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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서울리뷰오브북스 (계간) : 20호 [2025]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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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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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실에서 ∥ 현시원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 ∥ 한승혜
젠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거의 윤리 ·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 김은주
암컷들의 가장 강력한 힘에 대하여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 임소연
평등의 세대, 미완의 구조 위에서 · 『커리어 그리고 가정』 ∥ 전은지

2025 우주리뷰상 발표
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김선경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 『기억·서사』 ∥ 임은정

이마고문디
의문을 감히, 입 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현시원

리뷰
역사의 상상인가, 상상의 역사인가 ∥ 김보국
평등의 고고학 ·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 황희선
노예제를 해부하다 ·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 박종령
역사를 있게 하기 · 『그래픽 크리틱』 ∥ 김동신

고전의 강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 ·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 홍성욱

문학·에세이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 ∥ 문지혁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 ∥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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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저자 소개15

서평가, 비평가, 칼럼니스트, 주부 그리고 5년차 폴댄서.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고 싶어 폴을 타기 시작했고, 3000시간 넘게 그 위에서 버텼다. 여전히 내 몸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지만 언젠가 가뿐하게 들어 올리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롤모델은 자기 무게의 60배까지 들어 올린다는 개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미문학과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 현재는 두 아이를 기르며 살림을 하고 글을 쓴다. 『봉 잡은 인생』,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다정한 무관심』,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등을 썼으며,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함께 썼다.

한승혜의 다른 상품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에서 「헤겔에서 인간존재의 자기실현과 노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여성주의와 긍정의 윤리학: 들뢰즈의 행동학을 기반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랜스포지션』(2011)을 공동 번역했고 『공간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이해』(2017)를 공동 저술했다. 「에토스로서의 윤리학과 정동」 「젠더 트러블을 넘어 되기로서의 젠더로」 「들뢰즈의 신체 개념과 브라이도티의 여성 주체」 「시각 기술의 권력과 ‘신체 없는 기관’으로서의 신체 이미지」 「‘여성혐오’ 이후의 여성주의의 주체화 전략: 혐오의 모방과 혼종적 주체성」 등의 논문을 썼다. 가장 큰 관심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에서 「헤겔에서 인간존재의 자기실현과 노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철학과에서 「여성주의와 긍정의 윤리학: 들뢰즈의 행동학을 기반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랜스포지션』(2011)을 공동 번역했고 『공간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이해』(2017)를 공동 저술했다. 「에토스로서의 윤리학과 정동」 「젠더 트러블을 넘어 되기로서의 젠더로」 「들뢰즈의 신체 개념과 브라이도티의 여성 주체」 「시각 기술의 권력과 ‘신체 없는 기관’으로서의 신체 이미지」 「‘여성혐오’ 이후의 여성주의의 주체화 전략: 혐오의 모방과 혼종적 주체성」 등의 논문을 썼다. 가장 큰 관심사는 윤리학이며, 지금은 포스트휴먼의 신체와 젠더의 관계를 공부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성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배우면서 살고 있다.

김은주의 다른 상품

과학기술학자. 동아대학교 융합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한다. 주요 관심사는 과학기술과 젠더, 기술과 정동, 인공지능 윤리 등이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과학기술 시대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등을 썼고, 『겸손한 목격자들』, 『우리 일의 미래』, 『과학과 가치』 등을 함께 썼다.

