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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 「후루룩 쩝쩝 맛있는」수록
이멍
허블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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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60평 - 7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 - 77
후루룩 쩝쩝 맛있는 - 135
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 - 195
보석의 마음 - 227

작가의 말 - 289

저자 소개1

1991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고양시에 정착했다. 남의 살과 내장을 사랑하는 사람. SF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다 ‘폴라리스 SF 창작 워크숍’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글을 쓰게 됐다. 스릴러와 서스펜스 수사물을 사랑하며 평생 피 냄새 그윽한 글을 쓰는 게 소원이다. 2022년 「후루룩 쩝쩝 맛있는」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사랑하고 사랑했던」으로 제12회 대한민국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너와 나와 우리의 현성』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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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130*198*15mm
ISBN13
9791193078853

책 속으로

당신의 엄마는 이곳이 우리 세 식구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 p.9, 「 (첫 문장), 60평」 중에서

당신이 부모님의 3죽음을 실감하게 된 건 바로 지금부터다. 창고가 너무 어수선하다. 당신의 엄마라면 이런 지저분한 꼴을 절대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의 아빠는 엄마가 짜증을 내기 전에 알아서 착착 정리했을 것이다. (…) 울고 나니 그제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창고의 모습이라든가.
--- pp.17-18, 「60평」 중에서

어둑한 거실에 자리 잡은 수백의 붉고 검은 눈이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높고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집 안 곳곳에서부터 해일처럼 밀러들었다. 실내등을 켜자 붉고 검은 눈의 정체가 명확해졌다. 토끼였다. 풍채 좋은 토끼 수십 마리가 가구 하나 없는 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p.30, 「60평」 중에서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정리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차근차근, 제품을 정리하고 쇼핑몰을 정리하고 창고를 정리하고 부모님의 흔적을 정리하고 본가를 정리해야 한다. 정리, 정리,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 깡그리 없던 일로 만들어서 당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 정말이지 정리가 시급했다. 남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왜냐면 당신은 이 모든 걸 책임질 생각이 조금도 없으니까. 당신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 p.43, 「60평」 중에서

오늘은 좀 늦네 언제 돌아올 거야 일해야지 벌써 점심이 지났잖아 주문이 얼마나 밀렸는지 알아
--- p.43, 「60평」 중에서

직장에 무급 휴가를 추가로 요청하려던 참에 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당신이 말을 꺼낼 틈도 내주지 않았다.
부고였다.
당신과 함께 일하는 팀 동료가 업무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거 자기 탓도 큰 거 알지? (…)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쌀쌀하고 몸 상하지 좋은 시즌에 닷새나 추가로 휴가를 쓰니까 위에서는 어중이떠중이나 보내주고 다른 애들은 과로하고 무리하잖아
--- pp.72-73, 「60평」 중에서

12월 초순이었을 거다. 남반구인 아르헨티나는 여름이 한창이었다. 그날의 최고 온도는 37도로, 아침까지 퍼붓던 비까지 더해져 공기가 뜨겁고 끈적거렸다. 회사가 내준 단층 사택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 오래된 선풍기가 전부였다. 내 어깨를 덮은 얇은 비닐이 선풍기의 더운 바람에 펄럭였다. 남편은 20년 경력의 두피 관리사처럼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두피에 영양제를 펴발랐다. 손끝을 세워 두피를 꾹꾹 누를 때마다 간지러워 나는 웃었다. 81쪽,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

남편은 자세히 설명하는 대신 쓴웃음만 흘렸다. 다음 날 중앙 연구실 문에 ‘연구자 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나는 고등학교도 못 나온 가방끈 짧은 사모님이었다. 그런 문외한이 제집처럼 연구실을 드나드는 게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출입 금지의 범위는 중앙 연구실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남편은, 참 비겁하게도, 함께 출근을 준비하던 이른 아침에 내게 말했다. 더는 연구소에 올 필요 없다고. 101쪽,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

