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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구름 세월 도솔암 기산당 부도탑 난蘭 간월암 반야교 난간에 기대어 남해를 지나며 선운사에 가서 가을산 산사 세상사는 법 월악산의 봄 생명 선禪 2부 천불전 다시 산에 들다 꽃열반 눈먼 거북이 낙산사에서 백양사 늦가을 흰 고무신 두 켤레 돌이 부처가 되는 것을 동백꽃 산 아래로 간 도반에게 우슬재 등나무에게 길을 묻다 호현이 연꽃 3부 일지암 번뇌 그리고 꽃 탑 고독 불면의 밤 독도 가을 소묘 일백 고개 집념 범종 부둣가 복사꽃 장작을 지피며 노송 행복 4부 진달래 학다리역 회심곡 비 오는 날의 단상 임진강가 농막에서 고향 자식 생각 상여 봄은 어디서 오는가 고추잠자리 고향 회상 망상 여울 등나무 상사화 5부 은적사에서 덤핑 산동네 박씨 전선줄 시와 염불 찹쌀떡 봉숭아꽃 월롱역에서 뒤안길 선재동자 보명선원 반가유상 들국화 기적소리 염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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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나는 떠도-ㄹ고 너 또한 떠다녀도 뜻이 같다면야 언젠들 만날 테니 가는 곳 어딜지라도 두 손 접어 기원하리 세월 백련사 숲길에 백발이 성성한 노승이 포행하는 것을 보아 왔는데 어느 날 숲길 계곡을 걷다 맑은 시냇물에 내 얼굴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나도 어디쯤 왔나보다 눈먼 거북이 신설동 골동품 가게에서 눈먼 돌거북 한 마리 사다가 마당 가에 놓았더니 어느 날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목련나무에 가끔 앉아서 쉬어가는 산비둘기가 눈먼 거북이 애처로웠는지 엉덩이로 눈을 찍어 점안했다 산비둘기도 저리 안목이 있는데 시 한 편도 제대로 못 쓰고 눈뜬 시인 노릇하고 있으니 나는 아직 멀었는가 염주 몇십 년 전 어느 노장 스님께서 의자에 앉아 안면도 모래밭 가을 햇볕을 불러와 쬐며 백팔염주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염주 돌리는 뜻을 그때는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의자에 앉아 백팔염주를 돌리고 있다 세월은 봄가을을 되돌리지만 인생은 그렇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계절의 바퀴를 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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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의 수학자다. 재미있는 확률을 말씀하신다. 악처에 떨어진 중생이 사람 몸을 받을 확률은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떠다니는 판자의 구멍에 목을 집어넣을 확률보다 어렵다고 하셨다. 혜관스님의 시 쓰는 인연도 그 희유한 확률의 공덕에 값한다.
진리를 찾아 떠돌던 눈먼 거북이는 이제 입전수수의 경지로 나아간다. 다음 생에는 시나 염불보다 이미자의 노래로 세상 사람을 달래시겠단다. 하지만 그 경지의 아득한 곳에서 둑길 따라 봄소녀들과 쑥과 냉이 캐고 소먹이던 소년은 한듬과 도솔산을 따라 두타의 여행을 떠났다가 진즉에 곡창산 고향집 울타리 매화꽃으로 다시 피어 있지는 않을는지. -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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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거북이 한 마리, 긴 인연과 세월의 바다를 건너 문득 눈을 떴다.
그 깊은 눈동자 속 꽃과 바람과 노을이, 산사와 고향과 어머니와 중생이, 차별 없이 깃드니, 풍경이 한 알 한 알 염주처럼 꿰어진다. 마침내 동백에 닿은 눈길 붉은 피를 토해내다 홀연 수천의 연잎 휘날리는 고운 연등이 되었네. - 김춘식 (문학평론가, 동국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