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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 문재인(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Ⅰ. 조짐 1. 어명, 산성을 버려라 │ 11 2. 검은 바다를 건너 │ 16 3. 낭선 │ 35 4. 칼춤 │ 47 5. 《기효신서》의 밤 │ 54 Ⅱ. 무너지는 나라 6. 전쟁의 그림자 │ 67 7. 의주성의 함락 │ 90 8. 병마절도사 본진 │ 115 9. 배신의 벼슬 │ 132 10. 불타는 안주성 │ 151 11. 강화로 가는 행조 │ 162 Ⅲ. 산에 오른 사람들 12. 피난 │ 181 13. 용골산에 들다 │ 207 14. 모의 │ 214 15. 계략 │ 238 16. 의병장 │ 249 Ⅳ. 항전을 위하여 17. 향을 피운 왕 │ 265 18. 성의 방책 │ 276 19. 음모를 품다 │ 297 20. 전추태산 │ 320 21. 돌아온 전사 │ 326 Ⅴ. 성은 말하지 않는다 22. 눈엣가시가 되다 │ 333 23. 삼만 대군의 침공 │ 344 24. 승전보를 전하라 │ 366 25. 곡성 │ 371 26. 행조의 희망 │ 381 27. 칼보다 무서운 격문 │ 393 28. 목숨을 건 전령 │ 408 Ⅵ. 포위된 시간 29. 처단 │ 439 30. 두 번째 침공 │ 449 31. 독부의 후원 │ 467 32. 서로의 기별 │ 476 33. 조선의 칼잡이 │ 483 34. 몽골 기병 │ 505 Ⅶ. 항복하지 않은 성 35. 타들어가는 밤 │ 519 36. 불타는 산성 │ 539 37. 죽음의 행군 │ 556 38. 조정의 분노 │ 572 39. 어명, 돌아가라 │ 579 40. 무너지지 않은 성 │ 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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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정묘호란 400주년!
치욕의 역사 속에서도 끝내 꺾이지 않은 영웅과 민중의 이야기 장수들은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숱하게 쓰러져 간 전우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지켜온 성이었다. 그곳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길고 긴 사투 끝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희미하게 스쳤다. “우리는 빈손으로 이 성에 들어와 조선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우리가 있었기에 조정의 체면이 섰다. 백성들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다. 훗날 역사가들이 오랑캐들에게 이 나라 강토가 짓밟혔다고 기록한다 해도, 우리가 있었기에 모두 그러했다고는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공적은 여기 있는 제장들과 성안 백성들의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정봉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충루 너머를 아득히 쳐다보았다. “여러 장수들의 생각도 나와 같을 것이라 믿는다. 내일은 너무 촉박하니, 이틀의 말미를 주겠다. 모레 이른 새벽, 성을 나서도록 하자.” 정봉수의 말이 끝나자, 장수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 장수들은 진충루 마룻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울분을 토했다. 추상같은 어명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의 절규는 진충루의 육중한 기둥 사이를 맴돌았다. 용골산성의 밤을 더욱 비통하게 만들었다. 이틀이 지났다. 용골산성의 새벽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차가웠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이었다. 희미한 여명조차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의병장 정봉수의 침통한 목소리가 성안에 울려 퍼졌다. “성안의 모든 의병과 백성들은 성을 비워라. 이는 주상 전하의 어명이시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난 회의에서 보였던 체념을 넘어선, 짙은 슬픔과 단념이 섞여 있었다. 군사들의 발걸음 소리와 짐을 꾸리는 백성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뒤섞였다.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둠 속에서 교차했다. 성을 나서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늙은 기수는 진충루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장대에 올랐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떨리는 손으로 징채를 들었다. 징 소리는 단순히 성을 비우라는 명령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용골산성의 역사가 이로써 끝이 난다는 슬픈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머뭇거리던 그의 손이 이내 징을 내리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징, 징, 징.” 용골산 꼭대기에서 울리는 징 소리는 거대한 산의 심장이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푸른 산등성을 넘어 멀리 골안개처럼 아득하게 퍼져나갔다. 그 소리는 산을 내려가면서 더욱 큰 울림으로 번져갔다. 성벽을 타고 내려와 성안의 모든 이들의 가슴을 직접 두드렸다. 징 소리 하나하나에 서린 회한과 비통함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 징 소리가 메아리치는 동안, 성안의 병사들과 백성들은 말없이 각자의 짐을 챙겼다. 밤샘 걱정과 슬픔으로 인한 피로가 역력했다.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또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막막함이 뒤섞여 있었다. --- 「그날, 나는 항복하지 않았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