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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능소화 이월애(二月愛) | 제비꽃 연정내 | 이름을 불러다오 | 그대에게 스며들기 | 경의선 숲길에서·2 | 개구리 뛰어오른 날 | 능소화·3 | 능소화·4 | 능소화·5 | 능소화·6 | 꽃이 피고 지다 | 연(蓮) 이야기 | 꽃구경 가자 | 이렇게 어여쁠 수가 | 가을꽃 처럼 | 쑥부쟁이 사랑 | 늦가을 장미에게 | 설국(雪國) | 첫눈·3 2부 지하철 단상 마음 다스리기 | 그냥 콱 | 나를 향해, 쉼표 | Not bad 인생 | 겨울에는 이별하지 말기 | 오락가락 비에 대처하기 | 인연·4 | 계속 걸을 수 있게 | 약속의 굴레 | 환절기(換節期) | 파랑새의 노래 | 지하철 단상(斷想) | 지하철 단상·2 | 지하철 단상·3 | 지하철 단상·4 | 문득 | 한번 쌩긋 웃어봐 | 가난한 연인의 바캉스 | 상상 지옥 3부 억새, 몸짓으로 말하다 시시비비(是是非非) 세상 | 봄은 어디에 | 보릿고개 | 새해 | 억새, 몸짓으로 말하다 | 북극 곰과 푸른 바다 거북이 | 생명의 물 | 빌딩숲 만 보지마 | 백신 맞던 날 | 의·료·대·란 | 세연정(洗然亭) 연가 | 다름 | 삶의 경계에서 | 정의를 말한다 | 묵언수행·2 | 꼰대 | 내 더위 사가게 | 아이 울음 소리가 끊겼다 | 어른이 된다는 건 4부 래빗, 위대한 사명이여 새날 새녘 | 그 날 | 삼월에는 | 마음 준비 | 울돌목 숭어의 외침 | 봉선화 꽃물 들이던 날 | 초인(超人)이 그립다 | 군가를 부를 때 | 생도(生徒)와 유생(儒生) | 불암산에게 물어본다 | 열아홉 아흔셋 | 래빗, 위대한 사명(使命)이여 | 여학도병을 기리며 | 다시 쓰는 신화, 춘천대첩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그날이 오면 |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 건국 시론(建國 時論) | 하늘 열리던 날 | 그대를 기억합니다 해설 내면의 순수성과 인간의 근원을 지향하는 사랑의 미학 - 문복희 (시인) |
李曙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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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햇빛 스며드는 곳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능소화 한 무리 주홍빛 매혹적인 자태 서걱대는 바람결에 낮빛이 처연하다 뜨거운 태양볕 얼굴 붉히며 담벼락도 울타리도 넘어 하늘 끝까지 오를 기세이더니 더 이상 휘감을 버팀목이 없구나 제 몸 의지하여 힘없이 내려온 덩굴손 그대 향한 그리움 훨훨 태워 마지막 한 송이 피워 올렸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꽃 무더기로 툭 떨어져 미련으로 남은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끝내 부르지 못한 애닮은 연가(戀歌)여 --- 「능소화·4」 중에서 길 위에 서성이던 사람들 무리 지어 지하로 들어간다 네모난 김밥 같은 지하철 안에 저마다 인생이 자리 잡고 있다 푸른 시금치 깨 솔솔 함박웃음 대학생 홍당무 열정으로 달리는 샐러리맨 한풀 꺽인 우엉 빛깔 자영업자 계란 지단처럼 빛나는 금융업자 삶의 빛깔 달라도 서로 어우러져 세상을 떠받친다 거미줄처럼 엮인 지하철 출발역은 제각각 달라도 저마다 종착역은 있다 잠깐 졸다 지나쳐도 참 다행이다 환승역이 있어서 --- 「지하철 단상(斷想)」 중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 벼린 칼날로 사방을 휘젓는다 엎드린 억새 무더기 세찬 바람에 산발 되고 허리가 꺾일 듯 휘어져도 서로를 부둥켜 안고 버티고 있다 바람이 귀를 막아도 억새, 잎끝 마디마디 부딪쳐 수천 갈래 비명으로 다시 일어나라 외친다 폭풍이 미쳐 날뛰어도 억새, 죽지 않고 은빛 갈기 몸짓으로 바람의 길을 알린다 휘휘 도는 바람 무리 안에 끝내 가두고 재가 된 어둠 위에 새로운 뿌리 내린다 --- 「억새, 몸짓으로 말하다」 중에서 가슴 속 깊이 묻어 둔 6.25 전쟁의 편린 차마 자식에게도 말하지 못한 애닯은 그날의 기억 캄캄한 밤하늘 꽃잎처럼 적진에 떨어져 두 발 부르트도록 걸었다 설핏 기대어 잠든 무덤가 부엉이 벗 삼아 언손 호호 불었다 열다섯 그녀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켈로 8240, 작전명 래빗 팔미도 등대 켜지기까지 남녀도 나이도 묻지 않았던 위대한 사명(使命)이여 그 시절 단발머리 반백이 되었지만 차마 부끄러워 서랍 속 꽁꽁 숨겨둔 어머니의 훈장 한 켠에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무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 「래빗, 위대한 사명(使命)이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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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성찰한다 너를 기다린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움직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시인은 생각했다. ‘잠시 멈추어 쉬어도 되는구나.’ 비록 의도치 않은 잠시 멈춤이었지만 그 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시간, 성찰의 시간으로 치환했다. 문틈으로 설핏 들어온 바람/ 멈춰진 책 한 장 넘기며/ 내가 누구였는지 묻는다 - 「나를 향해, 쉼표」 중에서 고독의 시간을/ 오롯이 이겨내야 하는/ 가슴 시린 계절 - 「겨울에는 이별하지 말기」 중에서 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시인의 성찰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넓어졌다. 출퇴근길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 자연에서,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시상(詩想)이 되었다. 그것은 개인에게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확장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사유에만 머물던 시가 참여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얼척 없는/ 시시비비(是是非非) 세상/ 클릭 멈추고 방문을 연다// 두 발을 내딛으니/ 비로소 보이는 세상/ 일상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정겹고 따뜻한 마음 - 「시시비비(是是非非) 세상」 중에서 말에 책임지고/ 행동에 담긴 무게 아는 것/ 약자에게 손 내밀고/ 강자에게 저항하는 것// 어른다움은 사람다움/ 어른이 되려 하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려 한다 - 「어른이 된다는 건」 중에서 시인에게 멈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고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갔다. 지금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쉼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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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인의 『나를 향해, 쉼표』에 담겨진 시세계는 첫 번째, 자연 풍경과 인간 존재의 성찰 두 번째, 자연의 조화와 계절의 미학 세 번째, 나라 사랑과 숭고한 희생의 미학으로 통합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한 쉼과 휴식은 인간의 정신을 회복시키는 심미적·영적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서양의 사상가와 문인들은 ‘문학을 향유하고 시를 짓는 행위’를 삶의 균형과 내면의 평화를 이루는 방법으로 설명했다. 진정한 휴식의 의미는 정신의 회복과 내면의 정화에 있다. 휴식은 단순한 일의 중단이 아니라 영혼의 조화로 볼 수 있다. 문학적 휴식의 핵심은 몸의 휴식이 아니라 마음의 여백이다. 이서인의 제2시집 『나를 향해, 쉼표』가 독자들에게 진정한 쉼이 되고 마음의 여백이 되기를 바란다. - 문복희 (시인, 가천대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