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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무대용 확장판 오리지널 수상작 작가의 말 공연 이실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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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 그녀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고 했다. 이 탈출 시도는 그녀의 생일 바로 전날이었다. 그녀는 내일쯤 받게 될 쉰아홉 번째 생일 케이크를 떠올렸다. 그리고 용기 내어 일어섰다.
--- p.37 잉그리드 : 어떤 그림 그리고 싶은데? 클라우스 : 아직 잘 모르겠어. 오래 남을 만한 순간을 그리고 싶기도 하고, 중요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기도 해. 뭘 그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그림이 당연한 그림이었으면 좋겠어. 아. 너무 막연한 말이지. 음… 그러니까 당연한 걸 얘기하는 그림 말이야. 언제나 사랑이 필요하다거나, 모두에게 자유가 있어야 한다거나, 누구나 아는 말을 새삼스레 한 번 더 해 보는 그림. --- p.49 태조 : 사람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붕대를 던졌지만 닿지 않았다. 그는 넘어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기어갔지만 그의 몸은 경계선에 걸쳐, 돌아올 수도 넘어갈 수도 없었다. 페터는 총을 맞은 후, 아주 긴 한 시간을 더 버텼다.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 p.116 우희 : 그래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을 땐 기분이 이상했어요. 국경이라고 말하기엔 경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느낌. 언제 넘어왔지? 지금까지 다 똑같은 마을이었는데. --- p.123 우희 : 진짜… 넘어간다는 거…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요? --- p.124 우희 : 나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저 사람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내가 표현하는 방식은 그저 찰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찍는 사람의 의도?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진저리 친다.) 사진만큼 오독에 취약한 예술도 없습니다. --- p.133∼134 해석 : 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 장벽에 가로막힌 베를린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뜻으로 말했지만, 사실 독일에서 ‘베를리너’란 설탕을 묻히고 잼을 속에 넣은 도넛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나는 도넛이다’라는 농담으로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 p.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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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전개되는 공간은 가상의 국가 윌마 국제공항이다. 현재의 인물들은 다른 곳으로 건너가기 위해 잠시 그곳을 경유한다. 전시를 위해 베를린으로 향하던 사진작가 우희, 현재도 내전이 진행 중인 위험 지역 세르고에 가려고 하는 배우 태조. 두 사람은 나오지 않는 수하물 앞에 하염없이 발이 묶인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공항에 어느새 두 사람만 남겨지고, 설상가상으로 인근 지역 세르고에서 내전이 일어나 경계경보까지 발령된다. 불안한 상황 속 두 인물이 안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며, 개인의 삶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벽과 선이 얼마나 잔혹하게 뿌리박혀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실을 만드는지 보여 준다.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고 했던” 사람들의 수많은 삶이 무대 위에 겹친다. 장면의 각주이자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인물 ‘해석’을 통해 펼쳐지는 극중극은 냉전 시기 베를린 장벽을 넘으려다 희생된 이들의 비극을 들려준다. 작품은 운명을 단순한 순환으로 보지 않는다. 냉전 시대 베를린 장벽이 있던 그곳의 비극이 지금의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푸른 강보에 싸여 탈출 도중 죽음을 맞이한 베를린 장벽의 가장 어린 희생자 ‘홀거’, 그리고 무대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스카프가 묶인 캐리어 하나가 쓸쓸히 놓여 있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전쟁과 비극은 지금도 되풀이되며,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는 경계 위에서 짓밟힌다. 그것은 비켜 가기엔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오늘날 평범하게 여행길에 오르는 우리처럼, 그들 역시 각자의 사랑과 슬픔과 삶의 이유를 품고 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건너던 이들에게도 그 순간은 그저 ‘이쪽에서 저쪽으로의 이동’이었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선다. 냉전 시대 베를린에 그어졌던 비극의 선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긴밀히 연결된다. 〈베를리너〉는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 그럼에도 무언가를 향해 꿈과 사랑을 가지고 나아가던 사람들, 우연히 목격한 비극을 운명처럼 여기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계를 넘는 물리적 이동뿐 아니라 “마땅히 달콤할” 자유를 찾아 떠나는 삶으로의 열망을 환기한다. 제목 ‘베를리너’는 본래 독일에서 달콤한 잼이 들어간 설탕 묻힌 도넛을 뜻하지만,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연설 “나는 베를리너입니다(Ich bin ein Berliner)”에서 한 유명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나는 도넛이다”라는 농담으로 자주 쓰인다. 이 책에는 무대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장면을 모두 담은 무대용 확장판 버전을 비롯해 작가의 초기 구상과 서사의 뼈대를 엿볼 수 있는 오리지널 수상작 버전을 함께 수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