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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인의 화가들이 마음을 담아 손끝 정성으로 그린,
작은 종위 위에 그린 대작大作!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떤 감동을 주거나 어떤 위안을 주는 데 있는 것이라면 그 작품이 반드시 커야 할 이유는 없다. 오케스트라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 한 대나 바이올린 한 대로도 커다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엽서 한 장이나 봉투 한 장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속에도 우주만물의 삼라만상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고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김성환 씨가 공개한 유명화가들의 ‘육필 까세집’은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으려고 오래오래 묵혀둔 된장 같은 책이다. 뜨거운 햇빛과 끊임없이 돌보는 주인의 정성에 비례해 장맛이 좋아지듯, 이 책에는 김성환 씨의 노력과 손때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6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화가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두 점씩 받아 모아온 육필 까세. 작은 편지봉투, 조악한 종이 위지만 화가들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멋진 작품으로 탄생된다. 커다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 분위기 좋은 미술관에서 조명을 잘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저자와의 인연을 끈으로 상업성을 배제한 채 그려진, 거기에 화가들의 각자 개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까세를 보는 것은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작고한 화가들에 대한 회고담과 일러스트까지 덧붙여 까세를 모은 지 40년이 넘다 보니 어느덧 약 150명의 화가로부터 육필 까세를 받았고 이미 작고한 화가도 40여 명에 이른다. 그래서 작고한 화가들에 대한 회고담은 저자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좋은 추억이 된다. 아무리 천하에 유명한 시사만화가 김성환이라고 할지라도 화가에게 그림을 맡기고 운좋게 쉽게 돌려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림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수집이란 목표를 위해선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까세 수집을 통해 그는 가장 어렵게 모은 수집품이야말로 가장 오랜 사랑을 받는다는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울적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이 수집품을 펼치고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결 시름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도 아마 이런 기분을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래 함께 해온 것에 많은 애착을 갖는다. 집에서 키운 강아지가 더 이상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느껴지듯, 몇 년째 차 온 시계가 그 어떤 비싼 물건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듯 말이다. 『고바우 김성환의 나의 육필 까세집』도 그렇다. 시대를 풍미했던 111인 화가들의 흔적과 그것을 열정적으로 모은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많은 화가들의 정식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개성 넘치는 육필 까세를 엿보는 재미는 물론, 그림에 대한 고바우 김성한의 열정과 40여 년 동안 한길만 걸어온 그의 세월의 흔적이 짠한 감동마저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