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안은 채 좋아하는 곳을 향해 헤엄치는 사람입니다.” 바다를 정말 좋아했지만,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은 오랫동안 제게 아득하고 두려운 공간이었습니다. 수면 아래 까마득한 깊이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먼저 내려앉았고, 물속 세상은 늘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서른아홉의 어느 날, 우연히 화면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키나와 혹등고래를 보았습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를 마주한 순간, 오래 잊고 지냈던 마음속의 떨림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직접 만나러 가야겠어.” 하지만 마음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첫 스쿠버 다이빙 연습 날, 수심 2미터도 되지 않는 수영장에서 무서움에 짓눌려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물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완벽하게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낯선 수중 세계의 답답함이 한꺼번에 숨을 막히게 했습니다. 그때 저를 다시 물속으로 이끌어준 것은 곁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남편의 따뜻한 손을 꼭 잡고, 서두르지 않는 동료들과 발을 맞추며 조금씩 바닷속 풍경에 익숙해졌습니다. 수심 2미터에서 울던 그 겁쟁이는 어느덧 수심 20미터 아래로 여행을 갑니다. 함께했던 이들은 지금도 “그때 그 사람 맞아?” 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곤 합니다. 두려움을 없애고 나서야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서운 채로 내디딘 작은 한 걸음 덕분에, 제 세상은 비로소 바다만큼 넓어졌습니다. 잘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무서운 채로도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고, 그 첫걸음 너머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