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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김필옥 수필집
김필옥
경남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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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4

PART 1 이렇게 살아요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 12
갈치와 고스톱 - 16
고장 난 무릎이 건넨 스펙 - 20
까마귀 부부 - 25
거울 - 28
느림의 미학, 류마티스와 동행하는 삶 - 31
녀석이 없다 - 37
내 안식년 휴가 돌리도 - 43
부엌의 숨비소리 - 49
마음의 온수 배관 수리법 - 53
압축기가 누를 수 없는 맛 - 57

PART 2 서툰 손끝이 닿은 삶의 풍경

경험의 순환고리 - 62
맨손의 정화 - 68
변신의 시간 - 73
결 - 77
손끝에 물든 하얀 복수 - 81
가을 햇살 속에 숨겨진 선물 - 86
구멍 난 마음은 예쁘다 - 90
그루터기와 잡초 - 96
열매의 무게를 견디는 푸른 잎 - 101

PART 3 되돌아보는 풍경

서피랑에서 박경리 문학을 엿보다 - 106
2959의 신바람 - 110
삼박자 커피, 엄마의 보약 - 114
천천히 자라는 동네 - 119
나에게 남기고 싶은 말 - 123
끝이 아름다운 인생 - 126
내 이름 석 자가 나를 불렀다 - 130
새로운 옛길을 걷는 아침 - 134
마음의 여백 - 137
꽃을 품은 씨앗 - 141

PART 4 이런저런 이야기

고갱이 - 148
곰탕이 연대한다 - 151
길 - 157
덜 아름다워 더 아름다운 - 163
책이라는 경량 패딩 - 167
바람을 물들이는 향기 - 172
어느 가장의 퇴근길 - 175
물길과 꽃 - 177
사춘기와 갱년기는 닮은꼴 - 182

평설- 익숙한 세계의 균열, 표면과 존재의 심층 - 186
권대근(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저자 소개 1

2016년 《에세이문예》 수필로 등단, 2022년 제19회 《에세이문예》 작가상 수상. 동화를 사랑하며 삶을 배우고, 글로 마음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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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0*210*12mm
ISBN13
9791167462367

책 속으로

바이올린 제작자가 나무 속에 빈 함을 만들어 연주자가 그 안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내게 하듯, 나 역시 내 몸이라는 악기 안에 너른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 공간이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듯, 내가 틔워낸 마음의 여백은 곧 내 삶의 음색이 된다. 예전에는 그저 크고 높은 소리, 남들에게 지지 않는 빽빽 지르는 소리를 내는 것이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장 멀리 가는 소리는 억지로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라, 깊은 비움에서 터져나오는 부드럽고 가벼운 울림이라는 것을.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중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상추를 뜯었다. 뜯어도 뜯어도 상추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상추를 따니 대 사이에서 하얀 액이 흘러나왔다. 그 우윳빛 액이 손가락 끝을 까맣게 물들였다. 상추의 피는 흰색이라더니 내 손을 까맣게 물들인 것은 상추의 건강한 복수일지 모른다. 이 쓴 액을 많이 뿜어낼수록 건강한 ‘약상추’다. 여름내 우리의 기력을 보충해 줄 고마운 수혈자인 셈이다.
---「손끝에 물든 하얀 복수」 중에서

시간이 흐르자, 그 말이 부엌 어디선가 다시 튀어나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불을 켜고, 냄비를 올리고, 끓이고, 씻고 치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부엌은 단순히 밥을 하고 먹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루의 시간이 부엌에서 끓고 식고 다시 쌓였다. 그때는 몰랐다. 어쩌면 시어머니가 무서워했던 것은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도돌이표만 있는 삶이었던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하소연할 곳 없어 넋두리처럼 내뱉으셨을 그 고단한 말들을 말이다. 시어머니는 부엌일하실 때 “쓰으 쓰으, 쉬~이 쉬~이” 하고 숨을 내쉬셨다. 마치 해녀가 깊은 바닷속에서 육지로 고개를 내밀며 토해 내듯, 깊고 긴 숨을 내쉬셨다. 어머님의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내쉬는 숨소리도 함께 빨라지고 깊어졌다.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와 그 숨이 부엌 안에서 함께 움직였다.

---「부엌의 숨비소리」 중에서

추천평

익숙한 세계의 균열, 표면과 존재의 심층

김필옥의 수필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이 균열되는 지점에서 빛난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익숙함이 해체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존재를 인식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수필은 단순한 공감의 문학을 넘어, 인식의 전환을 이끄는 미학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 미학적 실천은 독자를 수동적 감상자에서 능동적 사유자로 전환시킨다. 또한 그의 글은 삶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온유하면서 튀는 듯한 개성을 가진 김필옥의 수필은 읽는 이의 세계 인식 자체를 갱신하는 힘을 지닌다.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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