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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품 소개 입센과 작품의 시대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작품 해설 오늘날의 《유령》 생각해 볼 질문 10가지 헨리크 입센 연보 번역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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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령》을 연출해본 사람은 안다. 이 작품에는 볼거리가 없다.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 사건은 이미 이십 년 전에 끝났거나 무대 밖에서 벌어진다. 배우가 기댈 것은 대사와 침묵뿐이다. 그런데 객석은 숨을 죽인다. 입센이 여기서 한 일은 오이디푸스의 구조를 시민의 거실로 옮겨 온 것이다. 극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발굴이 진행된다. 무대 위 인물들이 파헤치는 것은 자기가 딛고 선 바닥이고, 마지막에 그 바닥이 꺼진다. 발표 당시 유럽의 극장들이 이 작품을 거부한 이유는 소재 때문이었다. 유전되는 병, 서로를 모르는 남매, 어머니에게 죽음을 청하는 아들. 그러나 무대에서 실제로 위험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만데르스 목사다. 그는 악역으로 연기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그가 무섭게 보이는 순간 이 작품은 무너진다. 그는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도망쳐 온 여자를 남편에게 돌려보냈을 뿐이고, 그것을 지금도 자기 인생의 승리라 부른다. 읽지 않은 책을 단죄하고, 남의 판단을 따르는 것을 미덕이라 말하며, 보험을 들지 않는 이유로 소문을 든다. 그의 선의는 진짜다. 다만 그 선의가 딛고 선 것들이 이미 죽어 있을 뿐이다. 배우가 이 인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2막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알빙 부인의 그 대사가 온다. 매듭 하나를 풀어보려다 전체가 풀렸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전부 기계로 박은 것이었다는 말. 재봉이라는 지극히 가정적인 비유 하나로 한 시대의 윤리가 뜯긴다. 이 대사를 어떻게 던지느냐로 그날 공연의 성패가 갈린다. 입센이 정말 냉정한 지점은 그 뒤다. 알빙 부인은 마침내 모든 것을 보게 되지만, 그 각성이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다. 진실이 드러난 순간 아들은 무너지기 직전이고 딸은 떠난다. 계몽극이라면 여기서 해방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다. 이 작품이 비극인 이유는 소재가 어두워서가 아니라 아는 것과 구하는 것이 끝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조명이 다 한다. 밤새 어둡던 무대에 해가 뜨고, 평생 햇빛만 그려온 화가가 그 빛 속에서 해를 달라고 조른다. 어머니는 결정하지 않은 채 서 있다. 입센은 그녀가 어떻게 했는지 쓰지 않았다. 연출가들이 백사십 년째 그 자리를 메우려다 실패한다. 메워지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