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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막_ 오디션 제2막_ 무대의 막이 오를 때 제3막_ 저물어가는 거리에서 빛나는 것 제4막_ 조연들의 습작 제5막_ 결심의 아침 제6막_ 너를 위해 눈이 내린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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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이미 극단 하마마쓰의 일원이었다. 게다가 광고가 유명해지면서 TV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광고 촬영 당시의 일은 기억나지 않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도 정지 화면 같은 잔상으로 남아 있는 정도다. 전부 희미해서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닌 것만 같다. 수많은 어른이 나를 친근하게 ‘유나 짱’이라고 불렀고, 컷 사인이 나자마자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악수나 사진 요청에도 익숙하던 아역 시절. 지금 생각해도 싫어지는 건, 그 시절 내가 극단보다 방송국 가는 걸 더 즐거워했다는 사실이다. 다들 떠받들어주니까 좋아했겠지. 내가 연기할 때면 어른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내게 요구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했던 것 같다. 생활의 중심이 학교에서 연예계로 바뀌면서 극단에 나가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에 졸린 눈을 비비며 도쿄를 왕복하던 하루하루.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시즈오카에서 도쿄로 이사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그때쯤부터 내 안에는 막연한 장래 희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TV 일을 그만두고 연극에만 전념하고 싶어.’ --- pp.20~21 휴가 씨가 양손을 깍지 끼며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낡은 소파가 삐거덕댔다. “쉽게 말해 극단 하마마쓰는 살아남은 극단원을 이용해 부업 을 시작했다.” “부업이라면……. 아르바이트 같은 거?” “아르바이트랑 비슷한데, 어디까지나 극단원만 할 수 있는 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아까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렌털 극단원’이라는 건데,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바로 의뢰가 들어왔거든.” “렌털 극단원……?”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청소 같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면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전형적인 O형 성격이라서,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내 방도 늘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 “쉽게 말해 렌털 가족 같은 거야. 이제 곧 겨울방학이잖아? 그동안 의뢰받은 집에 가서 그 가족으로 살아가면 돼. 유나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바로 그거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 뇌에서 다 처리하지 못했다. 가족으로 살아가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지? --- pp.51~52 눈을 감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나는 나츠미 카나다.’ 그때 아래층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녀왔어요.” 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을 보러 나갔다던 엄마가 돌아온 거겠지. -어떻게 할까? 망설이면서도 방에서 나왔다. 가족을 아끼는 그녀라면 분명 이렇게 했을 테니까.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엄마.” 지금 상황에서 나올 대사로는 낙제점이리라. 집 안에서 말끝에 굳이 ‘엄마’를 붙이진 않을 테니까. 사 온 물건들을 에코백에서 꺼내던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와 있었구나.” 엄마는 얼버무리듯 냉장고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까 왔어. 어라, 언니는 어디 갔지?” “오다가 만났는데 저녁까지는 돌아온다더라. 대학생은 참 팔자가 좋다니까.” “그래?” 엄마인 요리코는 마흔일곱 살이다. 내 진짜 엄마와 비슷하게 마른 체형이었지만, 관자놀이 부근에 새치가 섞인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묶은 모습이었다. 화장기도 없어서 원래 나이보다 많아 보였다. 내 얼굴을 일부러 보지 않으려 하는 듯했고,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라 생각했다. 만약 우리 집에 낯선 여자가 들어와 있다면, 나 역시 당황스러울 테니까. --- pp.101~102 눈을 떴지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낯선 천장이 보이는 남의 방이었다. 아아, 맞다. 나는 나츠미 카나로 여기에 있었지. 철썩 밀려오는 파도 같은 기억. 잠에서 깨는 것과 동시에 가벼운 혼란에 빠지지만, 그런 혼란마저 사라진다면 진짜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히이라기 유키의 블로그 글을 읽고 싶었다. 그 글은 방황하는 나를 이끌어주는 길잡이니까. 과분한 칭찬에 다음 무대가 두려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도 오디션에서 주인공을 노릴 만한 자신감은 없었다. 이 렌털 극단원 일은 매 순간이 주인공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긴 시간 동안, 나는 눈을 뜬 모든 순간 거의 계속 연기해야 했다. 아침을 맞을 때마다 카나에게 서서히 잠식당하는 기분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새해를 다른 사람으로 맞이한다는 게 조금 서글펐다. 커튼을 걷어내자, 정월 초인 오늘은 두꺼운 구름에 하늘이 뒤덮여 있었다. 벌써 나흘째 아침이다. 침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조금씩 몸과 머리가 깨어나는 듯했다. 그래, 이건 무대야. 지금부터 또 내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 심호흡을 할 즈음 나츠미 카나가 된 기분이 들었다. --- pp.155~156 “저기, 카나.” 오른쪽에 앉은 미노리가 불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만약에 도쿄에 가더라도, 계속 친구로 있어 줘.” “그야 당연하지. 그런 약속 안 해도, 우린 친구잖아.” “그렇네.” 겨울밤에 피어난 불꽃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미노리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한 발 한 발의 간격이 멀긴 해도,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불꽃은 마치 마법 같았다. 몽환적인 광경을 눈에 선명히 새겨두었다. “할머니, 보고 있어?” 대각선 앞에 앉은 할머니에게 묻자, 온화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올해도 예쁘네잉.” 이윽고 연속으로 쏘아 올린 불꽃이 하늘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다. 짧은 불꽃놀이 축제의 클라이맥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울고 싶은 기분이 솟구쳐도 꾹 참았다. 왜냐하면 이게 내 무대의 마지막 장면이니까. 