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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곳으로
제2장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제3장 철쭉과 방울뱀 제4장 나그네들 제5장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제6장 우리 부부의 문제 제7장 여자 떠돌이 제8장 내게 맞는 신발 제9장 전진을 계속하다 제10장 허리케인 제11장 쉼터 제12장 꼭 도착할 거야 제13장 엄청난 재난 제14장 산의 노인 제15장 다시 돌아오다 제16장 일곱 번째 운동화 제17장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고독 제18장 또다시 트레일 위로 제19장 개척자 제20장 새로운 길 제21장 잊을 수 없는 이름 에필로그 감사의 글 참고문헌 |
Ben Montgom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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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간이 가장 좋았나요?”
“그거야 당연히 내리막길이지, 이 젊은 양반아.” 67세에 홀로 3,500킬로미터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최초의 여성, 엠마 게이트우드의 놀라운 여정 1955년, 3,500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최초의 여성이 등장한다. 키 162센티미터, 몸무게 68킬로그램, 나이 67세. 146일 만에 종착지 정상에 도착한 이 여성의 행색은 마치 하수구에서 기어 나온 듯하다. 부러진 안경과 밑창이 다 떨어진 운동화, 눈 주위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 보인다. 허리케인과 홍수, 깊은 어둠과 추위가 가득한 길을 대체 어떻게 걸어온 걸까, 침낭도 지도도 없이 작은 자루 하나만을 짊어지고 왜 그 먼 여정을 나서게 된 걸까? 이 책의 저자 벤 몽고메리는 탐사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저널리스트이며, 퓰리처상 지역 보도 부분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실력 있는 기자이다. 그는 20세기 중후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였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엠마 게이트우드의 인생을 재조명했다. 게이트우드가 남긴 일기와 편지, 그녀가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유족 인터뷰 등을 통해 그녀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간다. 또한 게이트우드 개인의 삶과 더불어 애팔래치아 산악 지대의 역사, 트레일 개척 과정,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경제, 인권, 개발 문제 등을 정교하게 엮어냈다. 게이트우드 할머니는 트레일을 완주한 후 어느 기자에게 말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이 정도 트레일은 별거 아니더군요”라고. 그녀는 어떤 인생을 걸어왔을까.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철조망도 진흙 길도 거침없이 넘나드는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경쾌한 발걸음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로, 조지아주에서 메인주까지 14개 주를 가로지르는 트레킹 코스이다. 엠마 게이트우드는 동네 병원 대기실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통해 트레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10대 아이들,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정상을 오르는 사진이 실려 있었고, 지금껏 트레일 종주에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뭔가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다. 트레일에 매료된 엠마는 1년간 준비에 돌입한다. 요양원에서 일하며 여행에 쓸 돈을 모았고, 매일 거리를 늘려가며 걷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1954년 66세의 나이로 트레일에 도전했지만, 일주일 만에 길을 잃고 구조된다. 1년 뒤 다시 “산책 좀 다녀올게”라는 짧은 인사를 남긴 후 길을 떠났고, 146일 후 메인주의 카타딘 산 정상에 오른다. 책은 그 5개월간의 여정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엠마는 군사 시설의 철조망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버리고, 밤에는 캠핑장 테이블 위에 대자로 누워 자다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는 혼자 킥킥거린다. 안경이 부러져 앞이 보이지 않고, 길을 잘못 들어도 그녀는 쉽게 낙담하지 않았다. 대신 수첩을 펼쳐 지나온 풍경,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록했다. 한 남자에게 마실 물을 구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이렇게 적었다. “어쨌거나 아주 잘생긴 남자였다”라고. “끝이 안 보이는 폭력과 돌봄과 노동을 졸업한 노년의 잠재성에 관한 영감을 주는 귀한 책.” -은유 작가 오직 자신을 위해 걷기를 멈추지 않았던 한 여성의 자유롭고도 강인한 삶 속으로 엠마 게이트우드는 트레일을 두 번 더 완주해 77세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총 세 번이나 완주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84세까지 앞장서서 트레일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으며, 지구 둘레 절반에 달하는 2만 2,500킬로미터를 넘게 걷게 된다. 하지만 흐리거나 맑거나 걷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가 절대 걷지 않은 짧은 거리가 있는데, 바로 전남편이 자신을 보러 와달라고 요청한 길이었다. 엠마는 11명의 자녀를 키우며 끝없는 가사노동과 빚에 시달렸고, 남편의 폭력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숲은 그녀에게 안전한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35년간의 결혼생활 후 마침내 이혼했으며, 아이들이 장성해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제는 내가 떠날 시간”이라고 느낀 것이다.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종주 소식은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으며 저녁 뉴스에 방송되었고, 주부들은 그녀가 실린 신문 기사를 오려 주방에 붙여두었다. 하지만 엠마는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와 높아져가는 유명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평화와 고요함, 자기 자신을 위한 혼자만의 발걸음이 전부였다. 왜 그 먼 길을 걷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재미 삼아서”, “그냥, 하고 싶으니까”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게이트우드 할머니에게 걷는 이유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출발하는 것, 잠시 버텨내는 것, 그리고 다시 길을 찾아가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저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 번 정도만 그렇게 하면 된다”라는 그녀의 무심한 말에 용기가 나는 이유이다. **추천사 게이트우드 할머니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그가 가진 힘은 놀랍다. 67세에 3,500km를 걸었다는 기록 자체보다 나의 안전, 평화, 재미를 위해 몸을 둘 곳이 어딘지 안다는 점이 대단하다. 남들의 이러쿵저러쿵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고 자신을 믿었다. 끝이 안 보이는 폭력과 돌봄과 노동을 졸업한 노년의 잠재성에 관한 영감을 주는 귀한 책이다. - 은유 (작가) 엠마 게이트우드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왜 걷기 시작했는지 말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 말해야 한다. 1955년 ‘여성 최초’라는 기록 뒤로 긴 시간 겪은 가정폭력부터 도피처로 택한 숲의 황홀, ‘할머니’에 대한 세간의 무시와 종래 마주한 든든한 환대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당신을 멀고 웅장한 숲길로 안내한다. “흐리거나 맑거나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라는 말은 트레킹에만 적용되는 잠언은 아닐 것이다.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이야기가 한국까지 먼 길을 왔다. 부디 반겨 읽어주시기를. - 이다혜 (〈씨네21〉기자, 《오래된 세계의 농담》 저자) 허리가 부러져 마음까지 쪼그라든 내게 게이트우드 할머니가 찾아왔다. 예순일곱의 나이에 애팔래치아 산맥을 혼자 걸은 그녀가 말했다.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위대하다고. 지금 필요한 건 한 발을 떼는 작은 용기라고. 그녀가 건넨 담백한 위로에 기대어 웅크린 몸을 세워본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길은 언제나 그랬듯 새 길을 열어줄 것이다. - 김남희 (여행가, 《일단 떠나는 수밖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