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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락
고선경
창비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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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40위 소설/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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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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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고선경이 건네는 달콤씁쓸한 시 한 잔
생존도, 사랑도 버거운 이 시대에 고선경 시인이 내놓은 찬란한 시들. 고단한 일상을 정면으로 마주하지만, 순정을 잃지 않은 시 속에서 뜻밖의 애틋함을 읽는다. 21세기엔 사랑과 이별을 이렇게 노래했었다지, 하고 떠올릴 시집.
2026.04.17.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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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 내가 남긴 바이러스를 너는 아주 오래 퍼뜨리게 될 거야

고백
늦여름 동거
순수하고 뒤숭숭하며 존경스러운
러브 온 더 락
GOTCHA
흰 우유에 빠뜨린 오레오 쿠키를 수저로 건져 먹을 때
다음 생에는 걱정 끼치지 않을게
엔젤 오브 시티
아포칼립스
스푸마토
누덕누덕
남자 친구가 정신과 약 먹는 여자를 싫어해요
잠복

제2부 · 투명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어떻게 할래?

창조의 아침
오키나와 러브!
멸망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노력
생수와 물
두툼하고 큼직하며 사랑스러운 구름
세 사람
건대입구역 4번 출구 앞에 모로 누워 있었다
가까이 보고 멀리서 만나
조립식 인간의 심신 수련
당신은 왜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가
불가해한 의지가 모호함을 지속하려 한다
벽난로 속 미래
쁘띠 세흐보
바리케이드

제3부 · 자기는 살아서 나를 기억해야지

당신이 모르는 당신 이야기
물거품과 면도날
하우스키핑
Merry X
‘죽어도 좋아’라는 제목의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죽어도 좋아’ 따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Winter Baby
12월 블루스
메종라피트의 잠 못 이루는 월요일
얼룩무늬 자매
침사추이에서 비치로 가는 길
결정적인 감염
사랑과 자유와 평화
겨울 기르기
Guilty Favorite

제4부 · 또 무엇을 발명했더라

모터 소리, 투명한 날개
빛의 실루엣
후르츠 멜란지
패션
땡땡이 무늬 양말 벗기
예쁜 단어만 나열해놓고 왜 사랑이라고 우 기지?
포도 향 구름이 흐르던 나날의 우울
프롬 마티니
오리를 닮은 악기를 물가에 띄우면 부리 안쪽에서 귀여운 멜로디가 저절로 흘러나 올 것 같았지만
답장을 보내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눈 내리는 3월에 떠오른 좋은 생각
청배
싱싱한 바닐라 한 송이와 알레르기

해설|인아영
시인의 말

저자 소개1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러브 온 더 락』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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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46g | 125*200*13mm
ISBN13
9788936425357

책 속으로

너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분홍색 카디건과 청바지를 골라 입었지 상점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를 기억해두었고 캐러멜 하나를 너에게 쥐여주면서 이거 내 전부야, 말했어

전부를 건네받고도 질투를 느낀다는 게 이상하지 않고
네가 꿈에서 깨물었다는 과일의 이름이 궁금할 뿐이지

나는 너에게 자두에 가까운지 딸기에 가까운지
어떤 붉음일지
미끈한 턱을 타고 흘렀을 과즙의 끝 맛을 상상했지
---「고백」중에서

오려진 손톱 발톱이 불투명하게 바닥을 덮는다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훔쳐내려 하지만
바닥이 손을 훔친다

손바닥에는 무른 딸기 냄새…… 짓이겨진
빨래를 털어 널 때는 우리가 충분히 함께인 것 같았다
가끔 티셔츠 안쪽에서 이름 모를 곤충이 튀어 올랐고 나는

사랑해!
외치고서 책으로 때려 죽였다
---「늦여름 동거」중에서

우리가 살아서
너무 살아서 죽음 같은 키스를 나누고 있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붓끝에서 이 장면이 채색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캔버스 안쪽의 검푸른 바다가 넘실대며 촉감을 지우려 할 테지만 나는 “천국에도 주정뱅이와 협잡꾼이 있어” 속삭일 수 있다
---「스푸마토」중에서

