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작품 소개 셰익스피어와 작품의 시대 등장인물 본문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작품 해설 오늘날 생각해 볼 질문 10가지 셰익스피어 연보 번역자 주 |
|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에는 대개 파국을 설계하는 인물이 있다. 이아고, 맥베스 부인, 에드먼드 같은 이들이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는 없다. 안토니우스는 자기 성격 때문에 무너지고, 클레오파트라는 자기 선택 때문에 무너지며, 옥타비우스는 그저 계산에 밝을 뿐이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는 점이 이 비극을 유난히 어른스럽게 만든다.
두 사람의 사랑도 미화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이용하고, 모욕한다. 안토니우스는 4막에서 클레오파트라에게 개선식에 끌려가 얼굴이 갈아엎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주고받고도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를, 셰익스피어는 판정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준다. 이 작품의 해설자는 에노바르부스다. 그는 주인의 몰락을 매번 정확히 예측한다. 혼인이 파국의 씨앗이 되리라는 것, 해상에서 싸우면 안 된다는 것, 판단력이 이미 무너졌다는 것. 그리고 4막에서 그는 계산대로 주인을 버리고, 안토니우스가 그의 재물을 덤까지 얹어 보내 주자 도랑에서 심장이 부서져 죽는다. 셰익스피어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계산이 옳은 자가 먼저 죽는 장면을 보여 줄 뿐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의 승리가 아니라 옥타비우스라는 유능하고 차가운 단독 통치자다. 그는 원하는 것을 전부 얻고, 애도조차 기록으로 관리한다. 그럼에도 독자의 마음이 가 있는 곳은 무대 한가운데 누운 두 사람이다. 승리한 쪽에 마지막 대사를 주고 패배한 쪽에 마지막 감정을 주는 이 배치가, 400년이 지나도록 이 작품을 읽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