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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없는 타자성
01 지옥, 사르트르 02 인정, 헤겔 03 욕망, 라캉 04 신, 니체 05 살, 메를로퐁티 06 고백, 롤랑 바르트 07 불안, 프로이트 08 희생양, 지라르 09 애도, 데리다 10 얼굴, 레비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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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가장 다정한 타자인가, 타자성을 지운 타자인가
AI는 인간이 오래 꿈꿔 온 이상적인 타자에 가깝다. 언제든 호출할 수 있고, 빠르게 응답하며, 상처를 덜 주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준다. 바로 이 편리하고 다정한 타자가 인간관계와 욕망, 사랑과 상실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묻는다. 우리는 상사의 애매한 말을 AI에게 먼저 해석시키고, 연인의 메시지를 붙여 넣어 감정을 분석하며, 메뉴와 이동 경로까지 추천받는다. 선택은 여전히 내가 하지만 선택지는 이미 배열되어 있다. 타자는 직접 마주하기 전에 먼저 해석되고, 분류되고, 예측된다. 사랑은 상대와 대화하기 전에 AI에게 상대를 분석시키는 일이 되고, 이별은 추천 알고리즘과 사진 알림 속에서 끝없이 재생된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복원할 수 있는 시대에는 애도조차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흔적과 함께 사는 일이 된다. 이 책은 헤겔, 라캉, 레비나스, 데리다의 타자론을 오늘의 AI 환경으로 끌어와 ‘타자 없는 타자성’을 추적한다. 그리고 묻는다. 모든 것이 예측되고 완충되는 시대에도 나를 뜻대로 정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불편한 응시와 균열은 남아 있는가. 그 잔여가 어쩌면 사랑이고, AI가 끝내 대체하지 못하는 타자성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