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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
느림·반복·축적
정광제
양문 2026.06.01.
베스트
사회학 43위 사회 정치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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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정권은 바뀌는데 세계관은 왜 그대로인가

1부 그람시의 문제의식
01 직접 싸우면 왜 항상 지는가
02 그람시가 말한 ‘진지전’
03 헤게모니라는 목표

2부 헤게모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01 상식은 자연이 아니다
02 문화는 제도보다 강하다
03 교육은 가장 완벽한 헤게모니 장치

3부 좌파가 실제 사용한 진지들
01 지식인 진지
02 교육 진지
03 문화 진지

4부 진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01 지식은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02 시민사회라는 완충 지대
03 반복과 누적의 기술
04 진지와 전선이 형성되는 지점

5부 우파 문화 진지전의 재설계
01 동일한 전략, 다른 주어
02 우파 지식인 진지 구축
03 우파 교육 진지 구축

6부 헤게모니 언어의 재구성
01 단어를 선점하는 자가 이긴다
02 시장, 국가, 개인에 대해 다시 쓴다
03 도덕 대신 구조를 말하는 훈련

7부 문화 콘텐츠라는 전선
01 설교 없는 헤게모니
02 서사 속에 세계관을 넣는 법
03 반복 가능한 콘텐츠 구조

8부 30년 진지전 로드맵
01 1단계 : 진지 구축
02 2단계 : 연결과 확산
03 3단계 : 헤게모니 고착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松山

한미일보 객원칼럼니스트이자 시인, 역사·철학 연구자다. 전 이승만학당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화가 된 조선』과 시집 네 권이 있으며,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다. 자유주의 문화운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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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152*225*20mm
ISBN13
9791199570559

책 속으로

그람시에게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왜 어떤 질서를 “원래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는가였다. 총칼로 지배하지 않아도, 사람들 스스로가 그 질서를 지키고 재생산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안정된 지배 상태에 들어간다. 이것이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다. 헤게모니는 강제가 아니라 사회의 동의 형태로 작동한다.
--- p.14

정치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반복되는 오해 중 하나는 혁명이나 정권 교체가 성공하면 사회 전체가 함께 바뀔 것이라는 기대다. 우리는 이 기대가 왜 번번이 어긋나는지 이미 충분히 목격해왔다. 제도는 바뀌었는데 사고방식은 그대로이고, 법은 개정되었는데 해석은 예전 그대로이며, 권력자는 교체되었는데 세계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 바로 “혁명은 성공해도 문화는 저항한다”라는 말이다.
--- p.16

정치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범하는 착각은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를 잘못 짚는 것이다. 우리는 늘 눈앞의 전선을 본다. 선거, 의회, 거리 시위, 정권 교체 같은 장면들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결과가 드러나는 곳이지 결정이 내려지는 곳이 아니다. 결정은 늘 그보다 훨씬 앞서, 그리고 훨씬 뒤에서 이미 내려져 있다. 그 지점을 안토니오 그람시는 ‘진지’라고 불렀다. 그 진지는 언제나 전선 뒤에 있다.
--- p.20

우리가 매일 접하는 언어는 사고의 바닥을 만든다. ‘약자’, ‘공정’, ‘차별’, ‘연대’ 같은 단어는 설명 없이 쓰일수록 강해진다. 이 단어들이 어떤 선악의 방향표처럼 작동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단어가 가리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을 옮긴다. 그람시는 이를 헤게모니의 핵심 작동 방식으로 보았다.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이미 설득된 상태를 만드는 것. 일상은 그 설득이 축적되는 공간이다.
--- p.28

느린 전쟁은 인내를 요구한다.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지전의 성과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다. 오랫동안 축적된 생각이 한 번의 사건을 계기로 표면 위로 떠오른다. 그때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대가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바뀌어 있었고 이제야 드러났을 뿐이다. 그람시를 우리 관점에서 다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빠른 혁명을 포기하자고 말한 것이 아니다. 빠른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느린 전쟁이 결정적인 이유는, 그것이 결국 모든 빠른 전쟁의 결과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상식이다. 그 상식을 만드는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결국 모든 싸움에서 이긴다.
--- p.33

강제가 아닌 승인을 목표로 삼으면 정치의 시간 감각도 달라진다.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 없게 된다. 대신 교육, 문화, 언어 같은 느린 영역을 다시 보게 된다. 이 영역에서 형성된 세계관이 결국 정책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 오래 외면해왔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정치는 법 이전에 해석의 싸움이며, 강제 이전에 승인에 대한 경쟁이라는 사실을. 강제는 항상 마지막에 남는다. 그것이 정치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 이미 패배가 시작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 질서를 지키고 싶어지는 상태다. 이것이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의 핵심이며,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정치의 기본 조건이다.
--- p.40

