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1부. 집 ─ 사라진 집, 남아 있는 사람들 - 감나무 아래의 기억 - 우물이 있던 큰 집 - 아버지가 꽃을 심던 마당 - 범어동 2가, 다시 시작한 가족 - 세 집안을 지켜 낸 사람들 - 고향은 사람을 따라왔다 2부. 밥상 ─ 사랑은 어떻게 나누어졌는가 - 고개 숙인 손수레— 엄마의 배추밭, 그리고 나의 어린 마음 - 된장찌개의 기억 ─ 두부 한 모에 남은 누나들의 침묵 - 그날, 김치찌개가 밥상에 올랐다 ─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 저녁 - 새 옷 한 벌이 오던 날 - 대문을 조금 열어 두던 설날 - 보름달 앞에서, 두 번 절하다 - 눈길을 걸어간 성탄 전야 - 아버지의 낮잠 3부. 무너짐 ─ 삶이 흔들리던 시간 - 그 집안의 대들보였던 사람 - 아버지의 선거 유세 - 조카의 실종 사건 - 투병 - 잊고 싶은 그 겨울 4부. 사람 ─ 나를 키운 사람들 - 아버지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성당의 복사 - 성심학교 야학의 추억 - 치악산 비로봉에서의 밤 - 내가 만난 빛 5부. 길 ─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 사투리, 내 안의 작은 고향 - 달리기, 내 삶의 또 다른 이름 - 수영 연습 - 그 여름, 날개는 잠시 접혀 있었다 - 영화를 본 날 - 000 장학금 - 미소 6부. 기억이 빚어낸 이야기 (체험소설) - 은신 - 달그락, 달그락, 피난길의 소리 - 고구마 트라우마 - 그랑 위에서 듣다 - 70년 만의 해후 - 나는 아직도 그 길 위에 있다 * 에필로그 Appendix Selected Essays and Stories in English The Handcart I Pushed with My Head Down 「고개 숙인 손수레」 Memories Beneath the Persimmon Tree 「감나무 아래의 추억」 Memories of Doenjang Stew 「된장찌개의 기억」 The Day Kimchi Stew Came to Our Table 「그날, 김치찌개가 밥상에 올랐다」 Clatter, Clatter: Sounds from the Road of Refuge 「달그락, 달그락, 피난길의 소리」 The Winter I Wanted to Forget「잊고 싶은 그 겨울」 The Smile 「미소」 |
|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그때는 몰랐던 사랑과 삶의 의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순간을 지나친다.그 순간에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아픈 일인지, 혹은 훗날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을 기억이 될지 알지 못한다. 조은상의 산문집 『그때는 몰랐다』는 바로 그 ‘뒤늦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가족의 기억, 어머니의 손수레와 된장찌개 한 그릇, 눈 내리던 성당의 밤, 학창 시절의 친구들, 유학 시절의 좌절과 재기, 가족과 함께 지나온 세월,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바라보게 된 사람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특별한 사건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본다.배추를 가득 싣고 골목을 지나가던 어머니의 손수레, 장남의 된장찌개에 들어 있던 두부 한 모, 추운 겨울밤 성당으로 걸어가던 어린아이의 발자국 같은 작은 기억들이 세월을 건너 현재의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때는 몰랐다.어머니가 손수레에 실어 나른 배추 한 포기가 가족의 한 끼가 되고, 어린 자식의 운동화가 되고, 작은 사탕 한 봉지가 되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된장찌개 속 두부 한 모가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한 서운함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가난했던 크리스마스의 밤이 훗날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으로 머물지 않는다. 세월이 흐른 뒤 저자는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고,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씩 발견한다. 특히 가족에 대한 기억은 ‘사랑받았던 기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타인의 희생과 양보를 깨닫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책에는 밝은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학 시절 박사논문 디펜스의 실패와 가족이 함께 겪었던 힘겨운 겨울처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아픔을 단순한 실패담으로 남겨 두지 않는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고, 다른 길을 찾아 다시 도전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이 갖는 또 다른 의미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때는 몰랐다』는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가족과 유학 생활, 사회생활과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이어지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는 모두 늦게 안다. 곁에 있을 때는 당연했던 사람의 소중함을 떠난 뒤에 알고,가난했던 시절의 한 끼가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세월이 흐른 뒤에 알고,젊은 날의 실패가 훗날 자신을 다시 일으킨 힘이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안다. ‘그때는 몰랐다’는 말은 후회의 말만은 아니다. 그것은 살아온 시간을 다시 이해하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산문집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미안했던 기억까지 그대로 불러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오늘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 역시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머니의 밥상, 아버지의 목소리, 어린 날의 골목, 잊고 있던 친구, 가족과 함께했던 어느 겨울밤…….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때는 몰랐다』는 결국 지나간 삶에 보내는 한 사람의 늦은 감사이자, 아직 살아가야 할 날들을 향한 조용한 화해의 기록이다. [작가의 말] 그때 우리는 몰랐다 나는 두 명의 엄마를 기억한다. 한 분은 나를 낳아 주신 엄마이고, 또 한 분은 어린 내가 삶의 길을 잃지 않도록 지켜 주신 엄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에게 엄마는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했고, 사랑도 한 사람에게서 한 가지 모습으로만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은 여러 사람의 사랑을 먹고 자라며, 때로는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사랑이 한 사람의 생을 끝까지 지켜 준다는 것을. 나를 낳아 주신 엄마는 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죽음이 무엇인지도, 이별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속에 머무는지도 몰랐다. 그저 어느 날부터 엄마가 집에 없다는 사실만 희미한 빈자리로 남았다. 