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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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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아르바이트를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 일은 좀 무서웠다. 어쩌면 이번 일자리가 하필 종합병원 매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9 나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창문에서 물러난 후 고개를 까딱 숙여서 인사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살짝 가르마를 타서 펌한 귀여운 헤어스타일에 길에서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친다면 상당히 설렜을 법한 외모였다. 하지만 나희는 다른 의미에서 그의 얼굴을 기억했다. 이미 일주일째 같은 시간에 똑같은 모습으로 매점 창문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pp.14~15 어두운 하늘 아래 미용실 사장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희고 둥근 달이 떠서 그녀의 단발머리를 비추었다. 나희에게 등만 보이는 상대는 검은 정장을 입고 흰 장갑을 낀 여성이었다. 그녀는 미용실 사장에게 정중하게 한쪽 방향을 손으로 안내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쪽입니다.” ---p.40 “주말에 가을식당 나랑 가자, 아빠. 내가 살게.” “그래, 그러자.” “거기 가면 엄마가 잘 먹던 반찬 가르쳐 줘. 내가 사장님한테 잘 말해서 레시피 배워 올게.” 아빠는 대답 없이 빙그레 웃었다. 아마 반찬 레시피 정도는 아빠가 모두 알 것이다. 아빠는 오래 분식집 사장님으로 살아서 음식 솜씨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냉장고 속에 있는 반찬 중 엄마가 좋아하던 것이 대다수일 게 분명했다. ---p.95 삶만큼 죽음도 모두에게 고유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다르듯 죽음 이후도 달랐다. “대체로는 죽은 사람이 미련이 있거나, 반대로 산 사람이 미련을 가지고 붙잡고 있거나 뭐 그런 경우지. 미련이라는 게 원한일 때도 있고 후회일 때도 있고.” ---p.103 희진이는 여전히 바다를 보고 싶어 할까? 수영이 아는 희진이라면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건강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동해는 둘의 추억이 깊이 깃든 곳이었다. 만약 희진의 입장이라면 죽은 뒤에라도 가장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이 어디일지 수영은 그제야 확신했다. _195~196쪽 그는 기억이 뚝뚝 끊어지고 논리적인 생각도 사라져 아주 오래 검은 어둠 속에 묻히기도 했지만, 때때로 그림자를 헤어 나와 매점에 와서 정나희를 보면 머릿속이 명료해졌다. 그가 나타나는 곳은 대체로 의지와 상관없었는데도 정신을 차리면 매점 앞에 자주 와 있어서 고마웠다. 정나희는 갓 스물이라 했고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기억이 사라진 이후 ‘기분이 좋다’라는 감각을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p.211 새벽 두 시, 할머니가 다시 나타났다. 나희는 가만히 있다가 어쩐지 억울해져서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할머니, 사장님이 화나신 거 같아요.” 당연히 할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할머니가 준 쪽지 때문인 거 같아요. 제가 안 보여드리고 그냥 모아만 놨거든요. 근데 그 쪽지 보고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겠어요.” ---p.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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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한 순간, 마음이 먼저 울어버리는 이야기!
삶과 죽음이 매일 마주치는 종합병원의 밤, 매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남겨진 엉뚱한 주문들이 뜻밖의 달콤한 온기로 하나둘 쌓여간다! 건조한 일상의 틈새를 채우는 온기와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힐링과 서스펜스의 묘미를 모두 선보이는 조현선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이 출간된다. 누군가는 분초를 다투며 뛰고, 다른 누군가는 쉽게 잠들지 못해 밤을 지새우는 곳. 울음이 멈춘 뒤에도 불은 꺼지지 않고, 각자의 이유로 자리를 지키며 삶과 죽음의 운명을 기다리는 공간. 바로 그 병원 한복판, 1층 매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서늘한 경계에서 뜻밖의 유쾌함과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고 싶어 병원 매점의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스무 살의 나희는, 늦은 밤 매점을 찾는 손님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차린다. 매점에는 없는 물건을 찾고 생뚱맞은 부탁까지 하는 손님들을 거절하지 못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동안, 이 모든 것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 손님들의 마지막 염원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해 질 녘부터 종합병원 매점을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회한다. 반려묘를 가게에 홀로 남기고 온 미용실 아주머니, 치매에 걸린 아내를 혼자 돌보는 공장 사장님, 기댈 곳 없이 혼자 세상에 부딪히며 고립되어 가는 고등학생, 온갖 의료 기구에 연결되어 편치 않아 보이는 무서운 할머니, 그리고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 거라 했지만 서른까지도 살아낸 희귀병 환자가 그들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희는 계속해서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돌보고 마음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임무들이 손님들의 떠나야 할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 설정 위에 애도와 돌봄, 회복과 성장의 과정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인물들 사이의 오해와 경계를 풀고,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일은 곧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비로소 살아갈 이유와 방향을 발견한다. 이렇게 마지막을 돌아보는 이야기이자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건넨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는 누군가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