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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문학청춘 (계간) : 가을 [2026]
69호
편집부 편저
황금알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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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2026 가을 69호

기획특집 | 현대시⑨
박중식 산곡(山曲) 둘 외 7편 34
시인론 : 염선옥 - ‌자연을 어음(語音)의 세계로
양찰(諒察)하는 존재의 언어 54

세계의 문학 |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나다⑥
김석희 천재와 광기 사이 73
― 에드거 앨런 포 평전

집중특집 3편시
이종성 신작시 : 매자나무의 눈물 외 2편 103
시작노트 : 그곳 각시복사꽃 아래로
작품론 : 권온 - ‌마땅히 써야 할 단어이자 근원적인
언어로서의 시 117

문학청춘의 시조와 시인
김소해 시(詩) 외 1편 126
문순자 까마귀 외 1편 128
제민숙 겨울나무 외 1편 130
유종인 터널 외 1편 132
박성민 상처 입은 사슴 외 1편 134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
이수익 빅뉴스 외 1편 138
강인한 데포르마숑 물상(物象) 외 1편 142
오하룡 옷장 외 1편 145
박상천 잘린 것은 더 독해진다 외 1편 147
김상현 모서리 외 1편 151
유정이 고요한 걸음 외 1편 154
이희숙 십자가 조롱 외 1편 157
김계영 무섬 마을의 외나무다리 외 1편 160
이춘희 그믐의 복화술 외 1편 164
이성률 제 길 외 1편 168
김정윤 쑥개떡 외 1편 170
강흥수 유월에 외 1편 172
이미화 몽블랑 먹기 외 1편 174
염민숙 펠릿 외 1편 178
김병택 집들의 내력 외 1편 182
이철수 노을언덕 외 1편 186
차호지 상자 외 1편 190
나 혜 둥근태 외 1편 194

시집산책68
강영은 삶을 견디는 네가지 방식 199
― 강영은, 홍경흠, 장욱, 강흥수의 시집을 읽고

줌렌즈의 좋은 시62
김재홍 ‘오늘’을 살며 ‘오늘’을 응시하는 ‘오늘’의 시인들 222
― 2020년대 시 읽기(7)

시망(詩網)에서 나온 시조24
박성민 서로에게 가는 마음의 방식 243
― 상처 이후의 관계를 묻는 현대시조

고전산책 | 고사성어 북돋아 읽기⑤
조성권 넘겨짚지 마라 외 2편 258

김미옥의 종횡무진 세상 이야기②
김미옥 2×2가 꼭 4일 필요가 있나? 외 2편 267

문학 속의 의학
의학 속 문학38 278
유 담 손가락만한 사람들이 걸어다녀요

시 속의 의학이야기43 291
김연종 질병의 은유 7
― 의사시인들이 건네는 마음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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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52*225*30mm
ISBN13
9772092662602

출판사 리뷰

-박중식의 ‘불교적 서정’에서 이종성의 ‘눈물의 언어’까지
-에드거 앨런 포, 2020년대의 시, 현대시조, 고전과 의학을 아우르는 풍성한 문학의 가을

2026년 9월 1일 발행된 이번 호는 제18권 제3호로, 「기획특집 | 현대시⑨」의 박중식 시인을 중심에 놓고 「집중특집 3편시」 이종성 시인, 김석희의 「세계의 문학 |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나다⑥」, 강영은의 「시집산책68」, 김재홍의 「줌렌즈의 좋은 시62」, 박성민의 「시망(詩網)에서 나온 시조24」, 조성권의 「고사성어 북돋아 읽기⑤」, 김미옥의 산문, 유담과 김연종이 이끄는 문학과 의학의 만남까지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한 권에 담았다. 시와 시조의 창작 현장을 충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시인의 생애와 시세계, 세계문학, 비평, 고전, 의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면서 시 전문 문예지가 확장할 수 있는 지평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호의 특징이다.

『문학청춘』은 스스로를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제의 마당”으로 규정하면서 좋은 시와 시인,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독자가 만나는 공간을 지향해왔다. 문단의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대신 문학으로부터 멀어진 시인과 독자의 손을 다시 잡겠다는 창간 정신 역시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번 가을호는 바로 그러한 지향을 한층 구체적인 편집으로 보여준다. 한 시인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적 생애를 작품, 육성의 기록, 사진, 연보, 비평으로 입체화하는 한편 젊은 세대와 중견·원로의 작품을 함께 싣는다. 또한 시의 영역을 문학 안에만 가두지 않고 철학과 역사, 의학, 사회적 현실, 인간관계와 일상으로 확장한다. 한마디로 이번 『문학청춘』은 ‘시는 어디에서 오며, 오늘의 시는 무엇을 바라보는가’라는 두 질문을 동시에 품은 가을호라 할 만하다.