임소연의 다른 상품

본지 편집위원.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희박유동을 연구한다. 우주에서 움직이는 기체의 세계와 그 속의 물리적 질서에 관심이 있다. 과학이 인간의 삶과 만나는 지점을 글로 탐색하고자 한다. [한겨레]와 [내일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해 왔으며 지금도 과학과 인간의 이야기를 이어 쓰고 있다.
사랑과 관계의 구조,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려 오랜 시간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글을 써왔다. 심리학과 철학, 문학의 언어는 시선에 깊이를 더해 주었다. 깊이 감응하는 존재를 마주할 때, 사유와 무의식이 자연스레 흐르는 그 감각을 따라 글을 쓴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10년차 역사 교사. 43 사건과 재일조선인의 삶에 관심이 많아 관련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관심사와 대학원에서 했던 공부를 학교 수업으로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대안서사 연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큐레이터. 학부에서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7-6번지 한옥에 전시 공간 ‘시청각’을 개관 및 운영했다. 2020년 4월 오피스 형태의 전시 공간 ‘시청각 랩’을 열어 미술가 박미나의 드로잉 전, 미술가 김동희와 음악가 장영규의 2인전을 열었다. 『천수마트 2층』(국립극단, 2011),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박해천 · 윤원화 공동 기획, 일민미술관, 2014), 『스노우플레이크』(국제갤러리, 2017) 등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시청각 공동 디렉터로 전시와 출판 활
큐레이터. 학부에서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7-6번지 한옥에 전시 공간 ‘시청각’을 개관 및 운영했다. 2020년 4월 오피스 형태의 전시 공간 ‘시청각 랩’을 열어 미술가 박미나의 드로잉 전, 미술가 김동희와 음악가 장영규의 2인전을 열었다. 『천수마트 2층』(국립극단, 2011),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박해천 · 윤원화 공동 기획, 일민미술관, 2014), 『스노우플레이크』(국제갤러리, 2017) 등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시청각 공동 디렉터로 전시와 출판 활동을 병행해왔다. 2024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 예술감독이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와 전시 매체를 가르친다. 근래 관심사는 아시아의 미술 공간과 전시 도면이다.

현시원의 다른 상품

한국외대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와 헝가리 데브레첸 대학에서 수학했고, 헝가리 외트뵈시롤란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헝가리국립문서보관소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및 중·동유럽 한국학회 회장을 맡아 한국과 헝가리를 오가며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세렐렘》 《장미 박람회》 《도어》 《여행자와 달빛》 등을 한국어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채식주의자》 등을 헝가리어로 옮겼으며,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24년 헝가리 국가 최고 훈장 중 하나인 기사십자훈장을 수훈했다.

김보국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와 런던정경대학에서 생물학과 사회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토종 작물과 사람들이 맺는 다종적 역사와 관계를 주제로 박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3~2011년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동료들과 인문학 공부를 하며 강의를 했고, 2015년 이후로는 텃밭에서 씨앗받는 농사를 하고 화초를 기르면서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연구 주제와 활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 세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가능성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황희선의 다른 상품

경제사학자로서 제도에 관심을 두고 한국 경제사를 연구한다. 「한국 농지개혁에서 농지 분배 과정의 결정 요인」(2020), 「미아리 제조업의 재발견」(2024) 등의 논문을 집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판사 돌베개에서 디자인팀 팀장으로 일했고 2020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동신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저로 『하필 책이 좋아서』, 『Designed Matter』, 『작업의 방식』 등이 있다.

김동신의 다른 상품

물리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물리 공부는 안 하고 마르크스, J. D. 버날, T. S. 쿤의 저서를 잡다하게 읽다가 과학사를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과학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어떻게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왜 자연은 수학을 통해 이해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문제는 정책의 문제고 두 번째는 철학의 문제인데, 정작 정책과 철학은 입문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 흥미로운 문제를 좇아 공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과학사에서 기술사로, 과학기술사에서 Science, Technology and Soci
물리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물리 공부는 안 하고 마르크스, J. D. 버날, T. S. 쿤의 저서를 잡다하게 읽다가 과학사를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과학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어떻게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왜 자연은 수학을 통해 이해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문제는 정책의 문제고 두 번째는 철학의 문제인데, 정작 정책과 철학은 입문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 흥미로운 문제를 좇아 공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과학사에서 기술사로, 과학기술사에서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STS1)로, STS1에서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STS2)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인간 이후의 포스트휴먼과 휴머니즘 이후의 포스트휴머니즘에 매력을 느끼고 포스트휴먼 시대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조교수를 거쳐 종신교수가 되었고, 이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5년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과학기술학 연계전공]을 개설해서 첫 주임교수를 맡았고, 2022년 신설된 과학학과의 초대 학과장을 역임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과학커뮤니케이션”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논문과 책을 집필했다. 저서로는 『실험실의 진화』,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융합이란 무엇인가』, 『슈퍼휴머니티』, 『21세기 교양, 과학기술과 사회』 등이 있다. 함께 옮긴 책으로는 『판도라의 희망』, 『과학혁명의 구조』 등이 있다.

