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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일곱째 날 여덟째 날 아홉째 날 열번째 날 작가 후기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45.6 만자 (종이책 기준 약 763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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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제부터 들려드릴 이야기가 바로 이러한 섭리를, 신이 아닌 인간의 좁은 시야와 판단에 따라 분명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위대하고 부유한 상인이었던 무샤토 프랑체시(Musciatto Franzesi)는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뒤, 교황 보니파시오의 요청과 지지를 받아 토스카나로 향하게 된 프랑스 국왕의 동생 샤를 상스테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상인들이 대개 그렇듯 자신의 사업이 여러 곳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속하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에 대리인들을 두어 사업을 분담하기로 결정했으나, 부르고뉴 사람들에게 빌려준 채권을 회수하는 일만큼은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부르고뉴인들이 워낙 난폭하고 성질이 괴팍한 데다 신의라곤 없는 자들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간교함에 대적할 만큼 교활하고 독한 인물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끝에, 그는 파리에 있는 자신의 집을 자주 드나들던 프라토 출신의 세르 차페렐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왜소한 체구에 온갖 겉멋이 잔뜩 든 자였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차페렐로'가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자신들의 말로 화환을 뜻하는 '카펠로'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여겼고, 그의 작은 체구를 빗대어 '카펠로' 대신 '차펠레토'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어디서나 차펠레토로 통했고, 그를 차페렐로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차펠레토의 행실은 이러했습니다. 그는 직업상 공증인이었는데, 위조 문서를 만드는 것을 필생의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요청만 있으면 언제든 위조 문서를 만들어 주었고, 다른 공증인들이라면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을 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기꺼이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그가 작성한 문서 중 위조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며, 그것이 들통났을 때도 수치스러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자랑거리로 삼았습니다. 또한 거짓 증언을 서는 일이라면 청탁 여부를 가리지 않고 한없는 즐거움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서약이 매우 신성하게 지켜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짓 맹세를 밥 먹듯 하며 온갖 재판에 불려 다니며 부정한 방법으로 승소를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아울러 친구와 친지, 그 밖의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들 사이에 불화와 적대감, 분쟁을 조장하는 일에 비할 데 없는 기쁨을 느꼈고, 그로 인한 재앙이 크면 클수록 더 큰 만족을 얻었습니다. 살인이나 그 밖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도 결코 망설임이 없었으며, 종종 제 손으로 직접 남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빼앗는 일을 즐겨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성정이 몹시 불 같아서 사소한 일에도 하느님과 성인들을 모독하는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교회에는 발길조차 대지 않았으며, 성사(聖事)들을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 상스러운 말로 조롱하곤 했습니다. 반면 선술집이나 평판이 나쁜 사창가 등은 내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여인을 대할 때는 개가 몽둥이를 싫어하듯 끔찍이도 기피했고, 남색에 있어서는 가장 타락한 자들 중에서도 대적할 자가 없었습니다. 성자가 교회에 헌금을 바치듯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도둑질과 강도짓을 일삼았으며, 몹시 탐욕스럽고 술을 좋아하여 때로는 수치스러운 일이나 곤경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련한 도박꾼이자 사기 주사위를 던지는 야바위꾼이기도 했습니다. 굳이 그에 대해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요컨대 그는 지금까지 태어난 인간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악독한 자였을 것입니다. 메세르 무샤토의 막강한 권세와 영향력은 오랫동안 이 악독한 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사적으로 해를 끼친 이들이나 사법 당국의 처벌을 피해 무사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무샤토는 자신이 그 실태를 훤히 꿰뚫고 있는 이 세르 차펠레토를 떠올리고, 그가 부르고뉴인들의 간계에 맞설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샤토는 차펠레토를 불러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세르 차펠레토,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곳을 아주 떠나게 되었네. 그런데 수금해야 할 빚 문서 중에 아주 교활한 부르고뉴 놈들의 채권이 있단 말이지. 내 돈을 회수하는 일에 자네보다 더 적임자는 떠오르지 않네. 그러니 지금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이 소임을 맡아주게. 내 자네가 궁정의 은혜를 입도록 주선하고, 수금하는 금액 중 두둑한 몫을 떼어주겠네." 당시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형편이 곤궁했던 데다,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준 버팀목인 무샤토마저 떠나보내야 했던 세르 차펠레토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리하여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차펠레토는 위임장과 국왕의 추천서를 챙겨 메세르 무샤토와 작별한 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부르고뉴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는 원래의 사악한 성품과는 달리 처음에는 부드럽고 사려 깊은 태도로 수금에 착수했습니다. 마치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자신의 독기를 아껴두는 듯했습니다. <추천평> "700년 전 중세 시대에 쓰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독자가 읽어도 깊은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흑사병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피어난 100개의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 사랑, 기만, 그리고 유머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당시의 엄격한 종교적 가치관에만 갇히지 않고 세속적인 인간의 본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보카치오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인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주며, 에피소드 형식이라 긴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강력히 추천한다." - kegames, Goodreads 독자 "페스트라는 거대한 죽음의 공포 앞에서 도망친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액자식 구성 자체가 감동적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탐욕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인간적인 약점으로 포용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 exbelne, Goodreads 독자 "출간된 지 600년이 넘은 지금도 '데카메론'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이해에 있다. 인간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하고, 욕망하며, 실수하고, 웃고, 서로를 속이기도 한다. 보카치오는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유머와 통찰이 담긴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삶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선사한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