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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시대의 수레바퀴 아래 짓이겨진 한 혁명가의 초상”
우리는 박헌영이라는 이름을 역사 교과서 속 박제된 이념의 표상으로만 기억해 왔다. 하지만 그 거대한 타이틀 뒤에는 첩의 자식이라는 결핍을 안고 태어나 평생을 고독과 싸워야 했던 한 인간이 있었다. 소설 『어느 혁명가의 비애』는 박헌영을 영웅시하거나 폄훼하지 않는다. 대신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똥오줌을 벽에 바르며 미치광이 행세로 감옥을 탈출해야 했던 처절한 결기, 그리고 살아있음에도 아내가 다른 동지와 재혼했다는 비보 앞에 홀로 술잔을 삼켜야 했던 한 남자의 무너진 내면을 치밀하게 응시한다. 상하이 프랑스 조계와 모스크바 레닌대학, 경성 아서원의 비밀 회합 등 철저한 사료를 바탕으로 복원된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독립과 민중 해방을 꿈꿨으나 결국 역사의 소모품으로 버려진 그의 말로는 오늘날 우리에게 ‘신념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