홍성욱의 다른 상품

소설가, 번역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소설집 『고잉 홈』,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사자와의 이틀 밤』, 작법 에세이 『소설 쓰고 앉아 있네』, 번역서 『동물 농장』,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이 있다. 문학과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문지혁의 보기드문책]을 운영 중이다.

문지혁의 다른 상품

Yozoh,신수진

뮤지션, 작가. 서울 신촌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발표한 음반으로 1집 <Traveler>, 2집 <나의 쓸모>, 단편영화로 만든 ep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를 비롯해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이름들> 등이 있다. 『오늘도, 무사』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아무튼, 떡볶이』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만지고 싶은 기분』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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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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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1년 3월 창간한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학,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공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아 함께 만든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1년 3월 창간한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학,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공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아 함께 만든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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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14g | 140*225*15mm
ISBN13
9791199403376

책 속으로

사회적 통념부터 역사를 다루는 방식,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을 둘러싼 인식론에 이르기까지 비가시적인 층위를 포괄해 여성의 존재 방식을 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혼자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함께 논하기에도 시급하다. 특집 리뷰를 쓴 네 명의 필자들은 이런 시급함을 오래, 천천히 생각할 성찰의 계기로 만들어 준다.
--- p.2~3 현시원 「편집실에서」

책을 쓴 애나 펀더 역시 오웰의 오랜 팬이었다. 펀더는 오웰의 글을 읽으며 힘을 얻었고, 오웰을 사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듯한 남편과 자신의 관계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고 자 오웰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단지 이전에 오웰의 삶을 연구했던 다른 남성 작가들과 달리 펀더는 모른 채 지나치지 못했을 뿐이다. 오웰의 곁에 분명히 보이는 빈 구멍을.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보이는 한 존재를.
--- p.24~25 한승혜,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사실상 젠더는 사회의 내면적 균열을 봉합하려는 상징적 희생양이 되는데 이제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로 둔갑한다. 경제적 불황, 생태 위기, 인구 이동, 불평등, 팬데믹 등 다양한 위기들이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기표에 결합하며 젠더는 사회적 불안을 대신 짊어진다. 경제 불황, 생태 파괴, 정치 부패 등을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의 결과로 해석함으로써, 이 해석 뒤에 놓인 위계질서 수호라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는 것이다.
--- p.35 김은주 「젠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거의 윤리」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암컷들의 ‘암컷다움’이 순응부터 지배까지 상상 이상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생물학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암컷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수컷들도 갖지 못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314쪽)는 그 힘의 일부일 뿐이다. 개체에게 주어진, 종의 번식이라는 절대적인 생물학적 임무에서 암컷과 수컷의 역할은 대칭적이지 않다.
--- p.45 임소연 「암컷들의 가장 강력한 힘에 대하여」

나는 이제 그 질문을 품은 채 일한다. 나의 연구와 나의 시간은 다음 집단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로 향하는가. 나의 집단이 이룰 평등은 더 많은 여성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닦아야 할 길은 제도의 바깥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새로운 시간을 설계하는 길이다.
--- p.63 전은지 「평등의 세대, 미완의 구조 위에서」