우리에게 불리했던 이유는 여기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반복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한 번의 강력한 메시지, 한 번의 선거 승리, 한 번의 정책 성공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상대는 단기 승부를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교육과 문화 속에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고, 그 결과 상식의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람시는 이를 두고 “기동전이 아닌 진지전”이라고 표현했다. 전면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참호를 파고 버티며 지형을 바꾸는 전쟁이다. 교육은 가장 깊은 참호다. 한 세대를 건너뛰면 패배하지만 한 세대를 붙잡으면 승리한다. 그래서 교육은 느리지만 결정적이다. 오늘의 교과서는 20년 뒤의 상식을 만든다.
--- p.52

문화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그래서 느리다. 그러나 문화가 형성된 뒤에는 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작동한다. 법을 외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규칙을 따른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태다. 제도가 문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제도를 감싸는 상태다. 결국 정치의 성패는 제도를 얼마나 잘 설계했는지가 아니라, 그 제도를 담아낼 문화가 준비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 문화 없는 제도는 공허하고, 문화가 뒷받침된 제도는 강하다. 우리는 이 순서를 거꾸로 이해해왔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문화가 제도를 감싼다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의 전략은 달라진다. 제도 이전에 문화, 법 이전에 생활이다. 여기에서 헤게모니는 만들어진다.
--- p.67

자유주의 우파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유가 왜 위험과 분리될 수 없는지, 책임이 왜 처벌이 아니라 존엄의 조건인지, 제도가 왜 의도보다 구조를 봐야 하는지를 세대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이 작업은 느리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헤게모니는 세대를 통해 이동한다. 오늘의 상식은 어제의 교육이고, 내일의 정치는 오늘의 교실에서 준비된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단기전에서만 싸우다 지치게 된다. 세대 단위로 작동하는 구조를 인식하는 순간, 정치의 시간표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우리의 싸움은 빠른 승부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설계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그람시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 p.79

교과서는 교육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당연한 것으로 넘겨줄지를 결정하는 장치다. 법률은 바뀔 수 있고 정책은 폐기될 수 있으며 정권은 교체된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린 문장은 오랜 시간 유지된다. 그것은 시험을 통해 반복 학습되고 암기되며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세계관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의 형태로 주입된다. 교과서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헤게모니 장치다.
--- p.94

예를 들어 사회 과목에서 ‘불평등’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시장’과 ‘자율’이 그 이후에 등장한다면 학생의 머릿속에서 시장은 문제의 원인으로 자리 잡기 쉽다. 반대로 시장의 작동 원리와 선택의 결과를 먼저 배우고, 이후 제도의 보완으로서 불평등을 다룬다면 해석은 달라진다. 내용이 같아도 순서가 다르면 의미는 완전히 바뀐다. 좌파가 커리큘럼 설계에서 강점을 보인 이유는, 이 순서의 힘을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먼저 익숙하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 특정 개념을 반복적으로 앞단에 배치하고 다른 개념은 뒤로 미루거나 선택 과목으로 돌렸다. 이렇게 설계된 커리큘럼 속에서 학생은 질문하기 전에 이미 방향을 잡게 된다.
--- p.100

출판 시장에서 성공한 개념은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으로 이동한다. 베스트셀러가 교양서가 되고 교양서가 참고도서가 되며 참고도서가 어느 순간 교재 목록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공식적인 지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수와 교사 개인의 판단, 학계의 분위기, 출판사의 마케팅, 언론의 평가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때부터 해당 개념은 ‘배워야 할 것’이 된다.
--- p.118

정치에서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는 ‘결정적 한 방’이 역사를 바꾼다는 믿음이다. 선거 한 번, 법 하나, 선언 하나가 사회를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를 바꾸는 힘은 언제나 그보다 훨씬 작고 느린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사소해 보이는 변화들이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어느 순간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다. 헤게모니는 바로 이 축적의 결과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진지전은 이 느린 축적을 전제로 한다. 그는 권력을 단번에 탈취하는 기동전보다 사회 깊숙한 곳에서 오랜 시간 쌓이는 진지전이 더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빈도다.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가 중요하고, 한 번의 승리보다 반복되는 일상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점을 놓칠 때마다 우리는 늘 “왜 갑자기 이렇게 됐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결과다.
--- p.135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정책을 두고 “이건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다”라는 말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곧바로 정책의 세부를 묻지 않는다. 보호라는 말이 먼저 감정을 점유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얼마인지, 다른 선택지는 무엇인지, 장기 효과는 어떤지 같은 질문은 뒤로 밀린다.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정책을 설명하기 전에 도덕적 위치를 먼저 선점하는 기술이다.
--- p.150

