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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책을 펴내며
Ⅰ 즐거운 나의 집 12 아름다운 고백 14 가족이니까 16 김밥 18 스티커 한 장 20 신발 가족 22 다섯 손가락 24 똥강아지 26 첫눈 28 붕어빵 30 우리 집 가을이 32 고래와 춤을 34 택배 세상 36 등교 38 희망 사항 Ⅱ 봄 여름 가을 겨울 42 애국자 44 그림자 46 슬픈 치킨 48 궁금해 50 응가가 힘들어! 52 바퀴벌레 54 청보리 56 내 친구 58 앞니 빠지던 날 60 봄 여름 가을 겨울 62 봄비 64 가을은 66 장마 68 달력 Ⅲ 인어 아가씨 72 맛있는 팥빙수야 74 인어 아가씨 76 겨울밤 78 노을 앞에서 80 엄마 손은 요술쟁이 82 문구점에서 84 한 여름날의 꿈 86 날개가 있다면 88 고추잠자리 90 호박꽃 92 해님이 더워 94 똑같아 96 솜사탕 98 우리 세상 Ⅳ 동시 속의 동화 102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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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한 장
엄마 도와주면 스티커 한 장 동생이랑 놀아주면 스티커 한 장 열심히 공부하면 스티커 한 장 스티커 다 모이면 내 소원 들어주기 그림자 똑같은 키 똑같은 내가 따라다닌다. 햇빛으로 생기는 물체 그림자랑 달리기도 하고 그림자 손으로 토끼도 만들고 그림자 키 커지는 날 달나라도 함께 갈 수 있었으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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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글을 쓰고 손녀가 그림을 그리다
세대를 이어 피어난 사랑과 상상의 동시집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 아이의 그림 한 장에는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하는 세상이 들어 있다. 삐뚤빼뚤한 선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마음 가는 대로 칠한 색깔 속에도 아이만의 기쁨과 슬픔, 호기심과 상상이 숨어 있다. 장윤숙·오수아의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는 바로 그 아이의 세계에 할머니가 다정하게 말을 건네면서 태어난 특별한 동시집이다. 이 책에서 글을 쓴 사람은 할머니 장윤숙 시인이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손녀 오수아다. 순천부영초등학교 2학년인 오수아가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 동시로 옮겼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어른이 쓰고 아이가 그림을 그린 동시집’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손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할머니의 마음으로 받아 적은 세상이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나는 가족 공동 창작집에 가깝다. 작가는 책을 펴내며 손녀의 그림에 글을 입혔고, 아이에게 오래 남을 추억과 꿈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크게 「즐거운 나의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어 아가씨」, 「동시 속의 동화」의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에는 「아름다운 고백」, 「가족이니까」, 「김밥」, 「스티커 한 장」, 「신발 가족」, 「다섯 손가락」, 「똥강아지」, 「첫눈」, 「붕어빵」, 「우리 집 가을이」, 「고래와 춤을」, 「택배 세상」, 「등교」, 「희망 사항」 등 어린이의 하루와 가족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이어진다. 그림으로 피어난 동심, 글로 이어진 사랑 무엇보다 이 동시집의 매력은 아이의 말과 생각을 지나치게 어른스럽게 다듬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아름다운 고백」에서는 엄마와 아빠, 언니와 오빠, 동생을 향해 차례차례 사랑한다고 말한다. 거창한 수식어도 이유도 없다. 가족이니까 사랑한다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똥강아지」에서는 자신을 ‘똥강아지’라고 부르는 할머니에게 “나는 사람이란 말이예요”라고 항변하지만, 정작 할머니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도 ‘똥강아지’다. 이 짧은 반전 속에 할머니와 손녀 사이의 장난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범한 생활도 아이의 눈을 통과하면 재미있는 시가 된다. 「택배 세상」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놀이처럼 반복되다가 마지막에는 아빠의 퇴근까지 ‘띵동’으로 이어진다. 「희망 사항」에서는 친구도, 가족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파트에 살고 심지어 고양이와 강아지까지 아파트에 사는 세상을 바라보다가 “나는 /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놓는다. 어른에게는 익숙해져 버린 도시 풍경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질문이 되는 순간이다. 평범한 하루에서 발견한 아이의 특별한 세상 이 책에는 아이가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앞니 빠지던 날」에서는 치과에 가는 일이 세상에서 처음 겪는 것처럼 무섭고, 앞니가 빠진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새 이가 언제 나올지 걱정한다. 