“나도 내가 제정신 아니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회사가 괜히 팀장 자리를 줬겠어요? 내 아이디어가 그만큼 좋았단 뜻이에요. 날 인정해 준 거라고요! 자기는 잘 모르겠지만… 발모제 사업은 시장성이 굉장히 좋거든요.”
‘인섹토 델 펠로’의 뜻이 ‘머리카락 벌레’라는 걸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 p.103,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 중에서

나는 어둑한 강물 속에 몸을 담그며 계속해서 벌레를 상상한다. 한여름의 수초처럼 미지근한 벌레들이 내 몸과 머리카락에 마구 얽힌다. 나는 기생말벌에게 뇌가 찔린 거미, 애벌레에게 눈을 점령당한 달팽이, 따개비에게 조종당해 정체성을 잃어버린 바닷게, 곰팡이에 몸을 빼앗긴 개미처럼 벌레에게 기꺼이 내 몸을 내주고픈 마음이다. 그렇게 한없이 물장구치다 힘이 다해 가라앉고 싶지만…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너희는 그런 식으로 기생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털끝만큼의 해도 끼치지 못한다.
너희를 가득 모아 입에 넣어 삼킨대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남편과 재회하지 못할 것이다.
--- p.132,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 중에서

유전적 특성 탓에 양희 씨는 앞서 임상에 참여한 외사촌 언니의 추천으로 별 어려움 없이 시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언니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말했다. 호텔처럼 잘 꾸며놓은 숙소에서 2박 3일간 놀고먹으면서 3시간이 한 번씩 피를 뽑기만 하면 되는, 말 그대로 꿀 빠는 알바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 p.144, 「후루룩 쩝쩝 맛있는」 중에서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양희 씨는 설핏 잠이 들었고… 얕은 잠 너머에서 양희 씨는 베개를 날개 삼아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손에 들린 건 파스타였고… 그러니까 날면서 파스타를 먹고 있었는데… 시뻘건 양념과 버무려진 것이 칼칼짭짭달달하여 매우 맛이 좋았고… 건더기가 매우 쫄깃하고 감칠맛이 넘쳐서… 행복한 맛… 즐거운 맛… 미식의 향연이로다….
--- p.148, 「후루룩 쩝쩝 맛있는」 중에서

저희 립-아강은 여러분께 더욱 안전하고 밝은 미래를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자아, 생각해 보세요! 이대로 집에 돌아가 혈관이 막혀 죽을 날만 기다리실 건가요? 아니면 혈관을 교환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실 건가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당신의 몸 안에서 힘겹게 산소를 옮기고 있을 적혈구를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을 위해 열심히 알하고 있는 심장과 간과 폐, 신장, 위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이 장기들을 모두 돌보기 위해 과로하고 있는 당신의 혈관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당신의 혈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끼고 있습니까? 당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독이 되는 그 혈관이, 랍-곶에서는 억만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고급 식재료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습니까?
--- p.184, 「후루룩 쩝쩝 맛있는」 중에서

이제 누룩과 관장님을 빻을 차례다.
--- p.212, 「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 중에서

어깨와 골반 관절이 굳어버린 엄마는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목을 가누는 것만도 힘들어했다. 이모는 엄마를 위해 텔레비전을 천장으로 올렸고 종종 라디오도 틀어놓았다. 정작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건 텔레비전 드라마나 라디오 토크쇼가 아닌 나의 얘기였다. 그 무렵 나의 일과는 한결같았다. 하교 종이 치면 친구도 오락실도 분식집도 마다하고 일단 집으로 가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하면 엄마는 풀버레 우는 소리를 옆구리에서 내며 웃곤 했다. 깔깔깔이나 하하하가 아닌, 찌르르르 찌르르르.
얼마나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였던지.
--- p.238, 「보석의 마음」 중에서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고 이모는 이야기했다.
일주일간 평균 기온이 영하 15도에 육박하고 동파하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어려운 수준의 추운 겨울이었다고. (…)
터미널 화장실에 다녀온 엄마는 변기에 이상한 게 들어 있었다며, 머플러로 감싼 무언가를 이모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탯줄조차 떨어지지 않은 무언가의 새끼였다.
--- pp.262-263, 「보석의 마음」 중에서

나는 송 씨가 보는 앞에서 케이스를 열어 보았다. 이모의 왼쪽 발 일부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영롱하게 반짝였다.
목이 멜 정도로 아름다웠다.