만약 카나가 이곳에 있었다면, 그녀의 얼굴에는 분명 미소가 넘쳐흘렀을 것이다. --- pp.250~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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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인기를 얻으며 광고에도 출연했지만, 지금은 극단 하마마쓰에서 연기를 배우며 조용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여고생 ‘스기사키 유나’. 같은 극단 동료이자 친구인 타쿠야는 그런 유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고, 유나는 항상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타쿠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에 혼란스러워한다. 어느 날 의문의 편지를 받은 유나는 극단 단장에게 극단의 경영이 어렵다면서 '렌털 극단원' 제의를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극단을 살리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함구하는 데 동의한다. 겨울방학동안 나츠미 카나를 연기하게 된 유나는 나츠미 가족의 자료를 숙지하면서 완벽한 카나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담긴 편지가 계속 도착한다. 그러던 중 타쿠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유나는 카나의 대역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다. 과연 유나는 겨울방학 동안 무사히 연기를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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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기만 하던 세상에서
작은 빛이 보이는 기분이에요. 제 마음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간 한정, 역할 대행 서비스! 완벽한 연기로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케이타이 소설 문학상 대상 작가 이누준의 화제작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는 ‘렌털 가족’을 소재로 한 이누준 작가의 장편소설로, 주인공인 스기사키 유나가 겨울방학 한 달 동안 ‘나츠미 카나’의 대역을 연기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시작은 대역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진짜 카나가 된 것처럼 나츠미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유나를 통해 작가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흐르는 온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가족은 온전히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이다. 물론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가까운 존재라서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소설을 통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각자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나와 마음을 나누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고민과 아픔까지도 함께 끌어안는 것이 진짜 가족 나츠미 가족은 유나가 대역을 맡게 되는 카나를 비롯해 아빠와 엄마, 할머니, 오빠, 언니까지 삼대가 어우러져 사는 대가족이다. 대역을 맡기 전 유나는 미리 전달받은 카나에 대한 자료를 숙지하지만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유나는 마음속으로 ‘나는 카나다’라고 계속 다짐하면서 카나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 내지만 오히려 다른 가족과의 거리감만 느낄 뿐이다. 그런 유나에게 정체불명의 의뢰인이 보낸 편지가 도착하고, 유나는 그 내용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본다. 이후 유나는 다른 가족들을 무대 위의 동료 연기자로서가 아닌 진짜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고민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나는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카나의 대역이 아닌 진짜 나츠미 가족으로 자리매김한다.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통해 작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서사를 보여주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단순히 혈연으로 묶여 있다고 해서 꼭 가족일까. 비록 서로 얼굴도 몰랐던 남남이지만 한집에 살면서 함께 기뻐하고 걱정하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진짜 가족이 아닐까. 분명한 것은 서로 간의 애정이나 사랑이 배제된 관계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소설을 통해 비어 있는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채우는 한편, 가족들에게 오랫동안 담아두기만 했던 고마움과 사랑의 말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흔들려도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성장소설 여고생인 유나는 아역 배우 시절 유명세를 타며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극단 하마마쓰에서 연기를 배우며 조용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녀는 연극배우로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는 게 인생의 목표지만, 연예계로 돌아가 TV 앞에 서는 유명 배우가 되길 바라는 엄마의 기대는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런 유나에게 또래이자 극단 동료인 타쿠야는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타쿠야를 향한 마음이 커질수록 유나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비록 극단을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지만, 유나는 ‘나츠미 카나’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 인생을 좌우할 경험을 하게 된다. 배역을 흉내 내는 것에 급급한 연기로는 보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흥도 변화도 일으킬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대본이나 참고 자료의 암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맡은 배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자신과의 동일시를 통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연기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가족도 렌털이 되나요』는 여고생 유나의 성장 서사를 담은 소설이기도 하다. 연극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두려워하던 유나는 한 달간의 렌털 극단원 생활을 통해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더불어 연기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목표를 되새긴다. 소설 속에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유나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꿈과 현실 간의 괴리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유나의 모습은 오늘도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이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