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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종이로 된 문 보통은 문외한 인생이라는 책장 할머니의 쌈짓돈 알파카? 유레카! 길을 안내하는 사람 만화책의 비밀 작지만 사소하지 않은 은빛 종이책 수호자 분실물 도서 실종 사건 샤프펜슬 골라주는 아빠 문구는 위험해 시험해방소년단 단골 메뉴는 라테 시험지에 비라도 내린 걸까 흐름에 맡길 뿐 다 너 때문이야 단돈 천 원짜리 인연 서점을 읽다 서점의 특선 메뉴, 큐레이션 바코드의 비밀 서점의 문턱 서가에도 프라이드가 있지 오후 세 시, 그림책을 읽어요 말은 하나 글은 두 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만하면 덕후라고 할만하지 같은 책을 같은 자리에 여덟 번쯤 꽂으면 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한 권 서점 밖 책방 함께 읽기의 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가정식 백반 아니고 책방 꿈을 실천하는 삶 그림책은 그림책 손 글씨 수행자의 루틴 금사빠 북클럽 그녀들의 환대 소년 시인과 소녀 화가 무늬와 향기 이야기를 잇는 사람 보이지 않는 작은 일 원서로 읽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니 책방 가는 날 책 한 권이 오는 일 닫는 글 그래, 거기 책이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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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팔고 사고의 문제를 떠나서 서점에 직접 찾아오는 이들은 각각 나름의 까닭과 바람이 있을 것이다. 책 사는 것이야 온라인이 더 빠르고 가격도 더 저렴할 테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낯선 이들과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습으로 한곳에 머물면서 무의식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감대가 흐르는,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 p.11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에 손님들이 읽다가 쌓아놓고 간 책 무더기를 정리하는 일이다. 곳곳에 쌓여있는 책들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그렇게 책들을 옮기다 보면 어느 날에는 누군가가 다이어트를, 다른 누군가는 당뇨병을, 가장 흔하게는 주식과 부동산을, 또 다른 날의 누군가는 문해력을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가 고민한 자리를 정돈하고 있으면 종종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수많은 걱정 사이에서 느끼는 군중 속 고독이다. --- p.27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건넨 천 원이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정말로 괜찮았다. 대신에 이 학생이 오늘의 순간처럼 나중에라도 다른 곳에서 오늘과 닮은 어떤 순간을 마주쳤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기억을 떠올렸으면, 그리고 누군가를 구하는 작은 손길을 내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돌려주지 않고 그냥 잊어버렸어도 아무도 몰랐을 단돈 천 원인데, 늦지 않게 꼭 다시 찾아온 학생을 보니 왠지 충분히 그럴 것만 같다. --- p.100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어쩌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큐레이션보다 더 좋아하고 나를 더욱 충만하게 하는 건 결국, 책으로 연결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이다. 내가 진정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쓰인 띠를 어깨에 두르고서라도 서가 주변과 손님들 사이를 거니는 일이었다. --- p.106 「서점을 읽다」 중에서 그렇다고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그냥 인터넷으로 필요한 책만 주문하고 서점도 팔리는 책만 들여놓는다면 너무나 삭막한 종이의 숲이 되지 않을까. 책도 결국 나무에서 온 셈이니 서점은 책으로 울창한 숲이 된다. 거닐면서 길을 찾기도 하고 꿈을 줍기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숲 말이다. 이 숲이든 저 숲이든 숲이 줄어들고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 p.135 「서점을 읽다」 중에서 가깝고 낮은 매대에 한 번 누워 볼 겨를도 없이 멀고 먼 높은 서가 구석에 꽂히는 책들이 훨씬 많다. 그중에서 내가 아는, 나만 아는 괜찮은 작가의 책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럼 나는 또 그 책을 잠시 쓰다듬고 한참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는다. 보는 눈이 있는 독자를 만나서 꼭 읽히기를, 꼭 팔려서 서가를 탈출하기를 바라면서. --- p.145 「서점을 읽다」 중에서 서점에서 일하면서 생긴 가장 좋은 취미는 책방 답사를 다니는 일이다.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동네 책방을 찾아다닌다. 처음 가본 낯선 곳이라도 꼭 가보고 싶은,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 p.157 「서점 밖 책방」 중에서 힘들 때 들를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까닭이 되어 준다. 머리를 감지 않고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슬리퍼를 끌고서 갈 수 있는 곳. 한 권의 책과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책방이 우리 집 앞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 p.190 「서점 밖 책방」 중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시간을 내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서점에 일하는 나는 읽는 사람들을 ‘잇는’ 사람이다. 그 소중한 관심을 적절한 책과 이어주는 사람 말이다. 스스로 명명한 이 역할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 p.198 「서점 밖 책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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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떤 물건이든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배달되는 시대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서점을 오전에 이용하면 심지어 당일에 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서점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걸까. 독서 인구가 줄어든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이제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놀랍게도 작은 동네 책방은 예전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책을 사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점점 사라지는데 책방은 되레 늘어나다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리둥절한 현상 뒤에는 여전히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에서 각자 나름의 까닭으로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가 굳이 서점으로 발걸음한다면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점이 변함없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먼저 꼬박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들러 시집을 찾으시는 어르신이 있다. 작가는 이 손님을 혼자 몰래 ‘시인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언제나 시집만 찾으시는 어르신을 볼 때면 그가 좋아하는 시집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혹시나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꼴이 될까 봐 꾹 참는다. 자기가 보는 책은 직원보다 자리를 더 잘 알고 있어서 다른 서가에 있던 《에그박사의 채집 일기》 2권을 제자리에 꽂도록 상기시켜 주거나, 컴퓨터로 책을 검색하는 것부터 엄마 이름으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야무진 어린이 손님도 있다. 