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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역자 서문 시대적 배경 해설 등장인물 작품 해설 용어 해설 제1장. 베티나 제2장. 그늘진 방에서 제3장. 다이애나가 거두는 것 제4장. 흰 라일락 제5장. 베티나가 춤을 추다 제6장. 남자마다 여자는 단 하나 제7장. 하버 라이트 제8장. 빈집 제9장. 황금시대 제10장. 폭풍 신호 제11장. 흰 처녀 제12장. 젊음과 아름다움 제13장. 앤서니에게 보내는 편지 제14장. 작은 은반지 제15장. 베티나가 날다 제16장. 어둠 속의 목소리들 제17장. 청춘의 영광 제18장. 속죄 제19장. 아버지의 반지 제20장. 회색 갈매기호 제21장. 부러진 날개 제22장. 마법의 숲 제23장. 어여쁜 여인들의 행렬 제24장. 저녁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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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영광』을 다 읽고 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낡은 연애소설인데,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들이다.
이 소설의 뼈대는 통속적이다. 네 남녀의 사각관계, 오해와 희생, 비행기 추락, 두 쌍의 결혼. 1913년 미국 대중소설이 팔리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가 빠짐없이 들어 있다. 실제로 템플 베일리는 이런 소설로 당대 가장 많이 읽힌 작가가 되었고, 문학사는 그를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악인이 없다. 통속소설의 문법대로라면 누군가는 어린 여자의 재산을 노리거나 연적을 음해해야 한다. 여기서는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다이애나는 자기 사랑을 매장하는 일인 줄 알면서 연적을 자기 집에 들여 옷을 지어 입히고 사교계에 내세운다. 앤서니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스스로를 벌한다. 베티나는 마음을 깨닫고도 약속을 깨지 않으려 버틴다. 저스틴은 친구의 약혼자를 훔칠 수 없다며 물러선다. 넷이 저마다 옳으려고 애쓴 결과 넷 다 불행해진다. 가장 좋은 장면은 제8장, 달빛 든 빈집에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손을 뻗으면 닿는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거절한다. 그렇게 하면 자기가 작고 비열하게 느껴질 것이고, 그러면 상대를 덜 좋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절의 근거가 신도 사회도 도덕률도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계속 사랑할 수 있으려면 지금 물러서야 한다는 지극히 실제적인 계산이다. 백 년이 지나도 이 문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제목은 청춘을 내걸었지만 소설의 무게중심은 반대편에 있다. 서른 넘은 여자가 화장대 앞에서 콜드크림 병을 들여다보며 첫 주름을 이야기하는 장면, 평생 아이들을 가르친 노처녀 교사가 선물받은 비단옷을 입기가 무섭다고 고집하는 장면 ? 입어버리면 언젠가 없어질 테고, 그러면 이 세상에 아름다운 물건이 하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 환자를 잃고 돌아온 외과의가 내 기술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내뱉는 장면. 상투적인 이야기의 틈새마다 이런 것들이 박혀 있고, 그 박힌 것들이 백 년을 견뎌 지금도 아프다. 물론 오늘 읽기 불편한 대목도 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를 향한 계급 편견은 인물의 입에서 나오고 소설이 비판하는 편이지만, 반박의 논리마저 혈통주의 안에 머문다. 다이애나가 자기를 납치하는 원시인 같은 남자를 원했다고 쓰는 대목은 소설이 그에게 부여한 자율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지막 장에서 앤서니가 장애인의 결혼을 반대하며 꺼내는 우생학적 논리에 이르면, 저자가 그 편에 서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다정한 소설이 어떤 폭력을 다정한 얼굴로 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읽을 만한 이유는 앞서 말한 그 물러섬의 윤리에 있다. 사랑이 옳음보다 앞서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옳음이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자기를 견딜 수 있느냐는 문제라는 것. 위대한 소설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소설이고, 무엇보다 다정한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