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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맑음
어둠을 지나 빛으로 나아간 생존과 희망의 기록
신주아 저
코람데오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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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당신의 하늘도 결국, 맑기를 바라며 / 4

[ 1장 | 척박한 땅에 핀 민들레 (유년의 시간) / 15

[ 2장 | 검은 보자기 틈새로 스며든 빛 (성장과 시련) / 51

[ 3장 | 진학의 문이 닫힌 밤, 나를 일으켜 세운 다짐 / 87

[ 4장 | 홀로 서기엔 너무 버거웠던 서울의 밤 / 119

[ 5장 |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움튼 숨결 / 157

[ 6장 | 상처가 아물고 다시 걷게 된 기적 / 175

[ 7장 | 현실은 선의만으로 통제되지 않았다 / 215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사랑

[ 8장 | 눈물로 씨앗을 뿌린 낯선 땅 / 261

[ 9장 |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 283

[ 10장 | 햇빛 들지 않는 지하에서 띄운 미소 / 309

[ 11장 | 상처는 훈장이 되고, 아픔은 빛이 되어 / 329

[ 12장 | 가장 낮은 곳에서 만난 숨겨진 보석들 / 339

에필로그 | 내 아픔이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된다면 / 356

저자 소개 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백석대학교대학원 졸업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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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130*190*19mm
ISBN13
9791192191645

책 속으로

가끔 마주하게 되는 하천리 친구들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은, 텅 빈 어린 내게 견딜 수 없는 날 선 박탈감을 안 겨주었다. 남들에겐 너무나 숨 쉬듯 당연한 웃음과 풍요가 왜 나에게는 이토록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별 먼지 같은 것인지. 작고 가냘픈 마음속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갈등과 서러움이 검게 소용돌이쳤다. 가난과 상처로 얼룩진 이 척박한 운명이 끔찍하도록 싫었지만, 그 무거운 삶의 절망을 온전히 털어놓고 기댈 사람은 내 곁에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의 품에 기대어 털어놓기엔 내 어린 슬픔의 무게가 너무도 거대했기에, 나는 결국 사람 대신 차가운 흙벽을 마주하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이 캄캄하고 무서운 세상에서 어떻게 버텨내야만 하나요.’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절대자를 향해 쏟아낸 절박한 질문들은, 밤마다 서늘한 흙벽에 부딪혀 뜨거운 눈물로 무너져 내렸다. 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어린 소녀가 홀로 올린 생애 첫 기도는, 거룩한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제발 살려달라는 처절한 짐승의 외침에 가까웠다. 극심한 영양실조와 고단함에 지쳐 늘 파르르 떨리던 나의 작고 앙상한 손. 나는 그 가엾게 비실거리는 두 손을 가슴에 꽉 모아 쥐고서 간절히, 아주 간절히 빌었다.
---「2장 검은 보자기 틈새로 스며든 빛 (성장과 시련) |‘차가운 흙벽에 기댄 어린 소녀의 첫 기도’」 중에서

초등학교 6학년, 새로운 학기가 막 피어나던 첫날. 낡은 교실 안에는 묘한 긴장감과 낯선 설렘이 무겁게 감돌고 있었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학생들과 처음 대면한 젊은 담임 선생님은, 삐걱거리는 교탁에 서서 그 흔한 장황한 인사나 지루한 훈화 말씀 따위는 단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으셨다. 그저 묵묵히 하얀 분필을 쥐고 칠판을 향해 돌아서서, 당신의 끓어오르는 신념을 새기듯 단 한 문장을 꾹꾹 힘주어 눌러 쓰셨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야? 사람다운 짓을 해야 사람이지.”

선생님은 그 서늘하고도 묵직한 무언의 글귀에 대해 그 어떤 친절한 부연 설명도 덧붙이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 짧고도 강렬했던 한 문장은, 지독한 가난과 뼈에 사무치는 설움 속에서 짐승처럼 웅크려 있던 내 텅 빈 가슴 한복판에 날카로운 벼락처럼 정면으로 내리꽂혔다. 그것은 마치 굶주림에 지쳐 쩍쩍 갈라진 메마른 영혼의 땅에 쏟아지는 구원의 단비 같았고,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흙벽의 어둠 속을 ‘번쩍-’ 하고 찢어발기며 비추는 강렬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날 초록색 칠판 위에 새겨졌던 그 투박한 하얀 글씨는, 평생 내 흔들리는 삶을 다잡아주는 숭고한 나침반이 되어 가냘픈 영혼 가장 깊숙한 곳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처럼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그래, 나를 둘러싼 이 끔찍한 환경이 아무리 비참하고 날 짓밟아도, 나는 기어코 사람다운 사람으로 꼿꼿하게 살아남고야 말 거야.’
---「3장 진학의 문이 닫힌 밤, 나를 일으켜 세운 다짐|‘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단 한마디’」 중에서

