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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예원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문을 잠그고 돌아서는데 기다렸다는 듯 옆집 문이 열렸다.
‘아뿔싸. 이럴 줄 알았으면 5분만 늦게 나올걸.’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40대 초반의 서글서글한 인상의 옆집 남자가 알은척을 했다. 그는 두 달 전에 새로 이사 온 유부남으로, 현재 아내와 어린 아들을 미국에 보내 놓고 혼자 지내면서 매달 생활비를 보내는 일명 기러기 아빠다. 옆집 남자의 사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녀가 이런 정보를 갖게 된 것은 모두 그의 넉살 좋은 붙임성 덕분이다. 마주치면 어색하게 눈인사만 나누던 두 사람은 얼마 전 마트 앞에서 그녀가 그의 도움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실 혼자 사는 여자로서 외간 남자와 이렇게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부담스러운 그녀는 별로 옆집 남자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날 오랜만에 장을 본 그녀가 두 팔 가득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 쩔쩔매며 걸어가는 모습을 옆집 남자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차로 태워다 주겠다는 그의 끈질긴 제의를 거절하느라 길거리에서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지만 않았어도 그와 말을 트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집요함에 져서 차를 얻어 탄 뒤로 옆집 남자는 그녀를 볼 때마다 부쩍 친한 척하며 안부를 묻더니, 1주일 전 퇴근길에 만났을 때는 급기야 저녁에 맥주 한잔 같이 하자고 청하기까지 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다시 나가 봐야 한다는 말로 그 자리를 피한 예원은 그날 이후부터 옆집 남자와 부딪치지 않으려 조심했다. 눈치 빠른 사람이면 그녀가 자신을 경계한다는 사실을 알 만도 할 텐데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치근대고 있었다. “지금 출근하세요?” “네.” “잘됐네요. 저도 지금 출근하는데 제가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늦어서.” 예원은 그가 뭐라 대답하기 전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