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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홍길동전, 전우치전, 장끼전, 토끼전, 콩쥐팥쥐전의 공통점은 뭘까요? 또한 이 이야기들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출판사 장영의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 목록에 들어 있는 책들입니다.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가 기획된 것은 2010년 말입니다. 『박씨전』까지 총 8권이 나오는데 꼬박 4년이 걸린 셈입니다. 2011년 새해, 한파를 무릅쓰고 글작가, 자문위원 등 1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그 긴 고전의 내용을 어떻게 짧은 그림책 글로 만들 것인지, 대상연령을 어디에 맞출 건지, 옛 생활사에 대한 고증 자료 등이 빈약한 현실에서 고전 속의 장면을 어떻게 그림책으로 표현할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였습니다. 독립문 근처 영천시장 안 식당으로 이어진 자리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열띤 의견을 나누었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는 창작그림책 전문 출판사로서 ‘장영’이 첫 책을 출간하기 전이었습니다. 신생의 작은 출판사가 10여권의 그림책 시리즈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결심을 필요로 했습니다. 좋은 책만이 좁은 그림책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장영 출판사의 표어가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고전그림책. 왠지 이 표어와 잘 맞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옛이야기 그림책은 많은 출판사에서 한두 권, 혹은 시리즈물로써 출간 목록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굳이 왜 옛이야기냐고요? 바로 ‘고전소설’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전소설은 15세기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꼽습니다. 민담 등의 옛이야기가 주로, 뚜렷한 목적이 없이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면 고전소설은 바로 ‘소설’ 에 초점이 있습니다. 고전소설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창작됩니다. 또한 주인공의 내면이나 개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주인공이 성장 변화하는 모습이 의미 있게 담겨 있습니다. 특히, 고전소설은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1900년대 전후에 들어서는 필사본이나 목판 인쇄 등을 거쳐 책의 형태로 전해 내려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딱지본’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TV나 영화에서 근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부분을 보다보면, 시장 좌판에 표지가 울긋불긋한 책들이 쌓여있는 장면이 간혹 나오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고전소설 책들입니다. 표지가 울긋불긋하다고 해서 딱지본이라고도 하지요. 때맞추어, 양반들만 보는 것으로 여겨지던 책이 일반 서민들에게도 지닐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으로 대량 확산되었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 바로 이 고전소설들이였습니다. 당시 최고 인기 고전소설은 단연 사랑을 다룬 춘향전이고 그다음이 심청전이었다고 합니다. 사랑과 효는 당시 사람들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였나 봅니다. 옛사람들은 이 책들을 이야기꾼 전기수의 입을 통해서 혹은 사랑방과 안방에서 감동으로 울고 웃으며 돌려 읽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우리는 여러 옛이야기 그림책이 있지만, 고전소설분야에서 원전의 향기를 충실하게 살려서 작업한 그림책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고전소설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를 그림책에 담자는 판단 하에 ‘한국고소설학회’ 회장인 권순긍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자문위원은 작품선정부터 함께했는데, 특히 여러 판본 중에 가장 원형이 될 수 있는 저본을 선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박씨전』은 1895년경 ‘고려대학교 소장본’, 『콩쥐팥쥐』는 1928년 태화서관본, 『옹고집전』은 고려대학교 민족민족문화연구소 수록본 같이 소설의 원전을 판권에 밝힐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우리 그림책 현실에서는 드문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알차고 의미 있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힘이 절대적이지요. 글작가로서 김진경(『토끼전』), 이상교(『옹고집전』), 송언(『전우치전』)등, 관록 있는 어린이책 작가와 권순긍(『콩쥐팥쥐』, 세명대학교 교수) 권혁래(『홍길동전』,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그림에 있어서도 한병호, 강우근, 김종도, 한태희, 조혜란, 권문희, 홍선주, 김유대 등 하나같이 우리 그림책 영역에서 선배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일컬을 수 있는 최정상 작가들이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탄탄한 내용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까다로웠던 것은 『박씨전』이나 『전우치전』『장끼전』『장화홍련』은 아동용 읽기물로는 간혹 만들어졌으나, 아직 단행본 그림책으로는 출간된 적이 없어서, 원전 소설의 많은 내용 중 어떤 것을 그림책에 넣어야 하는지 그 줄기를 잡고 선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콩쥐팥쥐』『홍길동전』,『토끼전』,『옹고집전』같은 경우는 다른 그림책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둘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되돌아보면, 해결 방법은 역시 원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고전소설을 포함한 옛이야기 그림책은 어떤 판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강조점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토끼전』은 판본에 따라 토끼와 자라의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자라의 어수룩함을 통해 토끼의 풍자적 역할이 강조된 판본이 있는가 하면, 자라의 충직한 측면을 장점으로 해석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원전으로 택한 텍스트를 주의 깊게 읽고 ‘장영의 그림책판’은 어떻게 주인공의 성격을 묘사할 것인지, 자라와 토끼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결정하였습니다. 해결의 원천은 저본으로 삼은 원전에 있고 세부적인 것은 결국 작업자들이 선택한 관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이야기나 고전을 책으로 만들 때 원전을 밝혀야할 중요성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전소설이 옛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애환과 간절한 소망, 인간에 대한 사랑 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문학 작품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그 자체인 것입니다. 그런데 고전 좋은지는 다 아는데, 긴 분량과 복합한 이야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줄 수가 없다고요?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는 그림책이지만 단순히 분량에 맞추어 축약한 책이 아닙니다. 고전으로서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내면서도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야기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고전소설 그림책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주인공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주인공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주인공과 관계를 맺으며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했고, 시간이 가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같은 것을 알아보세요. 그리하여 등장인물의 마음과 느낌에 공감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는 휠씬 더 재미있어집니다. 나아가 이야기 속 사건이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찾아보면 전체를 파악하는 힘이 생깁니다. 고전소설 그림책에 담겨있는 인간관계와 문제 해결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 여러 가치들이 지금 우리의 삶과 생활에도 그대로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 아이에게 알려주신다면, 이는 훌륭한 고전 한편을 읽은 것과 다름없음을 자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