이해는 판단이 아닌 공감을 낳고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만들어 낸다. 결국 비극을 막는 힘은 도덕이나 신념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닿으려는 감응에서 비롯한다. 완전이 아닌 이해를, 옳음이 아닌 관계를 택하는 일은 어쩌면 우리가 이어가야 할 새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p.103 김선경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조국을 물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경계의 위치에 섰던 사람들의 서사를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에 기대 난민적 관점을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가졌던 질문들은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서사’라는 답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 p.120 임은정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힐마는 누구일까? 그림을 보는 데 작가의 삶은 얼마나 중요한가.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난 여성 작가에게 있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은 남성 작가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미술 작가가 되는 일 자체가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작업을 만들었기에 ‘뒤늦게 발굴된 화가’ 이상으로, 20세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가? 혹자는 미술 사의 낡은 프레임으로는 이 작가를 말하는 것조차 부적합하다고 본다.
--- p.131~132 현시원 「의문을 감히, 입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영적 깨달음이나 구원을 추구하지만, 그 길은 대개 파국이거나 자살을 하거나 사라지는 등 인식의 깊은 어둠에서 끝난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은 단순한 허무주의로 환원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그의 문학을 ‘엔트로피의 시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세계관이 지속적인 붕괴와 소멸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 사무엘 베케트, 로베르트 무질 등 세계적인 문학의 전통과 깊게 호응하며, 동시에 중유럽의 역사적·문화적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 p.147 김보국 「역사의 상상인가, 상상의 역사인가」

저자들은 책 초반부에 이렇게 적었다. 평등을 ‘성취’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인 상을 바로 떠올리기 힘들다고. 불평등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신화가 그 이유의 일부다. 억압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상상력의 영토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타인의 욕망에 종속되기를 강요당한 사람들이 막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무엇에 ‘대항’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중요한 법이다.
--- p.164 황희선 「평등의 고고학」

고전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며 번역은 고전을 박물관에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내는 신호탄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비판은 앞으로 노예제를 연구하는 데 유념하면 좋을 제언에 가까울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이 책을 들어 과거의 노예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안 염전의 강제 노동, 신장 위구르족 구금과 강제 노역 문제, 범세계적인 비정규직·플랫폼 노동 등 지금도 만연한 인간 지배와 착취의 현실을 함께 묻고 기록해 나가야 할 것이다.
--- p.176 박종령 「노예제를 해부하다」

‘텍스트 없음’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꾸준히 제기되어 온 화두다. ‘텍스트’ 자리를 비평, 역사, 담론, 이론, 연구, 필자 등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비평, 역사, 이론 등은 각각 개별적인 연구가 필요한 개념인 만큼 이 모두를 텍스트라는 한 단어로 묶어 버리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이하 디자인계)에 몸담은 디자이너이자 한때 ‘텍스트 없음’에 동의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디자인계에 통용되는 ‘텍스트 없음’이라는 수사가 엄밀한 학적 개념이라기보다 디자인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느꼈던 어떤 불만족의 다양한 표현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썼다.
--- p.179 김동신 「역사를 있게 하기」

2010년,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대표 학술지인 《Social Studies of Science》에 브뤼노 라투르의 도발적인 글 한 편이 실렸다. “철학자로 커밍아웃하기.” 당시 이 글을 진지하게 읽은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STS 학회 자리에서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 서는 철학자만 대접받잖아요. 그래서 라투르가 스스로 철학자라고 한 거겠죠.” 그 말에는 반쯤 농담과 반쯤 냉소가 섞여 있었다.
--- p.197 홍성욱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

독서는 왜 어려운가? 실제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책임할 수 있으니 조금 더 이유를 들어 보자. 독서는 우리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과 관계된 일에 주저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가는 일은 우리 삶의 일부이자 전부다. 그것 없이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한번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이 세 가지를 반복해야 한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독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기절하거나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물론 입안에 가시가 돋을 리도 없다.
--- p.226~227 문지혁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

얼마 전에는 책방 주인장들만 모인 단톡방에 이런 고민이 올라왔다. ‘여기는 어떤 책이 잘 나가요? 베스트셀러가 뭐예요?’라고 묻는 손님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한 분이 남긴 답변이 주목받았다. “지금 한 권 사주시면 그게 오늘의 베스트셀러입니다…….”

--- p.234 요조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

출판사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 알라딘 주최, 아모레퍼시픽재단 후원
‘제2회 우주리뷰상 발표’

지워진 여성, 젠더, 여자다움, 돌봄을 키워드로 한 네 편의 서평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부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바꾼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까지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2025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이다.