한국 현대시의 한 고유한 궤적, 박중식을 다시 읽다. 이번 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획특집 | 현대시⑨」의 박중식 시인이다. 1955년 대전 서구 오류동에서 태어난 박중식은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뒤 『독자구함』, 『집도 절도 주민등록증도 없이』, 『흑백소묘』, 『인사동에 오신 붓다 틱낫한』, 『산곡(山曲)』 등의 시집과 사진집 『흑백경』 등을 펴내며 시와 사진, 수행과 일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특집은 박중식의 시를 몇 편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신작시 「산곡(山曲) 둘」을 비롯한 작품들과 자선 대표시, 시작 노트 「박용래 선생님으로부터 시(詩)를 잘못 배워」, 자술연보, 문학평론가 염선옥의 장문의 시인론을 함께 배치했다. 따라서 독자는 한 시인의 작품뿐 아니라 작품이 태어난 배경, 한 생애를 지탱해온 문학적 인연과 정신적 계보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박중식의 신작에는 산과 강, 안개, 봄비, 차와 낮달 같은 자연물이 조용히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의 대상이 아니다. 시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비워내는 장소다. 「산곡(山曲) 둘」에서 봄과 봄비, 청산과 물소리와 꽃향기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취명(醉茗)」에서 산꽃과 흰눈, 골바람과 낮달은 노년의 고요한 시간과 한 몸을 이룬다. 그의 시에서는 산을 바라보는 인간과 인간에게 바라보이는 산의 구별마저 조금씩 희미해진다.

염선옥 문학평론가는 이 지점을 박중식 시의 핵심적인 변화로 읽는다. 틱낫한과의 만남을 거치며 시인의 탐구가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했고, 세계의 국외자 혹은 관찰자였던 시인이 자신의 삶 자체를 수행의 장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인은 밖에서 깨달음을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의 과정 안으로 들어간다.
특히 평론은 박중식 시의 중요한 두 축으로 ‘여일(如日)’과 ‘산곡(山曲)’을 읽는다.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생활은 겉으로 보면 같은 날의 반복이지만 그 안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축적된다. 그것이 점수(漸修)의 시간이다. 반면 산의 노래를 문득 듣게 되는 순간은 돈오(頓悟)의 순간과 맞닿는다. 따라서 그의 시는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오래 지속되는 수행을 서로 대립시키지 않는다. 매일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산과 나무를 바라보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조금씩 닦아나가는 삶과, 문득 세계의 본질을 감지하는 순간을 하나의 서정적 시간으로 묶는다.
이러한 해석은 박중식의 시를 흔히 말하는 ‘선시’나 자연시라는 범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의 언어에는 불교적 사유가 깊이 스며 있지만 그것이 교리를 설명하기 위한 언어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말을 줄이고, 자연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고, 사물의 침묵 앞에서 자신의 언어를 조금씩 내려놓으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염선옥은 이를 자연을 언어로 점유하지 않으려는 겸허한 시적 실천으로 읽는다. ‘말을 잊는 일’조차 박중식에게는 하나의 시적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중식 특집은 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시인은 얼마나 말해야 하는가, 자연과 타자를 언어로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시를 쓸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용래에서 김종삼·천상병·틱낫한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시간’

이번 특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박중식의 시작 노트와 자술연보, 그리고 풍부한 화보다. 「박용래 선생님으로부터 시(詩)를 잘못 배워」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시작 노트에서 박중식은 젊은 시절 스승 박용래에게 시를 배우던 시간을 소환한다. 그는 한때 “시인의 목숨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시 한 줄”이라고 믿고 살았으며, 평생 직장도 없이 시에 몸을 던지는 것이 시인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나이 일흔을 넘어서야 좋은 시를 쓰는 것 못지않게 좋은 시를 읽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 회고에는 한국 현대시사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박용래가 직접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이야기, 박목월을 병문안하러 갔던 기억, 김종삼의 시를 읽도록 권했던 스승의 말, 시와 술과 가난이 분리되지 않던 시대의 풍경이 개인적인 일화 속에서 되살아난다. 박중식의 자술연보에는 1976년부터 1980년까지 박용래에게 문학을 배운 시간, 김종삼과의 만남, 사진과 시 작업, 틱낫한의 방한을 동행하며 헌시와 사진 작업을 했던 기록, 김종삼의 유품을 현대시박물관에 기증했던 과정 등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화보 역시 특집의 문학사적 의미를 더한다. 박용래와 함께 찍은 사진, 틱낫한과의 장면, 결혼식 주례를 맡은 박용래와의 사진이 수록되고, 천상병과 인사동 ‘귀천’에서 함께한 모습과 문학카페 ‘쇠죽가마’ 앞의 기록도 만날 수 있다. 텍스트가 기억을 이야기한다면 사진은 그 기억에 얼굴과 장소를 되돌려준다. 그 결과 이번 박중식 특집은 작품론과 회고담, 연보와 사진 기록을 결합한 일종의 ‘시인 아카이브’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시인에게 영향을 준 스승과 동료, 시대와 장소가 작품과 함께 움직이고 있어 한국 현대시의 한 세대를 기억하는 자료로도 읽을 수 있다.

