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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우리는 말이 아니라 말의 구조에 설득된다
제1부 말은 어떻게 현실을 만드는가 ― 우리가 듣는 말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제1장 같은 사실도 다르게 말할 수 있다 ― 사실의 선택과 재구성 제2장 이름을 바꾸면 현실도 달라진다 ― 명명과 언어의 권력 제3장 질문을 바꾸면 답도 달라진다 ― 프레임은 어떻게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가 제4장 숫자는 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가 ― 통계와 숫자가 만드는 권위 제5장 이야기는 어떻게 사실보다 강해지는가 ― 선택, 강조, 맥락 그리고 서사의 힘 제2부 말은 어떻게 책임을 숨기는가 ― 모호함·회피·전문용어의 기술 제6장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가 ― 수동태, 주어 삭제와 책임의 실종 제7장 “검토하겠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모호한 말과 결정하지 않는 결정 제8장 왜 어려운 말은 권위를 만드는가 ― 전문용어와 지식의 권력 제9장 “사실이 아니다”와 “사실로 볼 수 없다”는 왜 다른가 ― 법률 언어와 책임의 경계 제10장 왜 중요한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는가 ― 회피, 유보, 반문과 답변의 재구성 제3부 사람은 어떻게 말에 설득되는가 ― 공포·희망·권위·욕망의 언어 제11장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오래된 말은 무엇인가 ― 공포와 희망의 수사학 제12장 왜 우리는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믿는가 ― 선택과 강조가 만드는 서로 다른 현실 제13장 “전문가에 따르면”이라는 말은 왜 강력한가 ― 권위와 인용의 수사학 제14장 광고는 왜 상품을 직접 칭찬하지 않는가 ― 암시와 연상의 기술 제15장 사람들은 왜 이야기가 있는 말을 믿는가 ― 스토리텔링과 자기설득의 구조 제4부 말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말이다 ― 침묵·생략·완곡어법과 권력 제16장 외교관은 왜 직접 “아니오”라고 하지 않는가 ― 완곡어법과 전략적 모호성 제17장 공동성명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 ― 한 문장에 여러 의미를 담는 기술 제18장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 생략과 선택의 정치학 제19장 침묵은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침묵, 정보 통제와 책임 회피 제20장 가장 강력한 수사법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 말의 바깥에서 작동하는 권력 에필로그 ?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현실을 더 자유롭게 본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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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만드는 기술이다
우리는 말이 사실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말은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사실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단어로 이름 붙일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말의 기술, 권력의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화려한 연설이나 유명한 명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매일 너무 익숙하게 접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리는 말의 작은 차이다. “사실이 아니다”와 “사실로 볼 수 없다”는 왜 다른가. “검토하겠다”는 말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어떤 질문에는 직접 답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가. 왜 공동성명의 문장은 어렵게 쓰이는가. 왜 전문가의 이름이 붙는 순간 하나의 주장이 갑자기 믿을 만한 사실처럼 느껴지는가. 이러한 차이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말과 권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정치에서 말은 책임을 분산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외교에서는 갈등을 피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장치가 된다. 법률에서는 책임의 경계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언론에서는 무엇을 중요한 의제로 만들 것인지를 결정한다. 기업에서는 상품을 직접 칭찬하지 않고 특정한 욕망과 이미지를 상품에 연결하며, 전문가의 말은 복잡한 현실에 권위라는 무게를 더한다. 특히 이 책은 말하지 않는 것’의 힘을 중요하게 다룬다. 모든 권력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정보가 공론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도 작동한다. 그래서 침묵과 생략은 말의 반대가 아니라 때로는 가장 정교한 형태의 말이 된다. 책은 이를 하나의 거대한 음모론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선택적 표현이 조작인 것도 아니며, 모든 모호한 표현이 거짓말인 것도 아니다. 외교에서는 모호함이 협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놓인 맥락과 말하는 사람의 권한, 책임, 이해관계, 그리고 그 말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문제를 추상적인 수사학 이론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현대의 담론이론과 사회학에 이르는 다양한 사상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독자가 실제 생활에서 접하는 언어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정치인의 답변, 외교적 표현, 전문가의 권위, 광고의 이미지, 언론의 선택과 생략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말의 구조를 하나씩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무슨 말을 했는가?” “왜 그렇게 말했는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이 말을 믿도록 만드는 장치는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 권력은 반드시 명령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특정한 이름을 붙이고, 질문의 방향을 바꾸고, 숫자를 선택하고, 전문가를 인용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침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대의 권력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다고 느끼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사학과 권력의 관계를 다룬 현대 연구 역시 이러한 언어와 권력의 상호작용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말의 기술, 권력의 기술》은 말을 잘하기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말에 속지 않기 위한 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은 남의 말을 의심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 역시 어떤 말의 구조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말을 의심한다고 해서 세상을 불신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말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정확하게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안에서 생각하는 대신,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갖게 된다. 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다. 말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