편집위원 현시원은 “사회적 통념부터 역사를 다루는 방식,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을 둘러싼 인식론에 이르기까지 비가시적인 층위를 포괄해 여성의 존재 방식을 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페미니즘과 여성 문제를 다룬 서평을 종종 실어 왔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여성’을 특집 주제로 삼았다. 이에 이번 20호에서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방안을 제시하는 서평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가늠해 본다.

한승혜는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을 리뷰한다. 명료한 문체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전체주의를 비판한 영국의 소설가 겸 언론인인 조지 오웰의 아내이자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지워진 아일린 오쇼네시를 소개한다. 철학 연구자 김은주가 미국의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의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리뷰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젠더(gender)가 공격을 가하는 도구로 쓰이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과학기술자인 임소연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을 읽고, ‘여자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그는 지구상의 암컷 동물들을 예로 들며 여자―암컷만이 지닌 힘을 환영한다, 항공우주공학자인 전은지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통해 2025년 돌봄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살핀다. 세대별, 시대별 여성들이 겪은 진통을 따라가며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성별은 왜 정해져 있는지 파헤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알라딘과 함께 서평 공모전 ‘제2회 우주리뷰상’을 개최했다. 500편에 가까운 서평이 응모된 가운데, 최우수작 1편, 우수작 8편이 가려졌다. 심사경위·심사평·수상 소감과 더불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통해 미국 총기 난사 사건과 통제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를 엮은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와 『기억·서사』로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법을 고민한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리뷰 코너에서는, 헝가리어 번역의 권위자 김보국이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소개한다. 인류학자 황희선은 독창적 사상가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유작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를 읽고 인류의 진화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경제사학자 박종령은 노예제 연구의 선구자이자 하버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올랜도 패턴슨의 대표작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을 통해 노예의 정의를 재고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은 16년간 디자인 저술가로서 활동해 온 전가경의 역작 『그래픽 크리틱』을 읽고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를 전체적으로 그린다. 이 밖에도 이마고문디 코너에서는 편집위원 현시원이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이자 신비로운 비밀에 휩싸였던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전시를 리뷰한다. 편집위원 홍성욱은 고전의 강 코너에서 세계적인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최고 대작 『존재양식의 탐구』를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문학·에세이 코너에서는 소설가 문지혁의 책 읽지 않고 읽은 척하는 법과 책방 주인 요조의 책방 10주년 기념기를 유쾌하게 전한다.

2025 우주리뷰상 발표

당선작·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발표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공개


독서 문화 확산, 인문학적 지평 확대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 온 아모레퍼시픽재단과 인문·사회·과학·교양 독자들의 지식 보급 창구가 되어 온 알라딘과 함께 독서 및 서평 문화의 확산, 신진 서평가 발굴, 도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2024년 처음으로 시작한 ‘우주리뷰상’이 올해도 성황리에 성료했다. 7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약 세 달간 총 500여 편의 응모작이 접수되며 서평가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작은 한국 독서 문화의 저변을 보여 주듯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에 걸쳐 있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심사 끝에 최우수작 1편, 우수작 8편이 선정되었다. 당선자들은 대학생부터 번역 검수가, 고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점 또한 두드러졌다. 아홉 편의 수상작 중 최우수작과 우수작 한 편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이해는 판단이 아닌 공감을 낳고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만들어 낸다. 결국 비극을 막는 힘은 도덕이나 신념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닿으려는 감응에서 비롯한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선경의 「콜 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다룬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쓴 회고록을 통해 김선경은 수 클리볼드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악과 선을 나누는 기준, 통제와 이해라는 수단, 요즘 한국 젊은 엄마 등 20세기와 21세기, 미국과 한국을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시한다.

