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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날아라
양인숙
상상아 202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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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만나는 글
1부
싸리문 밖의 민들레/ 1951년 여름/ 낮 사람과 밤 사람/ 나비가 새겨지던 밤
2부
상처 입은 애벌레/ 등잔 밑이 어둡다/ 닭 좀 삶아 주시오/ 소달구지
3부
조카를 만나다/ 별을 세며/ 1952년 봄/ 큰오빠
4부
나비 두 마리/ 학교에 가다/ 오모야 오모/ 10월의 제사/ 응징보다 무서운 용서/
바람은 등을 밀어주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나비야 날아라!
남기는 글

저자 소개 1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으며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창작 동화집 『담장 위의 고양이』 『덕보야, 용궁 가자!』 『달을 건진 소녀』 등이 있으며, 한영 동시집 『둥실둥실 하얀기차』 동시집 『웃긴다 웃겨 애기똥풀』 등이 있습니다. 광주문학상, 우송문학상, 불교아동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보성영재교육원에서 문예창작반 강의, '어린왕자 禪 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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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6쪽 | 324g | 152*210*12mm
ISBN13
9791199030244

책 속으로

산이 디귿자 모양으로 둘러싼 달아실마을.
그 안쪽, 동네에서 아주 작은 오두막이 있다.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싸리문 아래에는 민들레가 노랗게 피었다. 마을 입구부터 이어져 온 민들레는 오두막 담까지 번져 있다. 민들레 위로 나비들이 스치듯 날아다니며 춤을 춘다.
---「싸리문 밖의 민들레」중에서

6월 말, 하지가 지난 들판은 질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웠다. 막 땅에 뿌리 내리고 자라기 시작한 볏논에 하얀 두루미가 살금살금 먹이를 찾고 있다. 들판은 마냥 푸르고 평온하다.
---「낮 사람과 밤 사람」중에서

전쟁이 나고 해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농사를 지었다. 초록으로 무성하던 들판은 서서히 노란빛으로 물들어갔다.
남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싸리문 밖에 나와 앉아 흙에 그림을 그린다. 성님에게 배웠던 글자를 흙에 적어 보기도 한다. 오늘도 해거름이 지고 하늘이 거무스름하게 물들도록 안 오는 것을 보니 성님과 조카는 안 올 모양이다.
---「나비가 새겨지던 밤」중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남옥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지며 몸을 바짝 웅크렸다. 달구지가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터질 듯 아프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만큼 아팠다. 얼마나 가슴을 부여잡고 웅크렸는지 손이 촉촉했다. 보니 가슴 상처에서 피가 났다. 얼른 옷자락으로 나락 가마니에 묻지 않도록 했다.
---「조카를 만나다」중에서

달아실에서 잘 때처럼 오빠와 성님 사이에 누워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대로 영원히 편안하고 싶었다. 그 순간만큼은 흉터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참 오랜만에 남옥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큰오빠」중에서

나비 두 마리가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가다가 오두막집에 머문다. 얼핏 나비에게서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민들레꽃을 보고 있던 남옥은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추며 중얼거린다.
“어머니, 아버지.”
나비들이 돌아본다. 어둠 저 안에서 애처롭게 보는 눈이 있다. 그러나 나오지 못한다.
---「나비 두 마리」중에서

고사리손을 양쪽으로 펼친 것처럼 떡잎 두 개로 하늘을 받고 있다. 이 싹도 며칠 지나지 않으면 자라서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우겠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남옥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하늘이 보였다.
남옥에게 상처는 여전했지만, 전쟁이 지나간 자리도, 산도 들판도 하늘은 예전처럼 넓고 푸르게 펼쳐져 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중에서

그때였다.
봄꽃 축제장에서 징 소리가 나며 남옥의 가슴에서 한 무리의 나비 떼가 날아올랐다.
남옥은 조카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나비를 따라 일어섰다.

---「나비야 날아라!」중에서

출판사 리뷰

만나는 글

유채 꽃밭이다. 아니 노랑 물결이다. 노랑나비 떼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랑 물결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다. 내일이면 고인돌 봄꽃 축제를 시작한단다. 나는 고모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앉아서 들판 너머로 보이는 노랑 유채꽃 물결을 보고 있다.

“웃음을 잃은 그때부터 삶은 내 것이 아니었다.”
고모는 씁쓸하게 웃었다.
“난 그게 늘 궁금했어요. 고모 가슴의 나비. 왜 새겼을까?”
“어디 이것만 있다냐? 안 죽고 살아난 것이 참 요상하다.”
고모는 이내 한숨을 푸욱 쉬었다.
“한숨 한 번에 백 개의 행운이 달아난대. 그러니 한숨 쉬지 말고 나에게 이야기해 봐.”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나의 말에도 고모는 말 대신 한숨을 또 쉬었다. 작은 몸 어디에 그리 깊은 한숨이 있었을까?
“고모, 이제는 털어내야 하지 않을까?”

팔순이 된 고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어 한 말이다. 너무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있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무겁기 때문이다.
“그것이 맘대로 된다냐? 내가 죽으면이나 모를까”
나비의 알보다 작은 몸에 새겨진 큰 짐을 벗을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어떻게 하면 풀리겠어?”
나는 고모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 〈만나는 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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