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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본문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0.9 만자 (종이책 기준 약 18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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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사뮤엘 칠립이라고 하면, 물론 내 정체를 아실 것이다. 그렇다, 나는 바로 그 저자, 아니, 유명한 저자라고도 불린다. 다시 말해서, "독살된 물병", "피로 뒤덮이다", "악마의 탐정" 등 자극적이고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의 작가다. 하지만 내 이런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명성과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나, 나는 크게 자부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 자신도 어쩌다 보니, 말하자면 범죄라는 주제에 휩쓸려 버렸는지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범죄를 좋아한 적도, 당연히 실제로 저지른 적도 없다. 사실은 오히려 감상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어쩐지 운명이 내 관심을 사기와 폭력 쪽으로 돌려 놓은 듯했고, 나는 그런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가장이고, 누구보다 가정적이고 무해한 삶을 살고 있다. 세인트 존스 우드에 작은 빌라를 임대해 살며, 예쁜 정원을 직접 가꾼다. 자주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가고, 심지어 아기를 돌본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내 삶의 방식과 생계를 얻는 방식이 이렇게나 다른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나는 밤을 새우곤 한다, 즉, 밤에 제일 좋은 글을 쓴다. 대가족의 일상은 내 집중력을 몹시 흐트러뜨리기에, 낮에는 줄거리나 장면에 전혀 몰입할 수 없다. 오직 아내가 잠자리에 들고, 아이들?귀여운 녀석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만, 나는 조용히 앉아 어두운 범죄를 구상할 수 있다. *** 내가 지금 얘기하려는, 내 문학적 경력에 큰 영향을 끼친 그날 저녁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나는 사랑하는 세라피나와 우리 여섯 아이들과 함께 7시에 차를 마시고, 그 후 다 같이 난로 옆에 모여 앉았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범죄나 잔혹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착한 요정과 마법에 걸린 공주, 학교 친구들, 순수한 사랑과 변치 않는 연인들에 대한 것이었다. 언제나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저녁이 깊어 갈수록 아이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끝내 남은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14살 된 큰딸뿐이었다. 10시에는 차가운 돼지고기 구이와 쌀푸딩, 그리고 약간의 순한 에일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 후 가족들은 내게 입을 맞추고 "잘 자요" 인사를 건네며 내 노동을 응원하고 방을 떠났다. 10시 반이 되자, 나는 서재에 틀어박혀 새 소설 "약사의 복수"에서 가장 중요한 장을 집필하고 있었다. 이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서 내가 고안해 낸 범죄의 독창성에 내심 자부심도 느꼈다. 악당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약을 만들어냈고, 그 재료들은 사람 몸속에서 폭발해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이제 곧 그 치명적인 알약이 불운한 희생자에게 투여되는 무서운 장면에 다다르고 있었다. <추천평> "범죄소설의 유행 자체를 소재로 삼은 19세기 영국의 유쾌하고 기묘한 범죄 단편이다. 살인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던 작가가 어느 날 자신이 쓰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범죄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뒤집히는 순간을 블랙유머와 마지막 반전으로 완성한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