“조국을 물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경계의 위치에 섰던 사람들의 서사를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에 기대 난민적 관점을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임은정의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은 “트라우마와 스토리텔링의 본질에 대한 눈부신 통찰을 담은 최고의 안내서”라는 소개로 출간된 『기억·서사』를 서평 도서로 한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 등 사건을 겪지 않은 사람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일과 당사자가 사건을 말함으로써 오히려 힘이 약해지는 모순을 이야기한다. 일본인 저자가 팔레스타인을 구심점으로 서술하는 책이지만, 임은정은 영원히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어떻게 ‘난민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고민한다.

특집 리뷰: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

“이번 호는 ‘여성’을 다룬다. 표지에 등장한 깃발의 보라색은 여성의 권리를 상징한다. 1900년대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부터 지금까지 보라색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운동을 상징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보라색 깃발과 ‘누가 여성을 두려워하랴’라는 언어가 필요할까. 당연히 오늘 아침까지도 여성에 관한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변화를 일으킬 방안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시원, 「편집실에서」 중에서

“단지 이전에 오웰의 삶을 연구했던 다른 남성 작가들과 달리 펀더는 모른 채 지나치지 못했을 뿐이다. 오웰의 곁에 분명히 들어 있는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보이는 한 존재를.” 인문/사회 저자 한승혜는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에서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조지 오웰이 아내인 아일린을 어떻게 대했는지, 결혼과 여성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밝힌다. 똑똑하고, 용감하며, 자신감 넘치던 아일린이 여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과정을 들여다본다. 작가, 예술가들의 아내, 조력자 등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새로운 이야기의 면을 넓힌다.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기표에 결합하며 젠더는 사회적 불안을 대신 짊어진다. 경제 불황, 생태 파괴, 정치 부패 등을 모두 젠더 이데올로기의 결과로 해석함으로써, 이 해석 뒤에 놓인 위계질서 수호라는 정치적 의도를 가리는 것이다.” 철학 연구자인 김은주는 주디스 버틀러가 쓴 세계적인 화제작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리뷰한다. 성별을 나누는 기준인 줄 알았던 젠더가 어떻게 공격의 무기가 되었는지, 일부의 사람들은 왜 젠더라는 것을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이야기한다. 서평을 통해 버틀러의 주장을 이해한다면,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314쪽)는 그 힘의 일부일 뿐이다. 개체에게 주어진, 종의 번식이라는 절대적인 생물학적 임무에서 암컷과 수컷의 역할은 대칭적이지 않다.” 과학기술자인 임소연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을 읽고 ‘여자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을 뒤집는다. 여자만이 말할 수 있고 보여 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자연에서의 암컷들은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한다. 자연주의의 오류로 범벅이 된 관념을 깨부수며, 규범을 허물고 새로운 여성성에 깃발을 꽂는다. 번식과 생존, 결속과 정치를 중심으로 생물학적 암컷의 힘을 조명한다.

“우리가 닦아야 할 길은 제도의 바깥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새로운 시간을 설계하는 길이다.” 항공우주공학자인 전은지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통해 세대별, 시대별로 여성이 가정생활과 커리어를 어떻게 병행했는지 주목한다. 여전히 돌봄의 의무를 지워야 하는 여성 직업인과 연구자들이 많다. 더 나은 사회적 환경, 평등의 시대, 돌봄 의무 해소를 위한 움직임을 촉구한다. 시대와 세대를 거치며 환경은 나아졌지만, 그 구조는 여전하기에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일을 재정의하자고 말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 코너에서는,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소개부터, 인류학자 황희선이 다룬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이 조명한 『그래픽 크리틱』, 경제사학자 박종령이 전하는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리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연구자들은 그의 문학을 ‘엔트로피의 시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세계관이 지속적인 붕괴와 소멸을 다루기 때문이다.” 헝가리어 번역의 권위자이자 헝가리 현지에서 노벨문학상 발표를 지켜 본 김보국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관과 작가론에 대하여 말한다. 긴 호흡, 추상적인 비유, 맥락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 상황 전개, 쉼 없이 이어지는 독백. 책은 샀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에게 김보국의 리뷰를 추천한다. 또한 좋은 작품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번역’이라는 장벽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가 되어 주기도 한다.