□이종성, ‘산과 숲’에서 ‘눈물과 울음’의 시학으로: 두 번째 큰 축인 「집중특집 3편시」는 이종성 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196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종성은 199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32년가량 중등교사로 재직하면서 시인의 길을 걸었으며 『그곳엔 갓길이 없다』, 『바람은 항상 출구를 찾는다』, 『산의 마음』, 『별들도 카톡을 한다』 등 네 권의 시집을 펴냈다. 포토에세이와 로드에세이 등도 발표해온 그의 문학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공간은 ‘산’과 ‘숲’이었다.
이번 호에는 「매자나무의 눈물」을 비롯해 세 편의 신작시와 시작 노트 「그곳 각시복사꽃 아래로」가 실렸다. 특히 「매자나무의 눈물」은 늦가을의 매자나무와 가시, 후회와 눈물을 겹쳐놓는다. 다른 사람의 몸에 박힌 가시는 빼주지 못하고 찌르는 가시로만 살아왔다는 자책은 자연물의 묘사를 인간적 성찰로 전환시킨다. 「각시복사꽃」에서는 유년의 길과 꽃, 가족과 상실의 기억이 현재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권온 문학평론가는 「마땅히 써야 할 단어이자 근원적인 언어로서의 시」에서 이종성의 새로운 작품들이 기존 시세계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고 분석한다. 최근 시들에 등장하는 나무와 꽃은 결국 그가 오랫동안 노래해온 산과 숲을 구성하는 존재들이다. 다만 최근 작품에서는 ‘눈물’, ‘울음’, ‘답답함’과 같은 감정의 언어가 전면에 등장한다. 그동안 공간을 바라보던 시선이 이제 기억의 내부와 가족사의 깊은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권온은 특히 ‘눈물’을 이종성 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읽는다. 그의 눈물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말하게 하는 언어다. 산과 숲이라는 비교적 넓은 공간의 시학이 나무와 꽃, 가족과 기억, 울음의 구체적인 감각으로 내려오면서 시인의 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보에 실린 이종성의 어린 시절과 가족사진도 이러한 작품 이해를 돕는다. 할아버지, 부모, 생가, 초등학교 졸업과 학창시절, 대학과 군 복무 이후의 시간, 어머니의 산소와 인수봉 등반 사진 등이 한 인간의 생애를 이어 보여준다. 따라서 이종성 집중특집 역시 ‘작품 세 편’이라는 형식적 숫자를 넘어선다. 세 편의 신작을 중심으로 한 시인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읽게 하는 것이 이 기획의 장점이다.

□김석희가 따라가는 에드거 앨런 포의 ‘천재와 광기 사이’: 『문학청춘』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세계문학 연재도 이번 호의 중요한 읽을거리다.

김석희의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나다⑥―천재와 광기 사이」는 우리가 흔히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 「갈가마귀」의 작가로 기억하는 포를 작품 제목 너머의 한 인간으로 되살려낸다. 이번 연재에서는 자신의 잡지를 창간하려는 포의 강렬한 욕망과 현실적 곤궁, 편집자와 작가로서의 생활, 〈펜 매거진〉 계획 등이 중요한 축을 이룬다. 포는 자신만의 잡지를 갖는 것이 자신의 문학적 이상을 실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나 자본과 인간관계, 생활이라는 현실의 벽에 끊임없이 부딪힌다. 동시에 그는 창작을 멈추지 않는다. 산문과 단편, 시를 고치고 다시 발표하며 잡지 편집과 비평을 병행한다. 「결코 악마에게 머리를 걸지 마라」와 같은 풍자적 작품, 「필적에 관한 한 장」처럼 동시대 작가들을 거침없이 평가한 글 등을 통해 포의 다면적인 문학적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재가 흥미로운 까닭은 천재 작가의 결과물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고료와 잡지, 편집자와 독자, 문단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한 직업문인의 현실이 드러난다. 세계문학사의 거장이면서 동시에 자기 잡지 하나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포의 모습은 오늘날 문학과 출판의 현실과도 묘하게 겹쳐진다.