‘칠흑 같은 죽음의 한강 물에서 내 가엾은 생명을 기어이 살려주신 이 꿈결 같은 기적의 회복! 그리고 내 남은 호흡이 온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빛으로 이끌어 주시는, 세상에서 제일 좋으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내가 어찌 뜨겁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거친 세상 한복판에서 어찌 당당하게 자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실의 밑바닥에서 이 압도적인 구원을 온몸으로 체험한 생존자로서, 나는 이제 흔들림 없이 확신한다. 내 가엾은 영혼이 캄캄한 어릴 적부터 그토록 애타게 찾고 또 찾았던 세상에서 제일 높고 위대한 신. 반드시 그 주님을 만나 완전히 엎드려야만 비로소 비루한 인간은 온전한 ‘사람 다운 삶’으로 경이롭게 변화될 수 있으며, 마침내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도 거룩한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그 눈 부신 진실을 말이다.

나는 비로소 이 핏빛 세상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가장 찬란하고도 거룩한 참된 삶의 비밀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제 이 거칠고 무자비한 세상 한복판에 맨몸으로 덩그러니 던져진다 해도, 내가 감히 해내지 못할 일은 단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압도적인 생명력이 혈관을 타고 거세게 요동쳤다. 칠흑 같은 한강의 벼랑 끝에 서서 죽음의 낡은 치맛단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던 그 가엾고 병 든 소녀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그 텅 빈 고요한 자리에는, 저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폭포수처럼 부어지는 눈부신 지혜와 맹렬한 사랑을 가슴 벅차게 품어 안은 강인하고도 단단한 ‘청년 순례자’가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당당히 서 있었다.
---「6장 상처가 아물고 다시 걷게 된 기적| ‘1980년의 피비린내와 기계 소리’」 중에서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해맑은 웃음소리는, 찢기고 상처 난 내 마음에 발라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다정한 진통제였다. 고된 농번기가 찾아와 마을 전체가 눈코 뜰 새 없이 비명처럼 바빠지면, 우리 부부도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동네의 거친 밭으로 나갔다. 살을 태우는 뙤약 볕 아래서 뽀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촌로들의 핏빛 농사일을 기쁜 마음으로 돕다 보니, 어느새 겉돌기만 하던 서늘한 이방인인 우리는 조금씩 마을의 따뜻한 일원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무자비한 줄만 알았던 대자연이 불쑥 내어주는 풍성하고도 눈부신 선물은, 팍팍한 살림에 너무도 벅찬 위로가 되었다. 마을 한가운데 든든하게 뿌리내린 커다란 살구나무에서, 노랗게 익어 갓 따낸 새콤달콤한 살구를 아이들의 붉은 입술에 쏙쏙 넣어주던 그 찬란한 기억은 내 혀끝에 여전히 달콤하게 맴돈다.
---「8장 눈물로 씨앗을 뿌린 낯선 땅|‘자연이 주는 치유와 순박한 아이들’」 중에서

어느덧 시대는 묵묵히 두 발로 걷는 것을 넘어, 모두가 맹수처럼 날아가야만 간신히 살아남는 아득하고 잔혹한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천하 만물과 인간의 모든 핏빛 일에는 반드시 하늘이 정한 고요하고 묵직한 때가 있는 법이다. 당장 눈앞을 가로막는 시퍼런 환경이나 척박하고 비루한 처지에 더 이상 얄팍하게 흔들리지 않고, 비록 내 걸음이 남들보다 미련하리만치 더딜지라도 나는 기꺼이 감사하고 벅차게 기뻐하며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내 찢어진 영혼을 갉아먹던 고난도 혹은 달콤하고 안락한 형통함도 이 거친 땅 위에서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서늘한 진리를 이제는 뼛속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내 남은 생애에 또다시 벼락같은 환난과 극한의 시련이 덮쳐오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시퍼렇게 열악한 여건이 나를 에워싼다 할지라도. 나는 결단코, 두 번 다시는 비루하게 슬퍼하거나 캄캄한 늪에 빠져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12장 가장 낮은 곳에서 만난 숨겨진 보석들| ‘지옥의 훈련, 그리고 눈물로 지켜낸 생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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