우리 여기서 한 일이라고는 물고기 밥 주는 것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건 해야 할 일의 전부와 같았다 수족관에 가지 않고 아메리칸 빌리지에 가지 않고 단지 태닝 키티가 그려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하 시내를 걸었어 바다에 빠져 죽지 않고

진짜 촌스럽게
좋았지?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지만
나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지

그걸 배우러 너랑 여기에 온 것 같아
---「오키나와 러브!」중에서

미안하거나 미워한 친구와 우연히 길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본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너에게 깨진 사탕 조각처럼 자꾸만 눈에 밟히고 싶었던 것 같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잃을 일이 없는 (거의 추억이 될 뻔한) 기억의 한 장면에 삽입하고 싶었던 음악 또는 소음

오후의 감귤나무 위로 쏟아지던 햇살 눈부셨고
저녁에는 금속처럼 빛을 반사하며 식어가던 바닷물
빨고 말려도 눅눅한 수건
---「물거품과 면도날」중에서

우리는 이 케이크를 먹고 헤어지고요
남은 마음은 포장하고요 어느 날 세면대 앞에서
레몬 향 비누 거품에 다 씻길 테고요

네가 사준 흰 운동화를 신고 찾아간 공원
벤치에 앉아 레몬 맛 맥주를 마셨습니다
사람들 말소리를 좀 듣고 싶었는데
맥주에서 고수 향이 느껴졌습니다

이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잔디밭에서 개들이 뛰어노는 모습이나
관망하겠습니다
---「Guilty Favorite」중에서

계절성이라는 말에는 의혹이 뒤따른다
의혹과 유혹

멀어진 친구가 어느 날 티브이에 나왔다
몇년 전이더라,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기에
하지 않았다

미워하는 마음이든 축하하는 마음이든
전할 수 없다면 가지기도 싫다

---「후르츠 멜란지」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빨리”
생존과 낭만이 충돌하는 리얼리즘의 카타르시스


이번 시집의 강력한 매력은 환상에 기대지 않고, 우리 삶의 비루한 조건들을 시의 한복판으로 성큼 끌고 들어온다는 점이다. 고선경의 시에서 사랑은 더이상 뜬구름 잡는 추상어가 아니다. 화자는 사랑을 나누는 천사 앞에서도 천장만 보며 “이 집 보증금이 삼천이야”라고 읊조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입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기도”를 드리자면서도 “나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빨리” 끝내자고 서두른다(「엔젤 오브 시티」). 이처럼 시인은 부동산, 출근, 영수증, 모바일 청첩장 등 일상적인 소재를 동원해 동시대인이 겪는 피로감을 정조준한다. “우리는 이 케이크를 먹고 헤어지고요/남은 마음은 포장하고요”(「Guilty Favorite」)라며 이별조차 테이크아웃하듯 경제적으로 처리하려는 태도는 시대상을 리얼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뼈아픈 공감과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너를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너를 위해 돈을 벌고 싶다”(「눈 내리는 3월에 떠오른 좋은 생각」)라는 역설적인 선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의 동기가 ‘노동의 목적’으로 치환된 이 씁쓸한 구절은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건넬 수 있는 애틋하고 숭고한 고백으로 읽힌다.

