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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집에는 먹을 것 하나, 동전 한 닢 없었습니다. 모두가 풍요와 기쁨을 누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말이에요. 할머니는 끼니를 벌기 위해 아코디언을 들고 먼 길을 걸어서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었지요. 하지만 할머니 앞에 놓인 작은 상자는 늦은 오후가 다 되도록 텅 빈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아끼던 아코디언을 골동품 가게에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중한 아코디언과 바꾼 지폐 한 장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오토바이를 탄 건달이 빼앗아 달아나고 맙니다. 이제는 아코디언도, 음식을 살 돈도 없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지요.
낙심하여 어깨를 늘어뜨리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할머니는, 공교롭게도 교회의 모금함을 훔쳐 나오던 그 건달과 다시 마주쳤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걸까요? 할머니는 건달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가까스로 모금함을 되찾은 할머니는 건달이 엉망으로 흩트려 놓은 교회 안을 말끔히 정리했습니다. 쓰러진 성모자상과 다른 성상들도 제대로 세우고, 모금함도 제자리에 내려놓았지요. 할머니는 건달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교회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할머니는 하얀 눈 위에 쓰러지고 맙니다. 그 때였어요. 기적이 일어난 것은… 교회 안에 세워져 있던 작은 성상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동방 박사들은 아기 예수께 드리려던 황금, 유향, 몰약을 팔아 할머니를 위한 만찬을 준비합니다. 아코디언도 되찾고요. 아기 예수의 아버지인 목수 요셉은 실력을 발휘해서 부서진 마룻바닥을 말끔하게 고쳐놓습니다.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위한 나무도 잘라왔고요.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아 온 목자 또한 빼앗겼던 할머니의 작은 상자를 찾아옵니다. 모두 할머니에게 멋진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정신이 없었지요. 어느덧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에 맛있는 음식, 게다가 영영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코디언까지! 할머니는 누가 이런 멋진 일을 꾸몄는지 두리번거렸지만 기적의 주인공들은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만큼 순식간에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