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에필로그1 에필로그2 번외 |
이채영의 다른 상품
|
공항을 빠져나온 이나를 남자들이 힐끗 쳐다보았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작은 얼굴,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다리가 마치 모델 같았다. 그러나 신경이 무딘 이나는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빴다.
“누군가 나와 있는다고 했는데…….” 오래 둘러볼 것도 없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 틈에 머리 하나 더 있는 남자는 금세 눈에 띄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걸어 나온 이나가 남자 앞에 섰다. “안녕!” 이나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상큼하게 손을 흔들자, 남자의 입술에 삐딱한 미소가 걸렸다. “안녕 같은 소리 한다.” “그런 식으로 말할래? 4년 만에 보는 누나한테.” 이나가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왜 4년 만에, 하필이면 오늘 오냐고.” 설준은 삐딱한 자세로 반문했다. 가족 모두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나의 마중을 설준에게 맡겼다. 설준은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가족 모두가 ‘게임 대회에 참석해야 한다!’라는 막내의 말 같지도 않은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설준의 직업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에서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영향력을 가진 첫째 형 공헌이 째진 눈을 치켜 올리며 ‘오늘 이나 마중 나가지 않으면 네 방은 폐쇄다.’라는 엄포를 내렸다. 방을 폐쇄한다는 말은 그 방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게임을 영영 못 쓰게 만들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 말에 설준은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다. 1년간 기다려 온 게임 대회에 참석하고 방이 폐쇄되는 것을 지켜보느냐, 이나의 마중을 나가고 방을 지키느냐. 결국 한 시간 동안 치열하게 이어진 고민 끝에 설준은 눈물을 머금고서 이나를 데리러 공항에 나왔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잔뜩 구겨진 채로 설준이 이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어떻게 해? 티켓팅을 오늘 한 걸. 나도 네가 나올 줄 몰랐어.” 이나는 어쩔 수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나 말고 누나를 데리러 나올 사람이 또 있냐?” 설준이 물었다. 부모님과 장남인 공헌은 의사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