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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율
시 | 성당과 식물 산문 | 형체가 없는 슬픔 황인찬 시 | 축구가 싫어서 산문 |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김선오 시 | 바위와 바위 사이 틈이 있다 그곳에는 산문 | 퀴어됨의 지겨움에 대하여 김현 시 | 진지한 연애를 찾지만 캐주얼해도 괜찮아 산문 | 스와이프 김리윤 시 | 웅크리기 껴안기 산문 | 천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주석 권누리 시 | 훼손과 심취 산문 | 훼손과 심취 송희지 시 | 연인 괴물 산문 | 멈출 수 없는 퀴어와 쓰기와 삶의 누비질 전승민 발문 | 머리 위에 불빛이 깜빡깜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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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것, 눈이 많이 오는 날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것, 4인용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것, 반려동물과 함께 울고 웃는 것, 잠이 들기 전까지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는 것,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꼭 안아주는 것, 병원에 보호자로 가는 것,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것, 유서에 우리 사이를 말할 수 있는 것.
---pp.14~15 「형체가 없는 슬픔」 중에서 가족 아닌 타인과, 그것도 연인과 함께 사는 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퇴근하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혼자 있고 싶을 때마저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고맙고도 곤란한 일이다. 나는 그 고마움과 곤란함을 두루 즐기는 중이다. 일단은 어머니가 가면 안 된다는 곳까지는 온 셈이다. 다음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pp.48~49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중에서 ‘논바이너리(non-binary)’라는 명명의 의미심장한 점은 그 이름으로써 명확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고안된 단어라는 것입니다. 이름 지어지지 않은 공간에 도착하기 위해 모든 이름을 거절하는 일. 그리고 그중 어느 곳도 아닌 공간에 서 보는 일. 그 일은 저에게 어떤 시적인 실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pp.65 「퀴어됨의 지겨움에 대하여」 중에서 어제는 많이 웃었다. 가까이에서 다정하게 굴고 나 역시 다가가 아양 떨기 좋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 곁에서라면 낙관적으로 생을 바라보게 된다. 내 모든 아픔과 슬픔이 고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게 된다. ---p.89 「스와이프」 중에서 선을 비집고 들어가 공백을 만드는, 공백을 주석으로 채우는 이야기들. 침묵은 침묵이지만 음표와 음표 사이에는 음악을 가능하게 하는 공백이 있듯이. 빈 종이는 백지일 뿐이지만 글자 하나를 쓰면 글자 주위로 공백이 만들어지듯이. 이야기는 살아 있고 살아 있는 이야기는 변형되며 변화 안에서 계속 갱신되는 영원을 덧입는다. ---p.127 「천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주석」 중에서 내게서 우울과 공황, 불안을 씻어내고 싶고, 마비와 통증을 발라내고 싶다. 무기력과 불감증을 벼리고, 격렬한 루키즘과 간헐적인 디스포리아를 토막 내길 원한다. 동시에 내가 포기하지 못한 “정상성”과 “건강”과 “극복”에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놓고 싶다. ---pp.137~138 「훼손과 심취」 중에서 나는 세상의 어떤 것이 규격에 따라 명명되고, 확정되고, 완성되는 일련의 공정 과정에 자꾸만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끝나지 않았다고, 모든 것이 변해가는 중이라고 외치고 싶다. ---pp.166~167 「멈출 수 없는 퀴어와 쓰기와 삶의 누비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