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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불화에서 환대로 가는 몸의 여정을 기록하다
1장 나는 사람이 아닌 ‘아토피’였다 그날 이후, 모든 걸 감추기 시작했다 ‘보통’이길 갈망하는 자책과 부정의 목소리 외출은 용기가 아닌 일상이다 나를 혼낼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환자의 가족은 왜 죄인이 되나 한 움큼의 평화를 위한 밤의 의식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인으로 산다는 것 내겐 너무 어려운 ‘아프다’는 말 그들은 치료라 했지만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나에게 내미는 서툰 화해의 손길 2장 우울증, 마음속 우물에서 헤엄치기 고장난 나를 고칠 수 있을까? 저항이라는 파도를 넘은 뒤 찾아온 고요함 환상을 버리고 생애 처음 만난 엄마 당신 딸이 여기에 있어요 빛나는 삶을 위해 사랑을 멈추지 않겠다 우울과 함께 살아가기 “나는 유진 씨를 생각해요” 3장 그래도 살아 있어 참 다행이야 버려진 나를 구원한 글쓰기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 나를 일으켜 세운 100일의 과제 떠오른 기억, ‘임신중단’의 경험 몸을 ‘개방’하자 일어난 일 여자들은 싸우면서 치유된다 ‘내추럴 본 탈코르셋’ 인간의 고백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함께 존재해 나처럼,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 혼란스러운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내가 가장 잘한 일 행복에 눈뜰 때 epilogue Dear my Body, Dear mySel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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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투사한 자책과 부정이 내면화되어, 나는 지난 수십 년간 내 몸을 그 두 가지 틀 안에서 바라보고 인식해왔다. 내가 몸을 돌보지 않아서 아프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태는 내(가 원하는) 몸이 아니다, 아토피가 완치되어야만 비로소 나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내 몸과 나라는 존재는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서 고립된 채 유령처럼 둥둥 떠다녔다.
--- p.16 거리에 나가면 나와 다른 얼굴, 나보다 나은 몸들이 먼저 보였다. 원하는 대로 화장할 수 있고, 맨살에 까끌까끌한 니트를 입을 수 있고, 맨손으로 무엇이든 만질 수 있고, 흉터가 없어 수영장에서 맨몸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고, 뜨거운 햇볕에 태닝을 하고 짠내 나는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몸, 몸, 몸들. 그런 선택에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상상해본 적 없는, 그래서 아무런 주저함 없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부럽고 비참하고 화가 났다. 그 ‘보통’의 몸들 앞에서 자주 초라해지고 남몰래 더 작아졌다. --- p.17 만나는 사람마다 ‘아토피 박사’를 자처하며 나를 구원해주고 싶어 안달이다. 그들은 아토피 환자가 먹으면 안 된다는 음식을 늘어놓거나, 반대로 먹으면 아토피가 낫는다는 음식을 소개하곤 한다. 그들의 말을 일일이 들어주기엔 너무 지루하고 짜증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발 닥쳐!”라고 말하기엔 내가 아직 교양과 이성을 잃지 않았으므로 최대한 입꼬리를 올리려고 노력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 가끔, 아주 가끔, 도저히 더는 들어줄 수가 없어 “고맙지만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 정도는 몇 번 해본 것 같다.(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이 말도 웃으면서 했다. 진저리나는 이놈의 ‘친절병’!) --- pp.25-26 이 사회에서 약한 몸은 곧잘 실패나 뒤처짐, 민폐의 증거가 된다. 그러니 나에게 아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되었고, 부끄러운 일을 말할 수는 없으므로 점점 입을 다무는 쪽을 택한 것 같다. --- p.47 자주 울어대는 동생에 비해 나는 키우기가 너무 쉬웠다고 엄마는 자주 말하곤 했다. 아유, 네 동생은 밤새 업고 있어야 했어. 너는 먹여놓으면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놀고 있더라.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순해서 너는 키우는 것 같지도 않았어. ‘엄마, 나는 지금도 울지 않고 보채지 않아. 원하는 게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원해도 되는지 몰랐어. 어떻게 울어야 하고 누구한테 보채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 엄마, 나는 지금도 울 줄 모르고 보챌 줄 몰라. 그래서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아.’ --- p.79 상담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은 배우며 깊어진다. 그리고 살아갈 힘이 된다. 내가 힘들고 슬펐던 순간 사촌오빠가 해준 말은 삶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게 했고, 나를 살리는 힘이 되었다. “유진아, 너는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야. 어디에 있어도 반짝반짝 빛나. 너는 그렇게 숨길 수 없는 빛을 가진 사람이야.” 반짝임을 잃지 않겠다.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p.93 투병은 밀물처럼 찾아온다. 넘실대는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겨우 나 자신을 소생시키고 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간 앞에 황망해졌다. 