 조명한 『그래픽 크리틱』, 경제사학자 박종령이 전하는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리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연구자들은 그의 문학을 ‘엔트로피의 시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세계관이 지속적인 붕괴와 소멸을 다루기 때문이다.” 헝가리어 번역의 권위자이자 헝가리 현지에서 노벨문학상 발표를 지켜 본 김보국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관과 작가론에 대하여 말한다. 긴 호흡, 추상적인 비유, 맥락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 상황 전개, 쉼 없이 이어지는 독백. 책은 샀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에게 김보국의 리뷰를 추천한다. 또한 좋은 작품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번역’이라는 장벽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가 되어 주기도 한다. “저자들은 책 초반부에 이렇게 적었다. 평등을 ‘성취’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인 상을 바로 떠올리기 힘들다고. 불평등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신화가 그 이유의 일부다.” 인류학자 황희선은 인류가 진화해 온 방식을 달리 본다. 새로운 관점인 불평등이 그것이다. 불평등이 심화한 이유에서 올라와 불평등이 생겨난 원인에 닿는다. 짧은 글 안에서 해법과 실마리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제안을 떠올리도록 촉구한다. 지금 우리의 사회 형태에 대한 담론부터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서평은 우리가 ‘인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고전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며 번역은 고전을 박물관에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내는 신호탄이다.” 경제사학자 박종령은 주인과 노예를 권력관계의 끝에 있는 존재로 본다. 한발 더 나아가 올랜도 패터슨의 인식적 한계, 사회 발전 단계에 따른 노예 양상, 선진 사회의 노예 비중 등을 예로 노예제를 훑는다. 노예제를 과거의 일만으로 여기지 않고, 강제 노역, 강제 노동, 비정규직 구조 등으로 문제 인식을 확장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다. “한때 ‘텍스트 없음’에 동의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디자인계에 통용되는 ‘텍스트 없음’이라는 수사가 엄밀한 학적 개념이라기보다 디자인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느꼈던 어떤 불만족의 다양한 표현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썼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은 저자가 담지 못한 아쉬운 지점, 넘쳐흐르게 담은 주장, 보완해야 할 시선 등을 말하며, 책의 빈 부분을 메꾼다. 한 권의 책을 따라가며 해설하는 서평이 아니다. 독자의 시선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책을 이야기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인 동시에 빈 부분을 알차게 메꾸는 서평이다. 이마고문디: 의문을 감히, 입 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힐마는 누구일까? 그림을 보는 데 작가의 삶은 얼마나 중요한가.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난 여성 작가에게 있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은 남성 작가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미술 작가가 되는 일 자체가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마고문디 코너에서는 편집위원 현시원(큐레이터 겸 미디어아트 교수)이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전시에 대하여 리뷰한다. 20세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힐마 아프 클린트를 파헤친다.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나 여성 작가로 살았던 힐마 아프 클린트가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소환되는 의미를 전한다. 더불어 양혜규, 김아영, 김수자 등의 한국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더한다. 전시와 연구, 관객의 호흡을 통해 지금 가장 중요한 논의를 제시한다. 고전의 강 ““철학자로 커밍아웃하기.” 당시 이 글을 진지하게 읽은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STS 학회 자리에서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 서는 철학자만 대접받잖아요. 그래서 라투르가 스스로 철학자라고 한 거겠죠.” 그 말에는 반쯤 농담과 반쯤 냉소가 섞여 있었다.” 고전의 강에는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의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가 실렸다.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에 대한 리뷰다. 홍성욱은 우리는 어떠한 대상을 만들고 그것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만든 대상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우리의, 인류의 삶을 바꾼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군사 드론,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떠올리면 어렴풋이 맥락이 잡힌다. 자연과 사회를 이분법으로 구별하는 이론처럼 보이지만, 추후 라투르는 다양한 실험의 결과를 통해 이 지점을 보완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다양한 소설과 작법서, 에세이 등으로 독자에게 친숙한 문지혁과 노래하고 글을 쓰는 책방 주인 요조의 에세이가 실렸다. 문지혁은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에서 “5,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상대적으로) 최신 발명품”인 책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는 법,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책을 이해하는 법 등 흥미로운 지점을 건드린다. 요조의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에서는 지난 10월 10일 책방의 10주년을 맞이한 기념기를 담았다. 다시 오늘과 내일을 준비하는 요조의 글에서는 어쩐지 운명이라는 단어를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