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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015
서시序詩 019 런던의 두 퀸 014 친구 밥상 046 쉿, 비밀이야 074 워리 비 해피 100 손의 기억 124 아스팔트 위의 민달팽이 148 그들의 이소(離巢) 168 무대가 열리고 불이 들어오면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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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마저, 금이 간 유리 위를 딛듯 위태로운 중환자실. 창가 4번 침대에 당신의 어머니가 누워있다. 어머니 손을 잡으려다 당신은 멈칫한다. 종아리를 치던 손 위로 열에 들뜬 당신을 업고 병원까지 달리던 손이 겹친다. 그 손을 한 번도 먼저 잡아본 적이 없다.
“어머니…” 조심스레 불러보지만, 어머니는 이미 대답할 기력을 잃었고 당신은 대답을 들을 기회를 놓쳤다. 늘 “나는 괜찮아”라며 자신을 다독이던 어머니가 그렇게 이승을 떠나고 있었다. 당신은 삼도천을 건너는 뱃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어머니 손을 감싸 쥐었다. 식어가는 온기를 당신의 체온이 아프게 채웠다. “괜찮아요, 이제 다 괜찮아요…” 그때부터였던가. 당신의 삶이 어머니의 손을 떠나보내는 아픔으로 얼룩진 것이. * 여름 내내 더위와 전쟁 중이다. 7월부터 이어진 열대야 때문에 밤마다 잠까지 설친다. TV를 켜도 이상기온이니, 고속도로 정체가 어떠니 떠드는 소리뿐이라 어디라도 훌쩍 떠나 볼까 하다가도 막상 더운 바람 한 줄기만 스쳐도 금세 의욕이 꺾인다. 집 안에만 틀어박힌 지 벌써 두 달,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은 더부룩하고, 기분은 땀 절은 빨래처럼 눅눅하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생수 한 병을 다 마신 당신은 휴대전화를 켜 가족 대화방을 연다. ― 나 이러다 영혼이 증발하겠어. 계곡에라도 데려가 줘. 아이들 챙기며 직장 다니느라 바쁜 세 자식에게 이런 말 하는 건, 어미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속을 털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 투정을 부려봤다. 그런데 뜻밖에 늘 바쁘다며 톡 확인도 안 하던 막내딸 수지가 답을 띄웠다. ― 이번 주말에 같이 가요. 수박 한 통 사 가지고. ‘얘가 웬일이래?’ 당신은 고개를 갸웃하다 얼른 손가락을 움직인다. ― 그런 데가 있긴 해? 그리고 너는 바쁘잖아. 잠시 후, 수지가 강한 어퍼컷을 날린다. ― 우리 김 여사가 죽겠다는데, 구급차 타고라도 가야지 어쩌겠어요. 후후. 그 말에 당신은 피식 웃음이 터진다. 화면 속 글자 몇 줄이 방금 마신 물 한 병보다 더 시원하게 가슴을 적신다. 수지 말로는 양평에서 청평으로 이어지는 37번 국도를 달리다 용문산 남쪽 능선이 보이는 용천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십 분쯤 들어가면 당신이 좋아할 만한 계곡이 있다고 한다. 그곳은 폭이 넓고 물도 많아 곳곳에 크고 작은 소(沼)가 있고, 상류에는 고려 말 고승 원증국사의 사리탑이 있는 고찰 ‘사나사(舍那寺)’도 있다며 간 김에 그곳도 들러보잔다. ― 엄마 핑계로 나도 좀 쉬려고요. 토요일 아홉 시, 기사 출동합니다. 다른 두 자식은 여전히 톡을 씹는데, 그래도 막내가 어미 체면을 살려준다. 수지는 물이 철철 흐르는 계곡과 절 풍경을 찍은 영상까지 올려준다. 고즈넉한 사찰 풍경, 그 옆으로 쏟아지는 물소리에 당신의 입이 절로 벌어진다. 당신은 수지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오케이’ 이모티콘을 띄우고 한 줄 멘트까지 날린다. ― 좋아. 수박은 내가 사 가지. --- 「*손의 기억」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