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일러두기
프롤로그 낙동강, 스무 살의 밤 1부 가난이라는 이름의 고향 단칸방 네 식구 하얀색 천에 덮인 사람 자장면 세 그릇 새벽 네 시 선생님의 오백 원 2부 달려야 살 수 있는 인생 스님 머리 전교 15등 가스통을 실은 오토바이 워크맨을 던지다 희미해지는 부산의 추억 면허 학원 없이 우표 한 장에 실은 인생 경쟁률의 사나이 다시, 낙동강 다시 찾아온 겨울 3부 세상이라는 벽 앞에서 다시 서다 전국에서 한 명 택시 안에서 이런 것도 못하냐 기름 묻은 손으로 든 펜 언어라는 무기 밥을 먹는 방법 별똥별은 소원을 진짜 들어준다 4부 온전히 나의 모습으로 사는 길 밤 11시의 젖병과 리포트 다시 스무 살이라면 쓸모 있는 사람으로 텅 빈 어깨 빚으로 산 확신 서른여섯, 임원이 되다 바다에서 바이오까지 이제는 내 이름을 걸 시간 다시 시작된 인생의 라이딩 울지 마, 괜찮아 에필로그 끝이 아닌 시작 |
|
내가 태어난 곳은 그 동네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있는 낡은 단칸방이었다. 방 한 칸, 부엌 하나. 화장실은 밖에 있었고, 샤워는 대야에 물을 받아 겨우 했다. 겨울이면 대야의 물이 차갑다 못해 살을 에는 듯했고, 여름이면 방 안 가득 찬 열기에 잠을 설쳤다. 나는 그 작은 집에서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남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가족은 아니었다.
---p.13 학교만 갔다 하면 매일같이 버텨 내고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 무슨 끈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학교를 단한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개근을 했다. 하지만, 공부는 늘 반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이 오가는지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맞지 않고 무사히 넘기는 것이 그때 나의 목표였다. ---p.44 작업 지시를 받아 일을 하러 가면, 일부러 나에게 더 무거운 부품, 더 더러운 기름 작업이 몰렸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해냈다.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해 작업장을 정리하고 공구를 세척하고 소모품 재고를 확인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스스로를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p.75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면서부터, 나는 바로 야간 대학에 지원해서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보다는, 무조건 싸고 관련된 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당한 곳을 찾던 중이었다. 마침 회사와 집 중간쯤에 있는 전문대의 모집 기간이었기에, 학비가 가장 싼 기계설계과가 있는 그 야간 전문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p.109 나는 그동안의 모든 스펙을 이력서와 면접에 쏟아부었다. 정비사 시절부터 영업팀, 기획실, 일본 유학, 석사 학위 취득까지. 한 줄, 한 줄, 내 인생을 증명서처럼 적었다. 서류에서 수십 대 일의 경쟁률, 면접에서는 실무 사례를 묻는 압박,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140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륜차 정비사 양성 과정에 입소해, 그해 바로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하며 운 좋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도 거의 최연소였고, 당시 열아홉 살의 나이였으니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회사 생활을 시작한 셈이었다. 그렇게 27년여가 흐른 지금 돌아보니, 내 또래보다 열 살은 더 높여야 나와 비슷한 직장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p.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