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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롭 인 단청
박형설
트립풀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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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단청이란? 07
한국의 전통 단청 21

저자 소개 1

루시안

여행과 영화를 좋아하는 프로 감성러. 컴퓨터가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 민트색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 사진가. 편집자. 기획하는 사람. 사진집 〈Blue & Sand Beige〉, 포토에세이 〈Crop in TOKYO, OSAKA〉, 〈Crop in JEJU〉, 문화사 책 〈독,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계략〉, 〈날개, 중력을 거스르고픈 인간의 욕망〉을 집필하고, 민족지 사진집 〈중앙아시아에 모든 것을 바쳤던 한 인류학자의 기록〉 사진 보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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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20*220*20mm
ISBN13
9791199579613

책 속으로

단청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선사시대 제사와 제단 장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중국의 〈회남자〉에는 단청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삼국시대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목조건축을 보호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나무에 여러 색을 칠하기 시작한 것이 단청의 시작이었다. 이후 불교 사원이 활발히 지어지던 삼국시대에 단청의 기법이 발전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그 예술성이 절정에 이르렀다. 조선시대에는 궁궐과 사찰에 널리 쓰이며, 단청은 문화적·종교적 상징을 지닌 한국 고건축의 대표적인 예술로 자리 잡았다.
--- p.12 「단청이란?」 중에서

법주사의 돌계단을 딛으며 천왕문을 지나면, 화려한 단청이 햇살 속에서 반짝인다. 붉은 기둥 위 단청의 무늬가 서로 춤을 추며 산사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전한다. 사찰 곳곳에는 스님들의 기도와 수백 년의 시간이 쌓여 있고, 단청 위에 남은 채색의 흔적에는 그 긴 이야기가 스며있다. 전설 속 백두대간을 수호했다는 호법신들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 신라의 예술과 고려의 건축이 만나는 공간처럼 서 있는 장엄한 팔상전과 대웅전의 단청에는 화려함보다는 온화함을 품고 있어, 햇살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 색깔의 결도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 p.30 「한국의 전통 단청」 중에서

양평 용문산 자락에 다다르면, 천년 세월을 품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먼저 길손을 맞이한다. 그 아래로 향하는 길 끝에는 고려 우왕 때 대장경을 모셨던 용문사가 자리한다. 전각의 기둥과 단청에는 오래된 불심과 장인의 숨결이 깃들어, 햇살이 스치면 붉은 선과 푸른 곡선이 은근히 빛을 바꾼다. 마치 세월 속에서 되살아난 기도가 색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화마에 사라졌던 절은 스님들의 손끝에서 다시 일어섰고, 단청 위로 스며든 빛은 그 인내와 회복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한다. 돌계단을 오르며 마루에 서면, 시간의 결이 발끝에 닿아 과거와 오늘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 p.46 「한국의 전통 단청」 중에서

덕숭산 품 안, 수덕사의 대웅전 앞에 서면 천 년 나무가 품은 시간이 켜켜이 느껴진다. 붉은 기둥 위로 얹힌 주심포 공포와 맞배지붕의 선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백제의 숨결과 조선 후기 장인의 손길이 겹겹이 쌓인 기록이다. 햇살이 단청 위로 스며들면 갖가지 색은 살아 움직이고, 돌계단과 마당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수행자의 발걸음과 수많은 재건의 이야기를 담는다. 수덕사는 건축과 신앙, 역사와 시간이 하나로 이어진 장대한 서사다.
--- p.58 「한국의 전통 단청」 중에서

감악산의 능선이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는 곳, 범륜사의 단청은 햇살을 머금고 숨 쉬듯 빛난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사이로, 붉은 기둥에 번진 푸른 무늬가 천천히 깨어나는 듯하다. 세월이 남긴 금이 단청의 표면을 따라 흐르고, 그 안엔 수백 년의 기도가 스며 있다. 나는 그 빛을 따라가며 마음속 먼지를 털어낸다. 단청의 색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오래된 숨결처럼 깊고 잔잔하다. 산새의 울음과 함께 스며드는 그 고요 속에서, 범륜사는 말없이 나를 위로한다. 세상 모든 근심을 잠시 맡아줄테니, 지금은 그저 산의 빛을 품은 채 치유만 하라고.

--- p.88 「한국의 전통 단청」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 조각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한국의 색깔과 풍경

단청은 오랜 시간 한국 건축을 지탱해온 색의 언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색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바라본 적이 있을까. 〈크롭 인 단청 Crop in DANCHEONG〉은 익숙함 뒤로 밀려나 있던 단청의 표면을 다시 호출한다. 포토그래퍼 박형설(루시안)은 전국 스물두 곳의 단청을 찾아가, 그 안에 축적된 색과 문양,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기록한다. 이 책은 전통을 설명하기보다, 전통을 ‘보는 방식’을 다시 묻는다.

‘크롭’이라는 방법은 이 책의 핵심적인 시선이다. 장면을 잘라내는 행위는 곧 선택이고, 해석이다. 전체를 포기하는 대신, 한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단청의 구조와 반복, 색의 조화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익숙한 전경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낯선 질서와 리듬이 떠오른다. 단청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이미지이자 사유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감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각 사진에는 촬영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구글맵 QR 코드가 함께 수록되어, 독자가 실제 공간과 이미지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사진에서 추출한 다섯 가지 컬러칩과 RGB, CMYK 코드는 단청의 색을 현대의 시각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통의 색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창작으로 이어진다.

루시안의 크롭 시리즈는 도시와 자연을 거쳐 이제 전통으로 확장된다. 〈크롭 인 도쿄&오사카〉, 〈크롭 인 제주〉에 이어지는 이번 작업은, 장소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과 감각을 포착해온 시선의 연장선에 있다. 그 흐름 속에서 단청은 더 이상 익숙한 장식이 아니라, 새롭게 읽혀야 할 시각적 텍스트가 된다.

이 책은 단청을 통해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로 되돌아온다. 〈크롭 인 단청〉은 그 질문 앞에서, 시선을 조금 낮추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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