□시인 19명의 목소리, 시조 5인의 정형미학: 『문학청춘』의 근간은 결국 새로운 시를 발표하는 지면이다.

이번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는 이수익 「빅뉴스」, 강인한 「데포르마숑 물상(物象)」, 오하룡 「옷장」, 박상천 「잘린 것은 더 독해진다」, 김상현 「모서리」, 유정이 「고요한 걸음」, 이희숙 「십자가 조롱」, 김계영 「무섬 마을의 외나무다리」, 이춘희 「그믐의 복화술」, 이성률 「제 길」, 김정윤 「쑥개떡」, 강흥수 「유월에」, 이미화 「몽블랑 먹기」, 염민숙 「펠릿」, 김병택 「집들의 내력」, 이철수 「노을언덕」, 차호지 「상자」, 나혜 「둥근태」 등 다양한 시편이 실려 있다.
원로와 중견,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의 시인들이 한 지면에서 만난다는 점은 『문학청춘』이 유지해온 중요한 편집 원칙을 보여준다. 특정한 유파나 세대의 언어에 지면을 좁히기보다 서로 다른 시적 문법을 한 권 안에서 공존시키는 방식이다.
「문학청춘의 시조와 시인」에서는 김소해, 문순자, 제민숙, 유종인, 박성민의 작품을 만난다. 자유시의 언어와 더불어 시조의 정형미를 지속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은 오늘의 시문학이 전통과 현대를 단절된 두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 권의 시집으로 묻는 ‘삶을 견디는 방식’: 강영은 시인의 「시집산책68」은 이번 호의 비평적 무게를 더한다.

제목은 「삶을 견디는 네가지 방식―강영은, 홍경흠, 장욱, 강흥수의 시집을 읽고」다. 강영은의 『그리운 중력』, 홍경흠의 『배밭에는 배꽃이 핀다』, 장욱의 『흔들림을 놓는다』, 강흥수의 『최고의 희망』을 한 자리에 놓고 서로 다른 네 시인이 삶의 어려움과 존재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통과하는지 읽어낸다. 『그리운 중력』에서는 사랑과 기억, 상처와 죽음 사이에서 인간을 다시 삶 쪽으로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이 탐구된다. 『배밭에는 배꽃이 핀다』에서는 병상과 전쟁의 기억, 노년과 기후위기를 통과하면서도 끝내 생명의 불씨를 놓지 않는 목소리가 발견된다. 『흔들림을 놓는다』에서는 씨앗과 흙, 별과 감꽃 같은 이미지가 인간 존재의 흔들림과 성장을 연결하고, 『최고의 희망』에서는 생활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사랑의 윤리를 길어 올린다.

서로 다른 네 권을 연결하는 것은 ‘인간은 무엇으로 삶을 견디는가’라는 질문이다. 상처를 입고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늙어가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며,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힘을 시에서 발견한다. 강영은은 좋은 시란 삶을 대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 곁에서 오래 기다리는 일이라고 본다. 이러한 시집 읽기는 단순한 신간 서평의 범주를 넘어선다. 네 시집을 통해 오늘의 인간이 무엇 때문에 상처 받고 무엇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지를 묻는 존재론적 독법이다.

□‘오늘’을 사는 시인들을 응시하다: 김재홍 시인·문학평론가의 「줌렌즈의 좋은 시62」는 「‘오늘’을 살며 ‘오늘’을 응시하는 ‘오늘’의 시인들―2020년대 시 읽기(7)」라는 제목으로 이어진다. 연재는 동시대의 시가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노동과 사회적 현실, 관계와 개인의 내면, 현대인의 불안과 연대의 가능성이 서로 다른 시적 언어로 나타난다.