또 아이가 원하는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다 주고 싶은 엄마 손님과 누구보다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어르신 손님도 있다. 작가는 서점원의 역할을 책과 사람을 ‘잇는’ 존재라고 칭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명을 귀하고 소중하게 이어간다. 비록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전달되리라 믿으며, 그리고 꾸준히 그 믿음을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그 따스함이 여기저기 널리 퍼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매일매일 책을 꽂는다. 아는 사람만 아는 서점 속 서점 이야기 ‘서점을 읽다’에서는 서점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손님들은 잘 모르는 서점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막연하게 서점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해 보면 차분하게 책을 정리하거나 손님들이 살 책을 계산하는 정도만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서점 안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진다. 먼저 책이 입고되면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어 어느 서가에 배치할지 자리를 정한다. 자리가 정해지면 서가에 책을 꽂고 그 책이 팔리면 다시 채워 넣는다. 문제는 매일 입고되는 책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하루에도 몇 박스의 책을 새로 등록하고 꽂는다. 여기에 손님들이 찾는 책을 찾거나, 어질러진 서가를 정리하는 일도 틈틈이 한다. 창고를 오가며 책을 이리저리 옮기는 일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서가를 정비하는 일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서가를 어떤 책으로 어떻게 배치하는 가는 그 서점이 어떤 서점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그러니 절대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작가는 단행본을 취급하는 서점에 없어서는 안 될 《월든》의 자리를 사수하고, 《토지》와 《아리랑》, 《태백산맥》을 더 잘 보이는 자리로 옮기며, 아니 에르노의 책들을 손님이 찾기 쉽도록 한데 모은다. 작가의 최애인 《빨간 머리 앤》 서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들러서 앤이 다른 소녀의 친구가 되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큐레이션도 준비한다. 서점원들은 그때그때 계절과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 비치해 손님이 자기에게 적합한 책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작가는 모든 서점 업무가 끝난 밤, 홀로 서점에 남아 적절한 책을 고르고 손님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문장을 지으며 행복을 느낀다. 결국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하나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그 속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많은 이들의 고충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여정을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나에게 꼭 맞는 책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세상 모든 책방에 온기를 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서점 밖 책방’에서는 작가가 사랑하는 책방과 책,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 관해 말한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자 동시에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으레 그러하듯 작가에게는 유난히 아끼고 좋아하는 동네 책방이 있다. 사랑하는 글벗이 운영하는 ‘돌멩이수프’다. 작가는 이곳에서 책으로 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을 갖는다. 이른바 슬로우 리딩 독서 모임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함께 읽는 것은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혼자 읽으면 더 간편하고 빠르게 책을 해치울 수 있겠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나와 다른 관점을 무수히 접하게 되는 함께 읽기야말로 AI가 화두인 현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작가의 책방 사랑은 일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서점에서 일하면서 생긴 가장 좋은 취미로 책방 답사를 꼽으며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동네 책방을 찾아다닌다. 처음 가본 낯선 곳이라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금세 정이 들기 마련이다. 작가는 경주의 ‘어서어서’에서 읽는 약을 처방 받고 예쁜 그림책 전문 책방 ‘소소밀밀’에서 미야자와 겐지의 책을 만난다. 서점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한눈에 반한 뽀스띠노님을 만나기 위해 공주의 ‘길담서원’으로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역시 책에 진심인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책방을 들릴 때마다 지키는 작가의 원칙이 있다. ‘작은 책방에서는 책을 반드시 산다.’ 정말 지독하고도 정다운 책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반갑고 좋아서 그래요, 너무 좋아서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책과 서점을 둘러싼 주변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언제나 애틋함이 담뿍 담겨 있다. 책 정리를 모두 마치고 손을 씻고 있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달려가 미처 닦지도 못한 손길을 건넬 의욕으로 가득하다. 세상은 다정한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쉽게 찾기 힘든 재능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인색하게 평가한다. 그래서 다정함은 종종 연약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며 심지어 어떤 이는 적당히 숨기거나 때로는 가려야 할 약점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의 이런저런 변곡점에서 고통을 견디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것은 결국 다정함이다. 책은 그럴 때면 사람보다 나을 때가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힘들고 외로운 순간 책을 찾는다. 작가도 그랬다. 그렇게 작가는 그동안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책을 자연스레 닮아 왔는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잘 눈에 띄지는 않아도 책장 사이를 거닐며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사람을 향해 애정을 쏟는다. 잠시 스쳐 지나갈 찰나의 다정함이 먼 훗날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책과 서점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작가의 동동거림이, 동네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행복함에 달뜬 목소리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리라 믿는다. 아직 우리 곁에 책이 존재하듯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는 반드시 어디엔가 서점도 존재할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규모가 큰 대형 서점이든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든, 이 책으로 인해 당신에게도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는 나만의 서점이 생기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