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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6
서문: 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이응준(시인·소설가) 10 1부 나무와 예술 회화나무, 덕수궁… -이명호(사진가) 24 이명호 예술사진의 동시대성 담론 -이은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72 2 나무와 생태·역사·도시 ‘삼나무의 노래’를 들으며 회화나무를 보다 -정혜진(변호사·지구와사람 지구법센터장) 90 저 나무는 언제부터 왜 그곳에 자랄까? -공우석(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 102 우리는 왜 조선 궁궐을 복원하는가? -최종덕(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120 대한제국기 덕수궁 선원전의 정원과 수목 이야기 -소현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36 도시에서의 역사적 유산, 보전과 활용 가치 -심경미(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52 시간을 잇는 도시 -임희정(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디렉터) 174 도시는 사람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랄까 -김서영(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원) 194 저자 약력 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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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회화나무 한 그루가 공터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던 모습은 실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수령이 족히 수백 년쯤 되어 보이는 회화나무는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불러 세웠고, 홀린 듯 멈춰 섰지만, 정작 그 회화나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왈칵 울었다 다시 활짝 웃었다.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고, 그 회화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로 했다.”
--- p.33 “이명호는 오랫동안 나무를 찍어 왔다. 공간 속에 위치한 나무의 역사는 문명 도시의 역사에서 분명하게 제외된다. 초록 녹음이라는 작은 역할, 산소를 뿜어내는 생명력, 공원을 조성하는 일원 등 도시에서 나무의 역할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역사 속에 빗나갔던 나무가 이명호의 캔버스 앞에서 특별한 내러티브를 감춘 주인공이 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 나무는 또 다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 p.75 “지구법은 시각의 이동, 아니 시각의 확장입니다.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지구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을 보려고 하는 시도입니다. 함께 사는 사회는 옆에 누가 있는지 먼저 앎으로써 구현됩니다. 인간 과 다른 지구 공동체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이 지구법의 시작입니다. 옆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지구 다른 공동체와의 공존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 나무를 중심으로 궁궐과 역사와 도시를 보는 이런 프로젝트 자체가 어쩌면 넓은 의미에서 지구법의 시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p.99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우리가 보는 모든 대상도 시간, 공간, 인간이 어우러진 통합체로 보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처럼 덕수궁의 회화나무를 보아야 합니다. 저 회화나무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오늘 저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저 앞에 서 있는 회화나무 한 그루가 언제부터 왜 저곳에 있는지, 우리가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p.106 “복원된 궁궐의 모습은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체감하는 기회를 준다. 옛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그와 관련된 과거를 배우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채 남겨진 빈터와 그들이 세워 놓았던 시설물만 궁궐 마당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500년이 넘는 조선의 역사보다는 36년 일제강점기의 과거만 도드라질 것이다. 조선의 역사적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옛 건축물이 필요하고 궁궐 복원은 이를 위한 것이다.” --- p.129 “전통조경은 국가유산의 원형 경관을 고증해 해당 공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과거 선조의 공간 철학과 조성 의도, 물리적 형태와 조성 기법을 밝혀 적절한 설계, 시공,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역할한다. 이때 자연 안에서 만든 공간 규범을 따른 심미적 경관을 추정할 수 있는 전문적 창발성이 필요하다.” --- p.141 “역사도시는 문화유산 또는 역사 환경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도시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사적 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공간(장소) 기반의 유산 경영은 또 다른 차원의 도시경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느낀다. 유산을 경영한다는 것을 ‘유산만’을 경영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p.169~170 “여기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정신적 유산과 문화적 연속성도 포함하는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써 현재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지속가능 발전 의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정책적 목표를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 욕구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기억하는 존재이고, 기억의 연속성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존재이다. 도시의 역사적 공간들이 사라질 때, 우리 사회는 집단적 기억의 일부를 잃는다. 그리고 그 상실은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해의 축소를 의미한다.” --- p.179 “도시 브랜딩이야말로 이러한 디자인 협력이 특히 중요한 영역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기능들이 얽힌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도시 브랜딩이란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방문자들이 다시 찾고 공감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p.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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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덕수궁 흥덕전 터는 부침이 많다. 거기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사진 한 장으로부터 이 문학적 기적(miracle)의 역사는 시작된다.
1919년 고종이 서거하자, 일제는 흥덕전 전각을 철거하고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을 지었다. 회화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해방 뒤 경기여고가 들어섰을 때도 회화나무는 여전했다. 1965년 경기여고에 큰 화재가 나서 교실과 주변이 불타 버렸을 때 학생들의 위험을 무릅쓴 노력으로 회화나무는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그 장소는 미 대사관 예정지로서 일반인 접근 금지 구역이었고,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홀로 서 있는 회화나무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2004년에는 방화 추정 화재가 발생한다. 회화나무는 이번에는 화마(火魔)를 피해 가지 못해 심하게 훼손됐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2004년 5월 6일, 서울 정동 덕수궁 선원전이 있던 옛 경기여고 부지 내 회화나무가 불에 타 고사 직전임을 확인했다.”라며 관련 사진 3점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나마 2007년까지는 간신히 잎과 꽃을 피워 냈던 회화나무는 안타깝게도 2008년 4월 “죽은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은 나무 자체가 죽어 새 잎이 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무 껍질을 벗겼을 때 녹색의 수액이 없다. 말라비틀어지고 썩었다. 죽은 게 분명하다.”라고 고사(枯死) 판정에 이른다. 그런데, 신비로운 사건이 2011년 미국 정부로부터 토지 교환 방식에 따라 서원전, 흥덕전 터 일대를 돌려받는 것으로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2015년 회화나무가 다시 잎이 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죽었던 회화나무가 돌무덤을 열고 일어나는 나사로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이어서 2022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한일합병조약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덕수궁에서 황실 의례를 치르던 옛 선원전 터의 기초 부분 흔적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2039년까지 선원전 복원 사업이 완료될 계획이며 와중에 이렇듯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중략) 혼돈과 신비 말고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무너뜨리고 끌어안고 불타오르고 재가 되고 다시 건설하는 동안 저 회화나무 한 그루는 그 힘센 것들 앞에서 가장 고요히 살아남은 당사자이자 우리의 관찰자였다는 사실이다.” - 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