가령 윤이산의 작품에서 ‘등’은 처음에는 서로 돌아선 상태를 의미하지만 다시 마주보기 위한 가능성으로 변한다. 김재홍은 이를 대립과 적대를 넘어 상대를 품는 서정의 힘으로 읽는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노년의 노동과 가족을 부양해온 육체가 조명되면서, 노동을 특정한 계급의 정치적 구호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이 살아가는 보편적인 조건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줌렌즈의 좋은 시」는 시를 현실과 분리된 언어적 장식으로 읽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엇을 견디고 누구를 바라보며 어떤 방식으로 다른 존재와 살아가는지를 시를 통해 탐문한다.
김재홍이 마지막에 주목하는 것도 대립 그 자체가 아니다. 오늘의 시인들은 상대를 제거하여 나를 살리는 이분법을 넘어 인간 삶의 조건을 살피고 함께 살아갈 가능성을 찾는 ‘대긍정의 시적 사유’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시선은 이번 『문학청춘』 가을호의 다른 지면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중식의 시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낮아지고, 이종성의 시에서 나무와 가족의 기억이 연결되며, 현대시조에서는 상처를 입은 타인에게 다시 다가가는 관계의 윤리가 모색된다. 결국 이번 호를 관통하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주제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상처 이후에도,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갈 것인가: 박성민의 「시망(詩網)에서 나온 시조24」의 제목은 「서로에게 가는 마음의 방식―상처 이후의 관계를 묻는 현대시조」다.

이 글은 오늘의 현대시조가 전통적인 정형 속에서도 매우 현대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의 상처, 타인의 어깨, 인간의 선의와 오판, 도시의 비둘기, 익명의 사람, 분단의 공간 등이 정형 안으로 들어온다. 특히 인간이 다른 존재를 너무 빨리 이해하고 규정하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관계란 상대를 모두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완전히 설명할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이해되지 않는 타자의 부분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형시의 초장·중장·종장을 거치는 동안 처음의 판단이 흔들리고 다른 시선이 들어오는 형식 자체가 이러한 관계의 윤리와 연결된다.
홍성운의 「비둘기, 불임의 평화」를 읽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날려 보냈던 비둘기가 도시에서는 ‘유해조수’가 되고 개체 수 조절의 대상이 된 현실을 통해 인간이 생명에 붙이는 이름이 얼마나 상황 편의적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결국 박성민의 글이 던지는 질문은 간명하면서 무겁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상처와 거리를 없애지 않은 채 어떻게 다시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편을 나누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느린 관계의 문법’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얻는다.

□고사성어를 오늘의 삶으로 불러내다: 조성권의 「고전산책 | 고사성어 북돋아 읽기⑤」에는 「넘겨짚지 마라」 외 두 편이 실렸다.

이 연재의 특징은 고전의 문구를 사전식으로 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가족의 기억, 오늘날의 생활 속 사건에서 출발하여 오래된 고사성어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되묻는다. 「넘겨짚지 마라」에서는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자신의 경험과 선입견으로 상황을 판단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답을 찾는다”고 꾸짖는다. 이 경험은 『논어』의 ‘무의(毋意)’, 즉 근거 없이 추측하고 단정하지 말라는 가르침과 연결된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빨간 책가방을 친구가 가져갔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정으로 옆 교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일화도 나온다. 그때 아버지가 다시 들려준 말이 “넘겨짚지 마라”였다. 공자가 경계한 근거 없는 추측, 독단과 집착의 문제가 일상 속 경험을 통해 되살아난다. 수천 년 전의 고전이 박물관 속 문장이 아니라 오늘의 인간관계와 판단, 소통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2가 반드시 4이어야 하는가, 일상의 익숙한 질서에 질문하다: 「김미옥의 종횡무진 세상 이야기②」에는 「2×2가 꼭 4일 필요가 있나?」 외 두 편이 실렸다.

김미옥은 거대한 담론보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딸과 남한강 둑길을 걷는 장면에서 걷기의 의미, 시간의 변화, 모녀 관계, 인생의 속도를 돌아본다. 젊은 날에는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도착했는지가 중요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디에 도착했는가보다 계속 걷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해진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연재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삶의 계산법에 작은 물음표를 붙인다. 정답처럼 굳어진 숫자와 가치, 효율과 성공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관계와 과정, 경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산문이 시 중심 문예지 안에 함께 놓이는 것은 『문학청춘』의 독자층을 시의 전문 독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삶과 문학의 접점을 찾는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히는 역할을 한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정신의학과 초현실주의까지: 『문학청춘』의 독특한 연재 가운데 하나인 「문학 속의 의학」은 이번 호에서 38회를 맞았다.

