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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은 멈춰버린 과거를 추억하거나 동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고 팽창 중인 현재의 에너지를 직시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오키나와가 마주했던 역사적 충격은 이 땅에 깊은 균열을 남겼지만, 그 균열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이 피어나는 토양이 되었다. 시스템은 경계를 세우려 하지만, 생명은 그 경계를 비웃듯 서로를 투과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나는 그곳에서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얼굴들을 마주했다.”
- 이하늘, 작업 노트 「Big Bang」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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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하늘은 오키나와라는 장소를 통해 국가와 인종, 역사와 관광이라는 익숙한 프레임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추적한다.
오키나와는 여러 개의 시간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섬이다. 미군 기지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역사적 공간인 동시에, 푸른 바다와 휴양지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관광지이며, 현실의 모순이 지워진 채 ‘낙원’으로 재현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오키나와의 진실로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역사와 욕망이 부딪치며 일으킨 거대한 충돌, 곧 ‘빅뱅(Big Bang)’ 이후에도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사람들의 현재를 바라본다. 사진 속 인물들은 상처 입은 역사의 희생자나 이국적인 섬의 풍경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지정학적 경계와 제도적 질서가 만들어낸 균열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관계와 생활 방식,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존재들이다. 시스템이 삶을 분할하고 규정하려 할 때, 생명은 그 경계를 가로지르며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연결된다. 책의 제목인 ‘Through a Glass, Darkly’는 신약성경 「고린도전서」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본다’는 말에는 세계와 타인의 삶을 완전하게 이해하거나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이하늘은 이러한 불완전성을 사진의 결함으로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거리, 타인의 삶을 쉽게 해석하거나 소유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자신의 사진적 윤리로 받아들인다.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는 멈춰버린 과거를 추억하거나 상처받은 장소를 동정하는 기록이 아니다. 역사적 충격이 남긴 균열 속에서도 여전히 움직이고 팽창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에너지를 응시하는 책이다. 그 어렴풋한 유리 너머에서 작가는 오키나와의 사람들뿐 아니라, 불확실한 경계 위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미래와 마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