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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
승리한 인간은 왜 해방되지 못했는가. 『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은 한 성공한 작가의 추락담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읽어보면 이 작품이 다루는 것은 단순한 추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진짜 공포는 송산이 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돈을 벌었고, 명성을 얻었고, 거대한 영향력을 손에 넣었고, 법과 언론과 여론의 회색지대를 능숙하게 통과하는 인간이 되었다. 문제는 그가 괴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괴물이 된 뒤에도 여전히 설득력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초반부 그녀와 친한 라이트노벨 작가가 쓴비공개 검토 코멘트는 이 작품의 핵심을 정확히 찌른다. 송산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변했지만 동시에 변하지 않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자기 자신을 불태우는 방향으로 쓰던 언어를, 이제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고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한다. 신념은 버렸지만 신념의 문법은 버리지 않은 인간.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의 악은 노골적인 폭력이 아니라 정교한 언어의 오염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송산은 단순한 위선자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편하다. 그는 과거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려 했고, 실제로 그 길 위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나갔다. 작품은 그 시절의 송산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야마다 엘프의 회상을 통해, 그가 한때는 진심으로 불타던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현재의 송산은 더 끔찍하다. 처음부터 가짜였던 인간보다, 한때 진짜였던 인간의 변질이 훨씬 잔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돈을 단순한 악의 원인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마다 엘프는 “돈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확대한다”는 식으로 송산을 바라본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의 도덕적 중심축처럼 작동한다. 돈이 송산을 만든 것이 아니다. 돈은 송산 안에 이미 있던 자부심, 열등감, 분노, 인정욕망, 허영심을 확대했을 뿐이다. 그래서 『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은 자본 비판이면서 동시에 인간 내부의 균열에 관한 소설이다. 송산이 교활한 언어로 2차 가해를 자행한 학교폭력 피해자 등장은 이 작품의 칼날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그녀는 송산을 폭로하기 위해 고함치지 않는다. 오히려 송산이 즐겨 쓰던 언어를 그대로 되돌려준다. “회색지대”, “표현의 자유”, “독자 해석”, “맥락”, “의혹”, “우려”, “가능성.” 이 단어들은 송산이 타인을 찌르기 위해 사용하던 도구였지만, 그녀 앞에서는 역으로 송산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여기서 작품은 매우 통쾌하다. 악인이 칼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갈아놓은 칼날 위에 스스로 올라서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손을 장면 역시 강렬하다. 그녀는 송산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돈도, 유명세도, 권력도 아니라 “인정”이라고 짚어낸다. 이 장면은 송산이라는 인물의 바닥을 드러낸다. 그는 이미 충분히 성공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진짜”라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뒤엉켜 있고, 결국 그의 제국을 움직이는 가장 깊은 엔진이 된다. 이 소설의 문장은 정돈된 미문이라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몰아치는 고백과 진술에 가깝다. 반복이 많고, 감정은 과잉되어 있으며, 장면은 때로 숨이 막힐 정도로 빽빽하다. 그런데 그 과잉이야말로 이 작품의 개성이다. 『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은 차분하게 정리된 법정 기록이 아니라, 이미 불타버린 건물 안에서 건져낸 문서 더미 같다. 그 안에는 진술서, 회고록, 변명문, 고발장, 금융 보고서, 패션 묘사, 사적인 원한, 정치적 배신감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 편한 작품은 아니다. 독자를 계속 불편하게 만든다. 송산을 쉽게 미워하게 하지도 않고, 쉽게 용서하게 하지도 않는다. 송산과 친한 유명 라이트노벨 작가 역시 그를 완전히 미워하지 못한다. 그가 잘못했다는 사실과, 한때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양가감정이 작품을 단순한 응징극에서 끌어올린다. 독자는 결국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사람은 어디서부터 타락하는가. 신념을 버린 순간인가. 아니면 신념의 언어를 자기 이익을 위해 다시 사용하는 순간인가. 『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이 질문이다. 이 책은 악을 외부의 괴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악은 너무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 좋은 셔츠를 입고, 비싼 시계를 차고, 세금 신고를 하고, 법적으로 문제없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표현의 자유를 말하고, 맥락을 말하고, 우려를 말한다. 그리고 그 모든 말들이 쌓여 하나의 제국이 된다. 결국 이 작품은 성공담의 얼굴을 한 타락담이다. 더 정확히는, 성공한 뒤에도 끝내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 인간의 케이스 파일이다. 송산은 승리했다. 그러나 작품은 끝까지 말한다. 승리와 해방은 같은 말이 아니라고. 『악의 제국 케이스 파일』은 독자에게 쾌감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불쾌한 잔상을 남긴다. 그리고 좋은 의미에서, 그 잔상은 오래 간다. 이 책은 묻는다. 너는 네가 믿었던 말을 아직도 믿고 있는가. 아니면 그 말을 팔아서 네 제국의 성벽을 쌓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