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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나이듦
예술가의 노년, 그럼에도 늙지 않는 예술에 관해
이연식
마로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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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나이 든 예술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장 나이 들어 맞닥뜨린 혼란과 절망 편- 미켈란젤로
2장 외면받은 거장의 힘과 자존심 편- 렘브란트
3장 미래를 가리키는 거인 편- 터너
4장 과거를 거듭 정리하고픈 욕망 편- 드가
5장 기억에 의지한 분투 편- 모네
6장 질서와 분방함 사이에서 찾아낸 대답 편- 르누아르
7장 갈등을 이겨 내고 일군 위대한 종합 편- 칸딘스키
8장 번민의 롤러코스터 편- 폴록
9장 깊고 음울한 세계로의 탐험 편- 로스코
10장 게임을 이어 가는 마지막 수수께끼 편- 뒤샹
11장 예술가의 노년이 만들어 내는 여러 유형 편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LEE, Yeon-Sik,李連植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현재 미술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예술의 정형성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다양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양미술사』,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뒷모습』, 『드가』 등을 썼고, 『자포니슴』,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컬러 오브 아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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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48*210*20mm
ISBN13
9791198832313

책 속으로

노년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나이 든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세계는 노년과 삶에 대해 흥미로운 물음을 이끌어 낼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미켈란젤로가 삶을 끝마칠 때까지 붙들고 있었던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무척 이상한 작품이다. 성모는 예수를 제대로 부축하지도 못한다. 마치 죽지 않은 아들을 짐짓 죽은 것처럼 붙잡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미켈란젤로가 앞서 만들었던 노예들처럼 〈론다니니의 피에타〉도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다. 그가 말년에 작업했던 여러 작품처럼 이 작품도 미완성이다. 그래서 그가 작업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건가 하면, 적어도 이 작품은 달리 봐야 한다. 덜 깎아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깎아서 문제다.
--- 「1장 ‘나이 들어 맞닥뜨린 혼란과 절망 편」 중에서

터너는 고전적인 풍경화의 엄숙한 아름다움에서 시작하여 낭만주의의 격정을 거쳐 말년에는 미증유의 예술을 예고했던 예술가다. 영국에는 터너의 동료나 후계자가 없었다. 뒷날 프랑스의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터너를 재발견했다. 터너는 구체적인 사물에 매달리는 대신 빛과 대기를 회화의 방향으로서 보여 주었고, 회화를 이루는 형태와 색채의 근본적인 조건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추상미술을 예견했다. 당대의 유행 속에 안온하게 잠겨 인정받는 대신에 세계와 직접 대면하려 오래도록 노력했던 터너. 그는 노년에 주어진 자신감으로 더욱 새롭고 근원적인 예술을 탐구하여 뒤에 오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3장 ‘미래를 가리키는 거인 편’」 중에서

드가가 조각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흔히 설명한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어긋난다. 앞서 말했듯 드가는 애초부터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실험했다. 아무튼 나이가 들수록 ‘촉각적’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노년의 드가는 죽은 지인의 얼굴을 만지려 들기도 했다. 노년에 드가가 그린 그림 또한, 인물과 사물을 뚜렷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예술가 자신이 색을 만지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몇몇 나이 든 예술가들에게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측면이기도 하다. 바깥세상이 선명하게 와 닿지 않아서일까? 노인은 아기처럼 촉각에 집착한다.
--- 「4장 ‘과거를 거듭 정리하고픈 욕망 편」 중에서

결국 르누아르는 50대인 1890년대로 들어서면서 다시 자유롭고 화사한 그림으로 돌아왔다. 이럴 거면 왜 한 시기를 ‘낭비’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기가 없었다면 그의 그림은 일찍부터 걷잡을 수없이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예술가 자신은 이를 내다보았다. 좌시할 수 없었다. 흐름을 돌이켜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질서에 대한 욕구와 강박이 어느 정도 작업의 중심을 잡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 「6장 ‘질서와 분방함 사이에서 찾아낸 대답 편’」 중에서

폴록에게서 노년의 특성을 읽어 내는 건 가당치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이가 겨우 44세였다. 내리막이 너무 급경사였고, 절정 속에서 파멸이 내비쳤다. 달리 말하자면 절정과 파멸이 바짝 붙어 있었다. 어디까지나 바깥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고통 속의 당사자에게 시간은 영겁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폴록은 예술가가 자신의 스타일을 전개하는 과정의 어떤 말기적인 양상을 보여 준다.
- 8장 ‘번민의 롤러코스터 편」 중에서

