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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시한부 반년을 선고받은 친구와 더없이 소중한 나날을 함께한 이야기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비밀 내 소중한 사람 흘러넘치는 마음 꽃말 에필로그 |
森田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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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 대화에는 끼지 못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서 털어놓을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을 겪은 동지다. 안심하고 말할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 --- p.117 “행복과 불행은 남이 정하는 게 아니야. 스스로 정하는 거야. 남들이 불행할 거라고 생각해도, 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잖아.” --- p.276 “슬픔은 말이죠, 극복하는 게 아니에요. 슬픔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해요. 고인을 떠올리는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매일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가끔은 그들을 떠올려 주세요.” --- p.305 내 마음 깊은 곳에는 하루나와 하야사카가 언제나 자리하고 있다. 가시와기 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서 아내의 존재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겠지.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의 아내라는 존재까지 포함해 그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안고 있는 슬픔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 p.330 역시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다. 하지만 이 비는, 결코 슬픔의 비가 아니다. 내 불안과 슬픔을 씻어 흘려보내는 ‘희망의 비’다. 예전에 하야사카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비는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그대로 맞기로 했다. 이 비가 그치고 새로운 하늘을 맞이할 때,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 p.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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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할 수 없는 슬픔을
억지로 지워내야 할 숙제로 여기지 말 것” 떠나간 이들이 남긴 자리 그 빈칸을 채우는 ‘그리프 케어’의 기적 우리는 흔히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이제 그만 털어내고 일어나라’ 혹은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네가 사라진 세계》는 조금 다른 말을 건넨다. ‘그리프(grief, 깊은 슬픔, 비탄, 탄식, 고뇌,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슬픔을 나타내는 말)’란 결코 마음에서 지워야 할 얼룩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삶의 일부이자 그림자라고. 아야카가 찾은 ‘그리프 카페 오노데라’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친구들의 시한부 사랑을 지켜보며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동경했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에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아야카.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딸마저 외가에 맡겨둔 채 죄책감과 무력감에 자신을 가두었던 가시와기.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상실감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한 발짝씩 나아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묵직한 위로를 선사한다. 저자는 ‘그리프 케어(소중한 사람과 사별해 힘들어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일)’라는 생소한 개념을 통해 슬픔을 공유하는 것이 어떻게 기적 같은 치유로 이어지는지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죽은 아내가 보낸 축복 상실을 넘어 다시 사랑할 용기에 대하여 《네가 사 라진 세계》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는 가시와기의 죽은 아내가 남긴 ‘남편의 미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죽은 아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짓눌린 아야카가 걱정한 대로 ‘나를 잊지 말라’는 저주 섞인 원망이 아닌, ‘나보다 더 멋진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길 바란다’라는 그녀의 진심은 아야카와 가시와기, 그리고 독자들의 심장에 깊이 박혀 든다. 죽은 자의 축복을 받은 이들의 사랑은 더 이상 죄책감이 아닌 그들 앞에 남겨진 삶에 대한 용기이자 사명이 된다. 그리고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거베라의 꽃말은 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는 아홉 송이의 염원과, ‘나의 연인이 되어달라’라는 열두 송이의 고백은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아름답게 시각화한다. 비는 언제나 인생의 분기점마다 아야카를 따라다녔고, 그녀를 처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에서 내리는 비는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과 고독을 씻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게 하는 ‘희망의 비’다. 이 책은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하루의 무게를 견디며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따뜻한 희망의 비를 내리게 할, 가장 다정한 ‘꽃말’ 같은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