--- p.271, 「보석의 마음」 중에서

출판사 리뷰

“당신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60평」‧「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


「60평」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20대 청년의 위태로운 심리를 다룬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가업인 온라인 쇼핑몰에 매여 기계적으로 노동력을 부모에게 착취당해 왔다.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지만, 기술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청년이 생존을 위해 당도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 창고였다. 과중한 업무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과 함께 주인공은 부모가 운영하던 쇼핑몰과 60평 창고를 책임지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채 부모의 뒤처리를 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창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쇼핑몰만 유지해 주면 자신이 다른 모든 일을 하겠다는 기이한 제안을 받는다. “더 일하고 싶어. 그러니 폐업하지 마. 내가 더 잘할게.”

「관장님의 마지막 한 모금」은 삶을 충실히 살아냈기에 갈망하는 노년의 ‘완벽한 마지막’에 대한 보상 심리를 다룬다. ‘남생’이라는 가상의 지방을 배경으로, 대대로 명인을 배출한 ‘남생 우리술 체험관’의 시신을 재료로 술을 빚는 특이한 장례 풍습이 묘사된다. 남생의 우리술 명인은 자신의 몸으로 빚을 생애 마지막 술, ‘송별주’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쳐 자신의 몸으로 술을 빚어줄 제자를 물색한다. “술이 너무 맛있어서 술독에 들어가서 죽어버리고 싶은” 갈망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찾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포함한 모든 것을 술에 쏟아붓는 명인의 집착은 단순한 욕망을 넘어 하나의 숭고한 예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상호 합의된 식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의지의 무게를 과연 타인이 어디까지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들도 무언가를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자신들도 감정을 느낄 줄 알았노라고.”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보석의 마음」


「여름, 우리는 함께 헤엄쳤고」는 기생충을 소재로 ‘혐오’에 대한 기존의 감각을 뒤집어버린다.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닮은 기생충을 이용해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남편의 연구를 묵묵히 응원하며, 그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적 인정을 향한 남편의 집착은 주인공의 희생에 기생하며 점점 커지고, 사회 속에 공고한 벌레에 대한 혐오를 자신의 상품이 이겨낼 수 있다고 과언하기까지 한다. 결국 남편은 실패하고, 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벌레로 만든 발모제’를 유품처럼 남기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남편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동시에 그를 그리워한다.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그가 사랑했던 벌레까지 사랑스럽게 느끼게 된 주인공은 남편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 기생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혐오스럽지 않은 착한 벌레들 사이에서 남편의 사랑을 느끼기 위해.

「보석의 마음」은 멸망한 행성을 떠나 지구로 이주한 난민 곤충 외계인 자매와 그들에게 입양된 인간 딸 ‘선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정을 느낄 때마다 몸이 굳는 병을 앓는 외계인들은 생존을 위해 감정을 거세하는 약을 먹어야 했다. 언니 외계인은 선아에게 ‘웃어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약을 포기하고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만, 남겨진 이모 외계인은 선아를 끝까지 보살피기 위해 감정을 지우는 약을 계속 먹으며 무감 무정한 보호자가 되기를 택한다. 어린 시절 이모의 무심함에 상처받으며 자란 선아는 성인이 되어서야 그 ‘무감 무정’한 모습이야말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치열한 사랑의 모습이었음을 깨닫는다. 종이 다르기에 감각되지 않았던 거대한 희생을 소재로 작가는 ‘공존’을 위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의 무게를 담담히 전한다.

