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Rainer Maria Rilke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다른 상품
송영택의 다른 상품
|
절망감에서 오는 노여움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떨리는 오른쪽 손으로 아무렇게나 점점 난폭하게, 그리고 맹목적으로 목재를 새겨 나갔다. 이제 그의 눈은 목조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못 박힌 듯이 바깥을, 빨갛게 타오르는 저녁 해를 보고 있었다. 그는 울부짖었다.
--- p.20 「모두를 하나로」 중에서 다시 한 번 낙하. 무서운 낙하. 이제는 아무런 생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 p.33 「집」 중에서 그는 서러운 목소리로 헨케에게 말한다기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소녀는 다른 바다의 다른 배를 보고 있어.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목소리가 그처럼…….” --- p.40 「목소리」 중에서 그들은 또다시 완전히 영락하고 말았다. 모든 의미에서 그들은 쓸모없는 자, 배신자, 배신당한 자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살아 나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래서 위를 향해서도 아래를 향해서도 경멸하는 생각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 p.41 「구름의 화가」 중에서 문득 그 무엇이 다가온다. 그것은 그가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유일한 것, 그에게만 속하는 것…… 그의 고독이다. --- p.46 「구름의 화가」 중에서 그는 그대로 자신의 정원에서 나와 밤의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한 사람의 패배자로서. 너무 일찍, 너무나 일찍 온 사람으로서. --- p.75 「묘지기」 중에서 그때 헬레나 파블로브나가 몸을 일으킨다. 벌떡, 조용히. 두 인간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두 사람의 왕이었다. 잠시 동안은 이곳이 예루살렘이나 갠지스 강변처럼 생각된다. 그리고 금빛 격자 뒤의 불길도 높이 타올라서 주위에 가득히 밝은 빛을 던진다. --- p.89 「대화」 중에서 헬레네는 그를 서럽고 절망적인 눈으로 한번 쳐다본다. 에른스트는 어깨를 약간 으쓱한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는 이것뿐이다. --- p.105 「어느 사랑 이야기」 중에서 그러나 인생은 역시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것도 나의 이야기에서 자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 p.164 「하느님의 손」 중에서 에발트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이 편지는 시급히 태워버려야 한다는 것을 뚜렷이 느낀다. 그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편지는 떨리는 작은 불꽃을 내뿜고 있을 뿐 좀처럼 타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 p.238 「에발트 트라기」 중에서 |
|
20세기 독일 문학의 대표 작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과 불안을 통로 삼아 인간의 내면세계를 파고들다 초기 릴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 단편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며, 섬세한 심리 묘사와 예리한 관찰력이 특히 높이 평가받는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이라는 두 상반된 정서를 하나로 엮었을 때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포착한 릴케의 초기 단편 13편을 모은 책이다. 모두 죽음, 고독, 사랑, 아름다움에 관한 신비적 상관성을 궁극까지 추구한 릴케 작품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이다. 그뿐 아니라 릴케의 유년 시절과 러시아 여행의 체험이 녹아 있는 자전적 단편을 통해서는 그의 삶과 작품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말테의 수기》 등 릴케의 대표 저작으로 이어지는 릴케 문학 고유성의 발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 〈모두를 하나로〉는 세속과 경건함 사이에서 고뇌하는 조각가의 이야기로, 삶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며 우연한 것을 필연적이고 영원한 것으로 변형시키고자 하는 한 예술가의 고민을 풀어낸다. 〈집〉은 어느 뛰어난 도안가가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겪는 기이한 체험을 담은 작품이다. 〈목소리〉와 〈구름의 화가〉는 일상에서 벗어난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자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며, 〈노인〉은 한 노인의 내면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아 들춰낸다. 〈새하얀 행복〉, 〈묘지기〉는 각각 새로운 어둠 속의 빛과 인물을 매개 삼아 일상과는 다른 뜻밖의 낯선 사건과 세계를 조우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대화〉는 두 주인공의 예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여준다. 그중 한 명은 신이 만든 세상을 뛰어넘는 예술을 주체적으로 창안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릴케의 예술관과도 닮아 있다. 〈어느 사랑 이야기〉는 가난한 사랑 앞에 놓인 연인을 통해 사랑과 결혼, 조건의 문제를 다루며, 〈죽음의 동화〉에는 러시아 여행에서 인식의 지평을 넓힌 릴케의 경험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에발트 트라기〉는 미래의 삶을 지향하는 청년 릴케의 꿈을 담은 자전적인 작품으로, 훗날 《말테의 수기》가 나온 배경을 넌지시 일러준다. 고독?불안?죽음?사랑?초월자 등의 테마를 향한 길고 긴 릴케 문학 여정의 출발점 제1차 세계대전 시대의 혼란한 세상 속에서 릴케는 인간 생존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여기서 벼려낸 섬세한 감수성으로 근대사회의 모순을 번뇌하고, 고독?불안?죽음?사랑?초월자 등의 테마에 관한 깊이 있는 작품을 썼다. 릴케는 이후 평생 이 주제에 대한 문학적 탐색을 이어갔는데, 이 책에 살린 작품들은 그 문학적 고민이 어떻게 처음 발아하고 영글기 시작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다. 릴케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진정한 예술의 초기 형태를 이 책의 작품들에서 엿봄으로써, 《말테의 수기》를 비롯한 그의 이후 주요 저작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도 가능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