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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항쟁·여순사건·제주 4.3, 국가폭력의 기억을 세 세대에 걸쳐 그려낸 연작소설 5편 수록
-영화배우 김혜나, 영화감독 전선영과 나눈 특별 대담 함께 실려 독립영화 연출, 뮤지컬 대본 공모 당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서사의 힘을 증명해 온 이경아 작가가 연작소설집 『당신의 시월』(달아실 刊)을 출간했다. 한국농민문학상 수상작 『붉은 달이 매달린』 이후 발표한 신작 단편들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표제작 「당신의 시월」을 비롯해 「그녀의 영화」, 「당신들의 푸가」, 「흙냄새」, 「이젠 올 수 있는 사월」 등 다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됐다. 이경아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보다 깊어진 역사적 의식과 인간 소외에 대한 치열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경아의 연작소설집 『당신의 시월』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대담을 통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잊었다고 믿었던 시간은 정말 지나간 것인가.” 표제작 「당신의 시월」은 1986년 건대항쟁을 겪은 여성 화자가 사십 년 만에 산속 레지던시에서 만난 젊은 작가 지망생들 앞에서 자신의 기억을 복원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화자는 자신이 겪은 폭력을 곧바로 서사화하지 못하고, “그러니 애초에 나는 내 고통을 모르는 것”이라는 자기 부정의 언어로 접근한다. 이러한 우회는 이번 소설집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는 웅변이 아니라 더듬거림으로, 사후적으로 재구성되는 신체의 기억으로 서술되며, 최루탄과 사과탄, 물탱크와 국화 향기 같은 감각적 이미지들이 뒤엉켜 그 시절의 공포와 은밀한 사랑을 동시에 증언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녀의 영화」와 「당신들의 푸가」는 모녀 삼대, 그리고 뒤엉킨 두 커플의 도주극을 통해 상처가 어떻게 세습되며 또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비비안-수정-루리로 이어지는 여성 계보는 모성 이데올로기를 배반하는 인물들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사의 이면―충무로의 성적 착취, 미투 이후의 권력관계―을 겹쳐놓으면서도 손쉬운 단죄로 흐르지 않는다. 「당신들의 푸가」의 제목이기도 한 ‘푸가(fuga)’는 도주를 뜻하는 동시에 하나의 선율이 다른 선율을 뒤쫓는 돌림노래 형식을 가리키는데, 이는 이 소설집 전체의 구성 원리이기도 하다. 이름과 배경이 바뀌면서도 같은 상처─버려짐, 감금, 상실 등─가 인물마다 다른 음높이로 반복되며 하나의 다성음악을 이룬다. 작가 자신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흙냄새」는 도시를 떠나 강원도 북단에 정착한 한 소설가의 에세이적 독백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여순사건 트라우마를 딸이 뒤늦게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이젠 올 수 있는 사월」은 제주 4.3 답사기 형식을 빌려, 침묵을 강요당한 섬의 역사와 화자 개인의 실패한 결혼사를 포개어놓는다. 이 두 작품에 이르러 소설은 사적 트라우마에서 한국 현대사의 반복되는 국가폭력―건대, 여순, 4.3―으로 시야를 확장하며, 연작 전체가 품고 있던 질문에 역사적 두께를 부여한다. 소설집 말미에 실린 배우 김혜나, 영화감독 전선영과의 대담(「바닷가에서 천천히」)은 다소 이례적인 구성이지만, 소설이 다루지 못한 여백―연기와 연출이라는 다른 매체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되짚는 자리─을 마련하며, 작품집을 열린 텍스트로 남긴다. 이경아 소설집 『당신의 시월』은 헬기 소리의 소요와 1986년 10월 건대항쟁의 낙인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흙냄새를 맡으며 대지 위를 걷게 하는 치유의 서사다. 개인의 몸에 새겨진 폭력의 기억을 국가역사와 정면으로 대질시키면서도, 그것을 흙냄새 나는 생활의 언어로 끌어내린다. 또한 “삶이란 다시 돌아보는 게 아니라 다시 사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당신의 시월』은 기억을 애도가 아니라 지속되는 삶의 방식으로 제안한다. 영화적 문법과 연극적 상상력, 그리고 깊이 있는 역사·사회적 문제의식이 정교하게 조율된 이 소설집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각자의 냉동지옥 안에 갇힌 채 숨죽여 울고 있을 수많은 ‘당신들’에게 건네는 가장 품격 있고 따뜻한 위로의 연주일 것이다. 위대한 문학은 언제나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짓뭉개진 소외된 자들의 뼈마디를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독자들은 이 소설집에서, 저자 이경아에게서 다시 한번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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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월』은 아마 모두에게 그런 경험을 주지는 않겠지만, 과거 기억 때문에 어떤 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라면 그로부터 무엇인가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글인 것 같다. 기억이란 내가 찾을 때 기억이며, 외면할 때는 생채기로 남는 그런 것이다. 당신의 10월은 어떤 것인가? -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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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스무 살 언저리에 자주 드나들던, 클래식을 틀어주던, 학교 근처의 시장 골목에 있던 다방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나의 근원을 탐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경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을 만나 나를 탐험하는 시간 여행을 떠나기를 바란다. - 신수원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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