유담의 「손가락만한 사람들이 걸어다녀요」는 1909년 프랑스 정신과 의사 라울 르루아가 보고한 특이한 시각적 환각에서 출발한다. 환자의 눈앞에 손가락만 한 작은 사람과 동물들이 정상적인 비율을 유지한 채 움직이는 현상이다. 르루아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릴리푸트에서 이름을 빌려 이를 ‘릴리푸티안 환각’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의학 상식에 머물지 않는다. 라울 르루아와 초현실주의의 창시자 앙드레 브르통의 관계로 이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브르통은 르루아의 지도 아래 군의관 인턴으로 일하면서 정신병리학과 환각, 무의식의 세계를 가까이 경험했고,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의 초현실주의적 사유에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손가락만 한 사람들이 보인다’는 하나의 의학적 현상은 『걸리버 여행기』라는 문학작품을 거쳐 정신의학의 명칭이 되고, 다시 초현실주의 문학의 사상적 배경과 연결된다. 의학과 문학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진 영역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인간의 지각과 상상력이라는 동일한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의사가 건네는 또 하나의 처방전, 시: 김연종의 「시 속의 의학이야기43」은 「질병의 은유 7―의사시인들이 건네는 마음 처방전」으로 이어진다.

의사이면서 시인인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진료실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몸의 질병을 진단하는 의학의 언어와 인간 존재의 상처를 바라보는 시의 언어가 만나는 자리다. 이번 글은 의사시인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질병과 노화, 죽음, 돌봄, 의료 현장의 체험이 어떻게 시적 언어로 변하는지를 읽는다. 의사의 눈앞에 있는 것은 단순히 병명이 붙은 ‘환자’가 아니라 불안과 기억, 가족과 생의 역사를 지닌 한 인간이다.
김연종은 글의 마지막에서 매일의 일상 속에서 시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과 같다고 말한다. 진료실 창가에 머무는 시 한 편은 때로 의사가 환자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처방전이 된다. 의료기술만으로 열리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언어가 두드리는 것이다. 이 연재는 『문학청춘』이 시를 심미적인 장르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시는 몸과 질병, 죽음과 돌봄의 문제를 통해 인간의 가장 구체적인 현실을 만날 수 있다.

□떠난 시인을 기억하는 방법, 박의상 시인 추모 화보: 이번 가을호의 화보에는 2026년 7월 31일 별세한 박의상 시인을 기억하는 지면도 마련됐다.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196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의상은 『내 안에 사랑이』, 『라, 라, 라』, 『문제들』, 『미국,이라는 문제』, 『질문과 농담과 시』,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나, 참,』, 『빈정빈정, 투덜투덜』 등의 시집을 남겼다. 화보에는 그의 시 「사랑에 대한 비명」과 생전 모습, 1960년대 후반 현대시 동인들과 함께한 사진이 실렸다.
문예지가 생존 시인의 신작을 발표하는 장이라면 동시에 먼저 떠난 시인을 기억하고 그가 남긴 언어를 다시 독자 앞에 놓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박의상 추모 지면은 이번 가을호의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새 작품의 탄생과 한 시인에 대한 작별이 같은 책 안에 놓이면서 문학의 시간이 단순히 앞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권 안에서 만나는 ‘시의 생애’: 이번 『문학청춘』 2026 가을호를 관통하는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시의 생애’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박중식의 특집에는 스무 살 무렵의 문학적 스승과 일흔을 넘긴 현재의 시인이 함께 존재한다. 이종성의 시에는 어린 시절의 가족과 현재의 눈물이 함께 흐른다. 에드거 앨런 포의 평전에서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전 잡지 한 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작가의 시간이 되살아난다. 현대시와 현대시조의 비평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인간의 노동과 상처, 관계의 문제가 등장한다. 의학을 다루는 글에서는 인간의 육체와 질병, 죽음이라는 가장 오래된 문제가 문학적 언어와 만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 시는 완성된 작품 한 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날들과 사람, 장소와 상처, 기억과 사상, 몸과 죽음까지 끌어안으며 오랜 시간 자라는 생명체에 가깝다. 『문학청춘』이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청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읽힌다. 청춘은 반드시 생물학적인 젊음을 뜻하지 않는다. 일흔을 넘긴 시인이 여전히 시가 무엇인지 묻고, 오랜 작품활동을 이어온 시인이 새로운 언어를 찾아 나서며, 지나간 작품을 오늘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그 정신이 문학의 청춘일 수 있다. 이번 가을호는 원로와 중견, 오늘의 시인들을 한 자리에 놓음으로써 문학의 젊음이 나이보다 질문하는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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