달콤한 과즙 이면의 서늘한 향기, 그 감각의 범람
파괴를 무릅쓰고 기꺼이 들이켜는 매혹적인 독주 한잔


나아가 『러브 온 더 락』은 한편의 하이틴 누아르를 보는 듯한 강렬한 후각적 심상이 뒤따른다. “향기의 범람”이자 시집 곳곳이 “후각이라는 코드로 이루어져 있”(해설, 인아영)기에 시적 경험의 밀도가 높다. 멸망하고 끝난 뒤에도 “사랑보다 오래 버티는 냄새”(「사랑과 자유와 평화」)를 집요하게 붙잡아, 지금 여기의 생생한 감각으로 되살려놓는다. 달콤한 과일 향으로 우리를 유혹하던 화자는, 기어이 “껍질이 두꺼운 열매를 짓이기고 난 다음의 감정”(「러브 온 더 락」)을 직시하게 한다. 상처 입고 물러터진 감정들을 부수고 짓이겨 얻어낸 맑고 독한 진심, 그것이 바로 시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한잔의 칵테일이다. “나는 더 망해야 한다는 것을//그리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후르츠 멜란지」)라고 선언하는 화자의 뻔뻔하고도 씩씩한 태도는 불안한 시대를 견디는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찔한 빛깔로 열린 열매의 내부에서 폭죽이 터지듯이”(「러브 온 더 락」) 기꺼이 망가지고 짓이겨지며 사랑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파괴적인 선언은 묘한 쾌감마저 안긴다.

기꺼이 망가지는 우리들의 아름답고 찌질한 블루스
상처받은 당신에게 건네는 맵고 달콤한 위로


『러브 온 더 락』은 사랑마저 피로해진 이 시대를 버텨내는 우리 모두의 찌질하고도 눈부신 자화상이다. 독자들은 자조와 위악으로 무장한 화자의 고백 앞에서 킥킥대며 웃다가도, 어느새 서투르게 삐걱거렸던 자신의 지난 연애와 고단한 일상을 떠올리며 가슴 한편이 시큰해짐을 느낀다. 돈과 생존이라는 거대한 농담 속에서도 끝내 누군가에게 마음을 쏟고 마는 우리의 벅찬 삶은, 비루하지만 찬란하기 때문이다.

차갑고 단단한 현실 위로 쏟아진 이토록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사랑의 기록은 평소 시를 즐겨 읽지 않던 독자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단 한 페이지만 마셔도 그녀가 숙성시켜온 일생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추천사처럼, 고선경이 내미는 이 눈부신 잔을 기꺼이 받아들길 권한다.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맵고 달콤한 세계에 당신도 완벽하게 취해버리고 말 테니.

시인의 말

진짜 사랑으로 바글거리는 것 같았다.

2026년 4월
고선경

추천평

고선경의 텍스트는 당도 높다 이름난 모든 과일이 착즙된 향을 폴폴 풍긴다.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찔러올 때면 웃음이 마구 터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 마음이 뒤틀리다 눈물이 난다. 나는 그녀의 시를 접한 이후로 단순히 귀여워 보이던 것들을 더이상 귀엽게만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에서 끝없이 탄생되는 단맛의 반대편을 이 시집에서 툭툭 던져낸다.

그녀의 인생에서 ‘사랑’이란 물이 지구를 차지하는 비율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기에. “너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지만/나는 사랑에 실패하지 않지//그걸 배우러 너랑 여기에 온 것 같아”라고 읊조리는 사랑에는 어떠한 껍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토록 꾸밈없는 목소리는 스스로 낯부끄러워 꽁꽁 숨겨두었던 내 사랑마저 훅 낚아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게 대신 외쳐주는 것만 같다.

『러브 온 더 락』은 술을 잘 모르는 내가 눈으로 대충 훑어도 알딸딸해지는 와인의 맛을 지녔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와인 한 병으로 전신 샤워를 마친 내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전혀 찝찝하지 않다. 오히려 내 피부 위에서 끈적이는 글자들을 킁킁대다 혀를 대어보고 싶다는 충동마저 일어난다. 무취의 세계에서 그녀가 부어주는 시들을 사랑이라는 단어 말고 무엇으로 부를 수 있을까. 한 페이지만 마셔도 그녀가 숙성시켜온 일생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로로 (싱어송라이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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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

고선경 작가의 "러브 온 더 락"은 한양아파트 단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감성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사랑의 비논리적이고 감각적인 면모를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효율주의와는 다른 사랑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시인은 사랑을 감각적인 경험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사랑의 다양한 감각적 향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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