좌파 진영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이유는 개인의 재능을 즉시 검증하기보다 환경 속에서 숙성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연구 보조, 번역 작업, 공동 저술, 세미나 발표 같은 낮은 단계의 역할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보호받으면서도 훈련된다. 실패는 탈락 사유가 아니라 학습의 일부로 처리된다. 반면 우리는 종종 완성된 인물만 찾았다. 이미 말을 잘하고, 이미 논리가 정리된 사람을 무대에 세우려 했다. 이 방식은 빠르지만 공급이 늘지 않는다. 이미 완성된 인재는 늘 부족하고 한두 명에게 과부하가 걸린다. 결국 지식 전선은 몇몇 개인의 체력에 의존하게 되고 세대 교체는 끊긴다.
--- p.166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정 개념이 널리 쓰이게 되는 과정이다. 대개 그 과정은 논쟁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논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이건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순간, 그 개념은 이미 상당 부분 승리한 상태다. 질문이 사라지면 검증도 사라진다. 우리에게 불리했던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개념을 설명해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해왔다. 상대가 어떤 단어를 쓰면 우리는 그 단어의 오해를 풀거나 정확한 정의를 제시하려 했다. 그러나 대중 정치에서 정의 싸움은 이미 늦은 대응인 경우가 많다. 단어가 먼저 작동하고 설명은 나중에 거부된다.
--- p.180

언어가 사고를 설계한다는 사실은 교육과 미디어를 거치며 더욱 강화된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표현은 판단의 기본값이 된다. 어떤 표현은 설명 없이도 이해되고 어떤 표현은 들리는 순간 거부감부터 생긴다. 이 차이는 개인의 지능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축적된 언어 환경의 결과다. 예를 들어 “이익을 추구한다”라는 말과 “이익만 챙긴다”라는 말은 미묘하지만 사고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전자는 행위의 목적을 설명하고 후자는 인격을 평가한다. 설명의 언어가 사라지고 평가의 언어가 남을 때 사고는 분석보다 도덕 판단으로 기울어진다. 이때부터 정책 논의는 선악 구도로 단순화된다.
--- p.184

영웅과 악당의 구분도 재설계해야 한다. 문화 콘텐츠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세계관을 전달하려다 인물을 도식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악당은 사고를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논리가 이해되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납득되는 순간, 관객은 자동으로 비교를 시작한다. 이 비교가 바로 세계관 학습의 핵심이다.
--- p.217

우리가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성공을 성격의 선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재능, 천재성, 운명 같은 요소로 성공을 설명하면 관객은 감탄은 하지만 이해하지는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성공은 따라 할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는 성공은 세계관을 만들지 못한다. 서사는 성공을 재현 가능한 과정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사고를 훈련한다. 성공을 구조로 설명하는 서사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인물이 무엇을 잘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반복했는지, 어떤 규칙을 받아들였는지, 어떤 비용을 감수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때 성공은 한 번의 도약이 아니라 누적의 결과로 나타난다. 관객은 박수를 치기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저러면 저렇게 되는구나.”
--- p.224

30년 진지전의 출발점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대상은 대중도, 정치인도, 제도도 아니다. 지식인이다. 이는 엘리트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최초의 층위가 어디인지를 묻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는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보다 훨씬 이전에 사회의 사고를 조직하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았다. 진지는 먼저 여기서 만들어진다.
--- p.235

그람시는 교육을 느린 전쟁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가 말한 진지전은 바로 이런 축적의 과정이었다. 오늘의 수업 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사회의 상식이 된다. 그래서 교육은 언제나 장기전이다. 성과를 조급하게 확인하려는 순간, 교육은 선동으로 전락한다. 우리의 교육 전략은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편이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방식의 설명이 반복되고 있는지, 같은 구조 분석이 여러 교육 현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지다. 이 동시성이 확보되면 교육 진지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 p.240

우리에게 필요한 콘텐츠는 “이해시키는 콘텐츠”가 아니라 “익숙하게 만드는 콘텐츠”다. 설명은 교육의 영역이고 일상화는 문화의 영역이다. 같은 구조가 여러 형식으로 변주되며 등장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메시지로 인식하지 않는다. 대신 분위기, 감각, 태도로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방향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정렬된다.
--- p.249

그람시가 주목한 것은 법이나 국가 권력보다 훨씬 깊은 층이었다. 학교, 언어, 관습, 상식, 직업 윤리, 문화적 취향 같은 일상적 요소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를 규정하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강제보다 동의가 먼저 작동한다고 보았고, 정치보다 문화가 오래 지속된다고 보았다. 헤게모니라는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했다. 그것은 선동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는 구조에 대한 설명이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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