언제 다시 밀물이 나를 덮칠까 불안해하는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일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 불안과 긴장을 잊기 위해 나는 썰물이 펼쳐놓은 빈 모래밭을 재건하고 풍성하게 가꾸는 일에 집중한다. 언젠가 다시 밀물이 들어오더라도, 그래서 애써 가꾼 모래밭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도, 나는 ‘그 일을 한 나’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 일’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고,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취이자 기록이므로. --- pp.105-106 한 편의 글을 쓰면 하나의 허들을 넘은 것 같다. 다음 허들을 또 넘기 위해 나는 계속 쓰는 사람, 쓸 수 있는 몸이고 싶다. --- p.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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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에 관한 책을 찾아보면, 대부분이 완치담이나 치료법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아토피 환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일상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한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거의 평생 중증 아토피 환자로 살아온 저자는 모공도 흠이 되는 세상, 완벽한 몸과 건강이 정상성의 조건인 사회에서 어떻게 타자화되었는지 낱낱이 증언한다.
환자의 몸을 두고 걱정과 충고, 때로는 칭찬으로 포장한 주변 사람들의 말은 도움이 되기보다 당사자가 자기 자신과 몸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곤 했다. 환부가 드러나기에 질병과 상처를 감출 수 없던 저자는 이제 자신의 마음과 감정도 감추지 않기로 한다. 그래서 평생의 모든 순간 가지고 살아왔으나 정작 제 것이 아니었던 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아픈 몸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날것 그대로 쓰기 시작하니 “이제껏 스스로 부정해온 몸이 품은 말을 번역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뒷걸음치는 삶에 더 나은 내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있는 그대로 듣고 썼”다. 몸에 대한 말하기는 “세상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다른 몸’들도 환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힘을 건네주었다. 1장은 아토피 환자로서 저자가 겪은 현실의 부당함과 편견 어린 시선, 낙인에 관한 이야기이며 2장은 자살충동과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심리상담 치료를 받은 저자가 그 과정에서 경험한 무의식의 각성,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삶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가족사가 담겨 있다. 3장은 몸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 그 너머,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 존재함을 말하고자 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약자로서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저자는 페미니즘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중증 질환자로서 부유했던 시간 글을 쓰고, 페미니즘 활동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저자는 몸 그리고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다리를 짓기 시작한다. 이 책이 다른 환자들 아니 자신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몸을 통과한 말과 글이 빚어낼 세상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충만할 것”이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중증 아토피 환자인 작가가 수필 쓰기를 통해서 나무껍질 같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수용하게 된 과정을 그린 작품은 문학이 갖는 매력과 힘을 웅변한다.” (2021년 문학나눔도서 심사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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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질병이라는 사건을 통해, 삶을 명징하게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수용체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아토피와 우울증을 통해 해석하게 된 삶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토피와 우울증은 상당히 젠더화된 질병인데, 저자는 여성에게 더욱 ‘문제적 장소’가 되는 ‘몸’에 대해서 ‘질병경험’을 통해 증언하며 스스로 외면해온 순간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 책을 자신의 몸 혹은 질병과 불화해온 모든 존재들과 함께 읽고 싶다. 질병과 살아가는 세밀화 같은 글을 읽다 보면, 위로와 공감을 넘어 아픈 몸으로 욕망하고 환대하는 삶에 대해 두껍게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아픈 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해왔다. 바로 이런 책이었다.” - 조한진희 (다른몸들 활동가·《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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