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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청포도 필라멘트
사랑이 방울방울 썸머 필름이 씌워진 단편 영화 札幌に行きましょうか? 독백 올리브가 없는 세상 청포도 필라멘트 To. 내 낭만을 끌어다가 너를 먹이고 관념적 여름 어느 날 외계인이 되었다 우리의 청춘은 한여름 감기의 형태 사과 맛 맥주 헤엄치는 우리 운이 좋은 파인애플 파르페 風邪が治るまで 편지하세요 심장박동 2부 낭만 의존증 호우주의보 바다 나의 숱한 여름밤 부서지는 것들을 사랑했구나 낭만 의존증 객관적 불행 레인보우 애프터 건강 챙겨 청포도 사탕 통조림 사랑 여름 내력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것 멸종 임박 세일 서툴고 투박하고 구구절절 Off The Record 00 기면(嗜眠) לנאמער 객사골방 나는 바보 같고 사랑이 필요해 불안한 첫사랑 쓸모 정류장 염치없는 이 마음은 자꾸만 헤져서 잘 지냅니까? 3부 어제 우리 대화 럭키 아파트 Requiem 불안의 늪 새 세상 멸망 낙오자 영원 구원 초록으로 돌아가자 희망의 빛 우기에는 너를 사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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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필라멘트
희망의 빛 언젠가 우리를 비추게 될까 온전히 우리가 우리일 수 있었던 순간 무르익지 않은 희망이 전부였던 우리의 청춘 말이야“ ‘우리’라는 이름으로 잘 익은 마음을 나누는 일 『겨울 입술에 남은 말』을 잇는 시집 『어제 우리 대화』가 리커버판 『청포도 필라멘트』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청포도의 풋풋하면서도 씁쓸한 이미지를 담은 표지로 단장했으며, 기존 시를 다듬고 미공개 시를 추가해 한층 깊어진 감각을 담아냈다. 『겨울 입술에 남은 말』이 무너져도 기어코 자라 서로를 지켜주자는 약속과 용기 있는 움직임을 기록했다면, 이번 『청포도 필라멘트』는 ‘우리’라는 이름에 집중하여 잘 익은 마음을 나누는 일에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보다 짙은 희망을 건넨다. ‘꿈’이라는 공간을 창조해 ‘너’를 만났던 지난 시의 화자는 이제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자리에서 사랑과 관계를 바라본다. ‘청포도’라는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껍질이 얇고 달콤한 열매를 뜻하는 동시에 아직 다 익지 않은 푸른 포도를 의미한다. 작가는 그 ‘덜 익은 상태’에 머무른 감정들, 흔들리고 방황하면서도 순수했던 청춘의 시간을 시로 기록하며 ‘우리’라는 잘 익은 마음으로 나누기 위해 나아간다. “우리를 읽게 된다면 절대 잊지”(「청포도 필라멘트」) 말아 달라는 구절은 ‘우리’라는 관계에 대한 애정이자, ‘너’와 ‘나’가 만들어낸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다짐처럼 읽힌다. “장마가 지나면 우리 힘껏 헤엄치자.” 이 시집은 사랑이 반드시 원하는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화자는 불행과 좌절, 미련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은 채 사랑을 끝까지 바라본다. “우산도 없이 흠뻑 맞으며 심장이 요동치는 걸”(「우기에는 너를 사랑해야지」) 듣는 순간처럼,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용기 있는 태도가 시편 곳곳에서 드러난다. 결국 화자가 발견하는 것은 ‘너’ 역시 자신처럼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서로의 손을 잡는 순간 우리는 불행을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넨다. 시집 속에서 ‘나’와 ‘너’가 가장 가까이 만나는 순간은 화자가 만든 유토피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세계 또한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화자는 그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장마처럼 밀려오는 삶의 슬픈 여정이 지나갈 때까지 곁에 머물겠다는 약속, 그리고 그 이후 다시 힘껏 헤엄치자는 말은 만남과 이별,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랑의 힘을 이야기한다. 『청포도 필라멘트』는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마음으로도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그리고 그 미완의 감정 속에 깃든 청춘의 시간을 담아낸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