“설정과 플롯, 독특한 스타일이 최상의 비율로 어우러진 진미.” _ 조예은(소설가)
모순된 현실 위로 피어난 SF적 상상력,
이멍이 그리는 지금의 한국


이멍의 소설은 전형적인 SF 문법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아주 익숙한 향수와 감각들이 느껴진다. 도시 외곽 창고 촌에서 흐르는 바람 속 알싸한 철 냄새, 전통 한옥에서 마시는 막걸리 누룩 냄새, 횟집의 물비린내, 아무도 없는 영화관의 갇힌 공기 속 객석의 가죽 냄새… 이멍은 이 감각들을 생생하게 끌어올리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씁쓸함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씁쓸함은 한국의 노동문제, 돌봄 문제, 공장식 축산, 혐오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멍은 ‘의도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으나, 그의 글에는 그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기이한 현실감을 지닌다. 물류 창고에서 일하다 위에서 떨어진 안정기에 맞아 어깨를 다친 경험,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탈모에 대한 고민, 공장형 축산으로 고통받는 돼지의 눈빛을 알고 있으면서도 먹고 싶을 때마다 피순대를 사 먹게 되는 행위. 작가는 평범하게 영위하고 있는 일상 속에 숨은 의미들을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멍은 작가의 말에서 생각을 뒤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독자를 설득하는 시도가 재미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귀신과 곤충, 외계인 등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인간들은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과 작가의 탁월한 필력을 통해 생동감을 얻는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역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역지사지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장르적 재미로 뛰어난 흡입력을 지님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기억하며 내재화할지 묻는 독특한 깊이를 지닌 소설집이다.

작가의 말

“이 책에는 나의 경험이 일부 들어갔다. 붉은 벽돌 창고와 직접 문을 여닫아야 하는 화물 승강기, 원격 조종으로 알아서 처리되던 온갖 사무 업무와 머리 위로 떨어진 구식 안정기. 다행히 안정기는 어깨로 떨어졌고 약간의 타박상만 남겼다. ‘당신 엄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것’의 도움을 마다할 수 있었을까? 나는 가끔 고민한다.”

추천평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각기 다른 걸 기대한다.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지만 훌륭한 요리는 고유의 맛으로 취향과 기대를 무력하게 하기 마련이다. 설정과 플롯,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이 최상의 비율로 어우러진 진미. 그게 내가 이 소설집에 가진 첫인상이다.

SF와 호러, 로맨스까지. 책 안에 담긴 다섯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장르를 가지며, 소재 또한 하나하나가 뇌리에 잔상을 남기는 강렬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 종잡을 수 없는 재료들을 특유의 재치와 섬세함으로 능숙하게 조리해 공존과 기생이라는 주제의 완벽한 코스를 구성한다. 욕망의 향신료를 뒤집어쓴 인물들을 킁킁거리며 쫓다 보면 그새 진하게 우러난 여운에 얼떨떨한 기분마저 들고 만다. 이멍 작가가 가진 ‘특제 소스’가 궁금할 따름이다.

두려움과 애틋함을, 끔찍함과 사랑스러움을 오가는 과감하고도 균형 잡힌 스펙터클.

레시피의 가혹한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후루룩 쩝쩝’ 먹을 수밖에 없는 환상의 맛. 이 특별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은 이들이 맛볼 수 있길 바란다. 책장을 덮자마자 생각했다. 또 읽고 싶다! 더 줘!” - 조예은 (소설가)
“다른 종을 착취하면서도 자주 기만에 젖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지적 충격을 주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를 유지하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았다.” - 강지희 (문학평론가, 「후루룩 쩝쩝 맛있는」 심사평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축화하는 동물에게 저지르는 짓의 역지사지를 제대로 실감하게 만든다. 엉뚱한 설정과 황당한 상황도 이 소설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는데 캐릭터의 생생함, 탄성 좋은 문체의 힘이 크다. 리듬감 넘치는 문장을 읽는 도중에 모종의 흥이 실리기 때문인지 무리수 가득한 설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떤 소재를 쓰더라도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 작가의 손맛(필력)이 믿음직했다.” - 김성중 (소설가)
“음식의 묘사가 내내 군침을 돌게 했고 기본기가 탄탄하여 즐겁게 몰입했다.” - 김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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