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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하산 길〉 여적餘滴 6 1. 역사 읽고쓰기 : 무진기행(霧津紀行) ① 11 2. 역사 읽고쓰기 : 무진기행(霧津紀行) ② 53 3. 오에 겐자부로를 찾아서 82 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 : 오에와 한강 118 5. 『만년 스타일에 관하여』 141 6. 『만년양식집』(晩年樣式集) 156 7. 어떤 부산행 168 8. 가우(嘉友)를 보내며 177 9. 만년의 소풍 : 두 50주년 189 에필로그 - 망구(望九)의 문턱에서 208 후기 - 어떤 만년 스타일 220 - 나의 만년 스타일 223 |
梁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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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 여적餘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흐르듯 세월은 지나갔다. 향로봉 기슭에 칩거한지 어언 10여 년이다. 조용한 퇴장이 아니었고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무슨 은퇴 후 계획은 없었다. 현직에 있으면서 때로 퇴임 후 구상을 해본 적이 있지만, 은퇴가 그랬듯 퇴임 후 거취도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유유자적이랄까. 그간 세 권의 책을 펴냈다. 처음 두 권은 법에 관한 책이다. 법학을 떠나며 고별사 쓰듯, 법철학·법사회학 및 헌법에 관해 썼다. 헤어질 때 쓰는 글이 그렇듯, 꽤 공을 들였다. 딴에는 재미도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법서가 되기를 바랐다. 수년 전 세 번째 펴낸 『하산 길』은 자전 문집이었다. 이 역시 진부하지 않은 새 스타일의 자전 에세이를 써보려 하였지만 혼자 생각일 뿐이다. 『하산 길』 출간 후, 여러 지인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 일부라도 소개하고 싶다. 십년 선배이신 한 분은 ‘하산 길이 아니라 승화 길’이라며 격려의 말씀을 주셨고, 언론인 출신의 어떤 지인은 ‘반 밖에 안 썼네요’라며 여전한 직업적 감각을 표출하였다. 오랜 만에 소식 주고받은 대학동창은 ‘시대의 기록으로 읽었다’고 했다. 한 친구는 특히 에필로그의 어떤 문장, “이제는 그만 묻기로 한다. 삶이 무엇인지, ……” 가 좋았다고 말했다. 제자이자 동료인 교수 분이 ‘젊은 시절 부분이 제일 길다’고 소감을 표했을 때는 ‘그렇구나’라고 내 정체성의 일부를 새삼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제일 큰 웃음을 자아낸 반응은 한 퇴임 영문학교수의 문자 답신이었다. “…… 실제로 읽겠습니다.” 하산 길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등, 노년기를 북돋우려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지만, 어차피 노년은 상실의 시절이다. 가까운 친지들의 잦아지는 부음을 접하는 일은 무겁고 힘겹다.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무언가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이들은 하던 일을 지속하면서 더욱 ‘성숙’시키기도 하지만, 돌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자신만의 만년의 행동양식, 만년 스타일이다. 고유한 의미의 만년 스타일이란, 해오던 일이든 혹은 새로운 일이든, 노년 이전과는 다른, 때로 기이하게 보이기도 하는, 새로운 행동과 작업의 스타일을 가리킨다. 어떤 길을 택할지, 어떤 길이 아름다울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처럼 만년 스타일의 걸작은 못되더라도,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삶이란 어처구니없으니까. 오늘의 노년은 별난 시운을 타고난 세대다. 고난의 역사를 헤쳐 나와 기적 같이 이룬 화양연화시대에 만년을 맞고 있다. 이들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애써 맺은 소중한 열매가 행여 비바람에 떨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세상은 안팎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래저래 이 시대 만년의 풍경은 그저 스산하다. 맑은 바람, 밝은 햇살 아래 무심히 걷고 싶을 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