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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르시아스
2. 신금오신화 제3편 - 열두 신장이 잡된 도깨비를 꾸짖은 이야기 3. 작가와 작품과 독자의 관계에 관한 소묘 4. 요시코의 편지 5. 재님 보아라 6. 말끝 이어가기 놀이 7. 저 시퍼런 바다 8. 압록강 풍경 9. 무릉도원 10. 감방 일기 11. 명옥헌 12. 해설 : 이야기하는 심미주의자의 편력 시대 - 강상희(문학평론가, 경기대교수) 13. 작가의 말 : 내 예술가로서의 본능에 바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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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아....
스산한 소리가 핥고 지나가는 산자락은 여인의 속살같이 매끈한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다복솔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민둥산이다. 그런 민둥산이 곳곳에 보이는 까닭은 순전히 이 섬 사람들의 땔감 채취 방식 탓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섬에서는 아직 나무와 풀을 땔감으로 쓴다. 그래서 땔감을 베기 시작하는 9월 중순쯤부터 이 섬의 산은 비루 먹은 개의 등짝처럼 흉한 흠집을 곳곳에 드러낸다. 섬사람들은 나무고 풀이고 덤불이고 가리지 않는다. 가죽을 벗기듯 벗겨버린다. 그래서 겨울철이 되면 벌거벗은 민둥산이 그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봄이 오면 그 벌거숭이 산에도 싹이 움터난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곧 파릇파릇한 신록의 시절이 막을 올린다. 잔설과 나무 그루터기 사이 양지녘에서 무수한 싹이 움터오르고, 미처 성미를 걷잡지 못한 진달래는 잎이 돋기도 전에 붉디붉은 꽃잎부터 폭발시킨다. 진달래의 붉디붉은 꽃송이는 온 섬의 산을 염염히 불태운다. 진달래의 꽃잎이 시들어가면서 곧 자생 춘란이 차례를 잇는다. ---p.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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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르시아스 심이 신작 소설집 『명옥헌』을 펴냈다. 심상대가 쓰고 마르시아스 심이 펴냈다고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집에는 연작소설 『떨림』을 전후한 신작들과 이러저러한 작가의 고려로 그간의 창작집에 묶이지 못했던 중단편 11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의 자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친절한 작가의 설명이 있다.
맨 앞에 실린 『마르시아스』는 작가 자신이 '심상대'라는 본명을 두고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을 선택하기까지,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의 근거를 자신감 있는 육성으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태양신 아폴로와 피리 불기 경쟁을 벌이고는, "좋다, 나는 패배자다! 너는 승리자인 천상의 신이지만 나는 지상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친구이자 숲과 들판의 정령이며, 농부의 신이고,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애인이며, 패배자인 마르시아스다…… 네가 신이라면 나는 예술가다!"라고 외치는 반인반수의 마르시아스. 이같은 외침에 드러나 있는 치기와 오만이야말로 작가의 삶을 택한 사람의 가장 숭고한 에너지이며, 방종으로 보이는 일탈과 파격이야말로 작가의 예술관의 핵심일 것이다. 작가로서의 운명을 택한 마르시아스의 자의식은 '작가와 작품과 독자의 관계에 대한 소묘'를 통해 발현된다. 우연히 기차 옆자리에 앉게 된 사관생도에게 곁에 앉아 잠만 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자기가 글쓰는 사람임을, 자기가 소설가 심상대임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나'. 그런 '나'는 '말끝 이어가기 놀이' 같은 작품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한 문장의 꼬리를 물고 다음 문장을 쓰는 형식을 통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가의 운명을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