“저자들은 책 초반부에 이렇게 적었다. 평등을 ‘성취’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인 상을 바로 떠올리기 힘들다고. 불평등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신화가 그 이유의 일부다.” 인류학자 황희선은 인류가 진화해 온 방식을 달리 본다. 새로운 관점인 불평등이 그것이다. 불평등이 심화한 이유에서 올라와 불평등이 생겨난 원인에 닿는다. 짧은 글 안에서 해법과 실마리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제안을 떠올리도록 촉구한다. 지금 우리의 사회 형태에 대한 담론부터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서평은 우리가 ‘인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고전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주춧돌이며 번역은 고전을 박물관에 봉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내는 신호탄이다.” 경제사학자 박종령은 주인과 노예를 권력관계의 끝에 있는 존재로 본다. 한발 더 나아가 올랜도 패터슨의 인식적 한계, 사회 발전 단계에 따른 노예 양상, 선진 사회의 노예 비중 등을 예로 노예제를 훑는다. 노예제를 과거의 일만으로 여기지 않고, 강제 노역, 강제 노동, 비정규직 구조 등으로 문제 인식을 확장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다.

“한때 ‘텍스트 없음’에 동의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디자인계에 통용되는 ‘텍스트 없음’이라는 수사가 엄밀한 학적 개념이라기보다 디자인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느꼈던 어떤 불만족의 다양한 표현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썼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은 저자가 담지 못한 아쉬운 지점, 넘쳐흐르게 담은 주장, 보완해야 할 시선 등을 말하며, 책의 빈 부분을 메꾼다. 한 권의 책을 따라가며 해설하는 서평이 아니다. 독자의 시선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책을 이야기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인 동시에 빈 부분을 알차게 메꾸는 서평이다.

이마고문디: 의문을 감히, 입 밖으로 내며 그린 그림들

“힐마는 누구일까? 그림을 보는 데 작가의 삶은 얼마나 중요한가. 적어도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난 여성 작가에게 있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은 남성 작가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미술 작가가 되는 일 자체가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마고문디 코너에서는 편집위원 현시원(큐레이터 겸 미디어아트 교수)이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전시에 대하여 리뷰한다. 20세기 추상 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힐마 아프 클린트를 파헤친다. 20세기 중반 이전에 태어나 여성 작가로 살았던 힐마 아프 클린트가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소환되는 의미를 전한다. 더불어 양혜규, 김아영, 김수자 등의 한국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더한다. 전시와 연구, 관객의 호흡을 통해 지금 가장 중요한 논의를 제시한다.

고전의 강

““철학자로 커밍아웃하기.” 당시 이 글을 진지하게 읽은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STS 학회 자리에서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 서는 철학자만 대접받잖아요. 그래서 라투르가 스스로 철학자라고 한 거겠죠.” 그 말에는 반쯤 농담과 반쯤 냉소가 섞여 있었다.”

고전의 강에는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의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1): 전사(前史)」가 실렸다.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에 대한 리뷰다. 홍성욱은 우리는 어떠한 대상을 만들고 그것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만든 대상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우리의, 인류의 삶을 바꾼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군사 드론,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떠올리면 어렴풋이 맥락이 잡힌다. 자연과 사회를 이분법으로 구별하는 이론처럼 보이지만, 추후 라투르는 다양한 실험의 결과를 통해 이 지점을 보완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다양한 소설과 작법서, 에세이 등으로 독자에게 친숙한 문지혁과 노래하고 글을 쓰는 책방 주인 요조의 에세이가 실렸다.

문지혁은 「책에 관한 책에서 책에 관한 책 읽기」에서 “5,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상대적으로) 최신 발명품”인 책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은 척하는 법,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책을 이해하는 법 등 흥미로운 지점을 건드린다.

요조의 「책방 주인의 운명적인 10주년 기념기」에서는 지난 10월 10일 책방의 10주년을 맞이한 기념기를 담았다. 다시 오늘과 내일을 준비하는 요조의 글에서는 어쩐지 운명이라는 단어를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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