「달력」에서는 오늘과 내일, 생일과 계절을 알려주는 열두 장의 달력을 넘기며 자신도 한 살씩 먹고 “어른이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는 아이의 작은 성장일기를 동시와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 역시 맑고 생생하다. 청보리는 자동차 창밖에서 노래하고 바람을 만나 춤추는 친구가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는 꽃들의 잔치인 봄에서 시작하여 푸른 여름과 단풍 드는 가을을 지나, 눈 속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는 겨울까지 한 해의 순환을 어린이다운 언어로 펼쳐 보인다. 자연은 이 책에서 공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놀고 말을 걸 수 있는 친구다. 그 상상은 사물과 동물에게도 생명을 불어넣는다. 「문구점에서」의 크레파스는 밖으로 나가 스케치북에 나무숲을 그리고 싶어 하고, 노트는 아이에게 일기를 남겨 주고 싶다고 말한다. 문구용품들이 “우리를 세상 구경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순간 문구점은 살아 있는 이야기 공간으로 변한다. 「고래와 춤을」에서는 수족관의 구피를 바라보다 어느새 고래와 춤추는 꿈속 세계로 건너갔다가 눈을 뜨자 햇님을 만나고, 다시 그 꿈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자유로운 것이야말로 이 책을 움직이는 어린이의 힘이다. 어린이의 짧은 한마디가 어른에게도 오래 남는 까닭 그러나 이 동시집이 밝고 재미있는 데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 특유의 작고 여린 것에 대한 연민이 곳곳에서 빛난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겨울밤을 보내다가 문득 밖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을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겨울밤」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자신이 따뜻하다는 사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생명은 얼마나 추울까’ 하고 생각하는 마음, 바로 그곳에서 동심은 타인을 향한 공감으로 자라난다. 그 마음은 마지막 「동시 속의 동화」이자 표제작인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아이들은 엄마를 잃은 듯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쓰다듬고 함께 놀아 주며 마음을 달랜다. 아기 고양이는 마치 엄마를 잃었다고 말하듯 “야옹” 하고 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아이의 마음은 고양이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기 고양이가 잘 있는지 걱정되고, 별이 빛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침내 묻는다. “아기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 책은 그 질문에 정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길다. 고양이가 엄마를 만났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밤늦도록 한 작은 생명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질문은 독자에게도 건너온다. 우리는 길에서 마주친 작고 외로운 존재의 안부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가. 어린이의 짧은 한마디가 어른에게도 오래 남는 까닭이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만든 따뜻한 동시의 집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에는 화려하거나 어려운 말이 없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앞니가 빠지고, 택배가 도착하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평범한 하루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평범한 하루란 아직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으로 모든 것을 처음 발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김밥도, 신발도, 달력도, 크레파스도, 청보리도, 길고양이도 모두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곁에는 아이가 바라본 것을 놓치지 않고 글로 받아 적어 주는 할머니가 있다. 손녀는 그림으로 세상을 그리고, 할머니는 그 그림에서 마음을 읽어 동시를 썼다. 한 사람은 이제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오래 살아온 세상을 아이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 두 세대가 그림과 글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건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지닌 가장 따뜻하고 특별한 가치다. 『고양이는 엄마를 만났을까?』는 아이들에게는 “내 마음도 시가 될 수 있다”는 즐거운 발견을, 부모에게는 아이의 말과 그림을 오래 바라보게 하는 시간을, 조부모에게는 손주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추억의 의미를 전한다. 동시는 멀리 있는 문학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웃었던 순간, 아이가 던진 엉뚱한 질문 하나,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한 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어느 한 편의 동시가 아니라, 할머니와 손녀가 서로의 세계를 바라보며 함께 완성한 이 한 권 자체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