로스코는 자신의 명성에 대해 묘한 태도를 취했다. 복잡하고 불편한 감정이었다. 명성과 관심을 갈구 하면서도 그걸 내치려 했다. 로스코는 줄곧 스스로가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인간이라고 여겼다. 체제는 억압적이고 대중은 무지하고 기성 문화는 진부하다는 생각으로 젊은 시절을 버텨 왔다. 그런데 이제 체제가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점이 불편했다. 여기서 예술가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예술가는 짐짓 초연한 척한다. 하지만 실은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징표에, 그러니까 지위와 명성에 몹시 예민하다.
--- 「9장 ‘깊고 음울한 세계로의 탐험 편’」 중에서

예술과 고통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예술은 고통을 덜어 줄까? 오히려 새로운 고통을 낳는 건 아닐까? 육체가 맞닥뜨린 한계를 절감하며 캔버스 앞에 앉은 나이 든 예술가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예술을 추구했던 예술가의 위대한 투쟁. 이런 표현은 예술가의 삶이 숭고한 가치, 강렬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예술가를 뒷바라지하는 주변 사람들, 가족은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일상의 루틴이었다.

--- 「11장 ‘예술가의 노년이 만들어 내는 여러 유형 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예술보다 다채로웠던 예술가들의 노년

왜 예술가들은 예술의 절정기에서 멈추지 못할까? 어린 시절, 연대순으로 정리된 예술가들의 작품집을 본 저자는 궁금했다. 아직 자신의 스타일을 정립하지 못한 초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르면 절정을 맞이한다. 스타일이 만개하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거둔다. 여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한다. 점점 괴상한 작품들을 남기고 만다. 미켈란젤로가 고작 스물셋에 완성한 〈바티칸의 피에타〉는 조각의 종착역으로 여겨진다. 성모의 옷 주름 하나까지 섬세하게 재현해 냈지만 말년에 예술가는 세부가 뭉개져 버린 작품을 여럿 남겼다. 영국 왕립아카데미의 존경받는 회원이었던 터너는 미완성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연달아 내보이면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렘브란트가 네덜란드 시민의 취향을 조금만 더 고려했더라면 말년이 평안했을 테고 가족에게도 적잖은 재산을 물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유년의 궁금증에 답을 해 주는 이는 중년이 된 저자다. 그는 노년이 되면 온후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거라고 여기기 쉽지만 예술가들은 오히려 곧잘 궤도에서 이탈했고, 그 양상도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예술의 나이듦』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잘 보여 준다. 이들의 행보는 자신의 예술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무엇보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에게 인생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 책을 두 번, 세 번 탐독하게 되는 이유다.

◆ 예술은 노년의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방법

예술가들이 노년에 새로이 추구했던 목표는 그들의 위상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기 집착했다.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 저항할 수 없이 사로잡힌 것일 수도. 작품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예술가들에게 노년은 육체적 쇠락만을 뜻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했던 미켈란젤로에게는 늘 자신은 신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자부심이 존재했다. 그러나 노년에 이 믿음이 흔들리고 만다. 완벽한 형상을 찾을 때까지 돌을 깎아 왔지만 그걸 찾지 못하자 뭉툭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끝내 혼란까지 끌어안았다. 대중의 취향과는 어긋났지만 렘브란트가 노년에 그린 자화상에는 운명을 받아들이다 못해 초월한 인간이 보인다. 이 복잡하고 오묘한 얼굴이 없었다면 그가 오늘날까지 기억될 수 있었을까? 고전적인 풍경화에서 시작하여 낭만주의의 격정을 거쳐 말년에는 미증유의 예술을 예고했던 터너. 영국에서는 이해받지 못했지만 프랑스 예술가들에 의해 재발견됨으로써 만년의 탐구가 빛을 발했다.

예술과 노년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예술은 축적된 문화의 관례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적 활동이다. 이런 점 때문에 예술은 노년과 연결된다. 노년은 저마다 이어 온 관례와 쌓아 온 경험이 마침내 답을 하는 시기다(「들어가며」 중에서)”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예술의 나이듦』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여러 물음, 궁극적으로는 삶의 다채로움이 담겨 있다. 무엇을 택할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나이 들수록 더욱 의욕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 주는 호크니의“나는 늙지 않았어요. 그냥 나이가 들었을 뿐이에요”라는 말이 특히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을 읽고 나면 예술가들이 만년에 그렸던 괴상한 작품들이 다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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