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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Not Human
2. Why Not Cutie 3. Why Not Easy 4. Why Not Wait 5. Why Not Gone 6. Why Not Know 7. Why Not True 8. Why Not Here 9. Why Not Now 10. Why Not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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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면접자분. 임태요 님.”
이름을 부르자 대기실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묘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대기실에 있는 모든 지원자들이 지금 이름 불린 그 면접자를 아주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쟁자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어보고 경계하고 날 돋은 시선들이 아니었다. 관심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억누른 동작을 너무 많은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는 바람에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대기실 안이 말없이 한 번 출렁거렸다. 그리고 다시 잠잠해졌다. 태요는 스스로 면접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손잡이가 높았기 때문에 까치발을 들어야 했다. 문을 닫고,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태요를 본 면접관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누어졌다. 싱긋 미소 짓거나, 눈꼬리를 세우거나. 임태요를 눈앞에 두고도 그걸 못 봤다고, 안 보인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색즉시공의 경지를 가진 이는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 임태요는 특별하다. --- p.11 좋았어. 태요의 입꼬리가 빵끗 올라갔다. 오늘은 3명의 새로운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눴다. 끝내주게 빠른, 범위 내 반응 지수의 상승 곡선. 시선 총량은 어떻죠? 그 상승 곡선에 반비례해서 순조롭게 하강 중. 이보다 더 쾌적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태요만의 아나운스가 흥미진진하게 지표를 중계∙해설했다. 아까 카페 바리스타 얼굴을 보셨나요? 그 바리스타, 태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주문도 잘 못 받았는데요. 맞아요, 그랬지요. 눈을 크게 뜨고, 대놓고 쳐다보는 걸 미안해하면서도, 주문을 단번에 듣질 못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세 번이나 외쳤으니까요. 아 그럴 만했지요. 그럴 만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어땠습니까. 우리의 바리스타는 해냈습니다……! 임태요가 아무리 별나봤자 까짓 별수 없어요. 이젠 그냥 아침마다 커피를 털러 오는 카페인 좀비 떼 중 하나일 뿐이에요! --- p.39 “그건 태요 씨가 고양이가 아니라서 그래요.” “네?” “태요 씨도 고양이라면 고양이를 가릴걸요.” 너는 이쁜 고양이. 너는 못생긴 고양이. 너는 뚱뚱한 고양이. 너는 꼬리가 너무 짧은 고양이. 넌 괜찮은 고양이인데, 넌 좀 싫은 고양이. 그리고 넌, 내 눈앞에서 없어졌으면 싶은 고양이. 하지만 사람에게서,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양이는 그냥 다 고양이일 뿐이다. 너는 이뻐서 귀여운 고양이. 너는 못생긴 게 귀여운 고양이. 너는 뚱뚱한 게 귀여운 고양이. 너는 짧은 꼬리가 귀여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천국! “아 그래요…….” 태요는 입을 다물었다. --- p.50 왜 말을 해야 할까? 하면 할수록 부족해지는 게 말 아닌가. 정확한 한 점을 말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말할 수가 없다. 점의 위치를 설명하는 좌표를 말하면, 그다음엔 그 좌표평면을 설명해야 한다. 좌표평면을 설명한 후에는, 그 좌표평면을 성립하게 한 공리를 설명해야 한다. 분명 맛있는 샐러드였지만, 해동은 샐러드보다 겉절이, 빵보다는 밥을 좋아한다. 이 샐러드는 맛있어요. 아니에요, 다시 사주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원래 그래요, 빵보다는 밥을, 미국에서도, 어쩌고저쩌고. 샐러드가 맛있다고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족이 필요한가. 어디 샐러드만 그런가.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땅 파고 있어요. 질문을 듣는 동시에, 그 ‘땅 파기’ 한마디에 뒤따라야 하는 말들이 해동의 머릿속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해동을 압도한다. 그래서 해동은 그냥 입을 다물고 침묵하기를 선택했다. 그러면 모든 말을, 모든 상태를 내포한 상태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 가능한 가장 큰 집합을 내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p.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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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은 무적이다. 그러나 귀여움만으로는 취업과 신분,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없다.
임태요가 짧은 다리로 연구소를 누비고, 다리 길이를 재는 측정 단위가 되고, 폭닥한 달걀찜 앞에서 행복해지는 걸 보는 독자는 빙긋 웃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 역시 태요의 능력보다 생김새를 먼저 보고 있지 않았는지 슬쩍 돌아보게 된다. 소설은 태요의 귀여움을 마음껏 사랑하면서도, 그 귀여움이 임태요라는 삶이 내포한 지성과 경력과 고통을 가리는 장막이 되지 않도록 독자의 시선을 계속 바로잡는다. 이 작품의 로맨스는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같은 말에 합의하는 것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태요는 끝까지 자신을 인간이라 말하고, 해동은 끝까지 인간보다 ‘삶을 포함한 사람’이라는 말을 내민다.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모든 창을 막는 방패처럼 두 사람은 부딪치되,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고 끊임없이 겨룬다. 설명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태요와, 너무 많은 말 앞에서 입을 닫던 해동이 함께 일하는 과정은 사랑이란 결국 상대의 세계를 여러 번 듣고 여러 번 말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양자지형과 블라인딩, 인공지능의 욕망 같은 큰 개념은 커피 두 잔, 빨대 하나, 새로 마련한 서재와 손수 만든 호박바지 안에 다정하게 숨어 있다. 그래서 《와이낫휴먼》은 iiiillilllll라는 생소한 작가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책이다. 사람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그가 사는 우주까지 알게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움이 우주를 어떻게 정복하는지, 여기에서 확인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