얼마 뒤 또 한 분의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처음에는 말투도 손길도 낯설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따뜻한 국이 밥상에 올랐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제 왔나?” 하는 목소리가 나를 맞아 주었다. 말없이 이불을 말리고, 장독대 뚜껑을 열고, 식구들의 옷을 챙기던 손길이 조금씩 우리 집의 빈자리를 메웠다. 나는 그때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사랑은 눈물겨운 말이나 특별한 희생으로만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사랑은 언제나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아버지의 사랑도 그러했다. 아버지는 한때 큰 꿈을 품고 세상으로 나아갔던 사람이었다. 고향과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의 실패와 함께 집안의 형편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넉넉했던 살림은 가난으로 바뀌었고, 아버지는 가족 앞에서 다시 삶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어린 나는 아버지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했다. 꽃을 가꾸고, 닭을 기르고, 삽을 들고 물길을 내던 아버지의 굽은 등을 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좌절과 책임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설날이면 벼루에 먹을 갈아 제문을 쓰고, 보이지 않는 조상에게까지 예를 다하던 그 마음도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무너진 자리에서 가족이라는 집을 다시 짓고 있었다. 아버지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가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말이 적었던 아버지의 침묵 속에는 미안함과 사랑, 그리고 가장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이 함께 들어 있었다. 우리 집에는 다섯 명의 누나가 있었다. 누나들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물을 길어 오고, 밥을 짓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았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돌아와야 했던 날에도, 좁쌀밥과 감자로 끼니를 때우던 때에도, 누나들은 자신의 서러움을 크게 말하지 않았다. 아픈 닭에게 주사를 놓고, 김장철이면 손을 불려 가며 배추를 절이고, 어린 동생을 업은 채 집안일을 했다. 밥상 위의 두부 한 조각도 장남과 어린 남동생에게 먼저 돌아가던 시절이었다. 누나들은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말없이 물러났고,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에는 오히려 어린 동생들의 부모가 되어 주었다. 나는 그때 누나들의 양보를 몰랐다. 내가 따뜻한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며 꿈을 꿀 수 있었던 자리마다 누나들이 내려놓은 몫이 있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날에도 누나들은 나를 업고, 씻기고, 먹이고, 달래 주었을 것이다. 그들의 젊은 날 한가운데에 우리 동생들이 있었다. 형에 대한 기억도 오래 남아 있다. 형은 집안의 장남이었고, 부모님의 기대와 가족의 희망을 등에 지고 살았다. 어린 내게 형은 엄격하고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내가 모은 구슬을 버리며 공부하라고 가르쳤고, 겨울이면 화초를 보관할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형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집안의 앞길을 열고자 했을 것이다. 형이 어렵게 대학에 합격하고 서울로 올라갔을 때, 그것은 한 사람의 진학만이 아니었다. 무너진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었다. 형은 먼저 길을 떠났고, 우리 가족은 그 뒤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어린 시절의 나는 몰랐지만, 형에게도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 곁에는 신앙이 있었다. 집안이 기울고 마음 둘 곳을 잃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들은 성당을 찾았다. 나도 일곱 살 무렵 세례를 받았다. 새벽이면 성당에 가자는 동네 형들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렸고,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언덕 위 성당으로 향했다. 어린 내게 신앙은 처음에는 성호를 긋는 일이었고, 주모경을 외우는 일이었으며, 성당 마루에 앉아 성가를 듣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신앙은 삶이 무너질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었다. 부모님을 잃었을 때에도, 가족이 흩어졌을 때에도, 삶의 위기 앞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도 기도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나를 붙들어 주었다. 신앙이 모든 고통을 없애 준 것은 아니었다. 대신 고통을 견디고, 용서하고, 다시 사람에게 다가갈 힘을 주었다. 때로는 신부님의 한마디가, 성당에서 만난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피정 중에 흘린 눈물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그렇게 나를 키운 사람들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두 명의 엄마, 꿈과 좌절을 함께 품었던 아버지, 자신의 몫을 동생들에게 내어 준 누나들, 먼저 길을 열어야 했던 형, 그리고 가족이 무너질 때마다 우리를 다시 이어 준 신앙의 힘에 대한 기록이다. 된장찌개 속 두부 한 조각, 김장 배추를 실은 손수레, 물지게를 지고 걷던 누나의 작은 등, 화초를 돌보던 아버지의 손, 명절이면 돌아오던 형의 가방, 새벽 성당으로 향하던 발자국. 그때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가난한 줄은 알았지만 서로의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는 몰랐고, 섭섭한 줄은 알았지만 그 안에 사랑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부모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생각했고, 누나들의 양보를 당연하게 여겼으며, 형의 엄격함 뒤에 놓인 책임을 헤아리지 못했다. 기도하며 걷던 길이 언젠가 내 삶의 버팀목이 되리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 사랑은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오지 않았다. 때로는 국 한 그릇으로, 때로는 말없는 손길로, 때로는 누군가의 양보와 눈물로, 때로는 어둠 속에서 올린 짧은 기도로 우리 곁에 머물렀다. 사랑은 늘 말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기억 속에 흩어져 있던 가족의 얼굴을 하나씩 불러 본다. 엄마, 또 한 분의 엄마, 아버지, 누나들, 형, 동생, 그리고 함께 기도하며 길을 건너온 사람들. 그들이 남긴 사랑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 책은 그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아본 한 사람의 고백이며, 이제라도 가족에게 건네고 싶은 감사의 인사다. 그때 우리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우리가 견디며 살아온 모든 날의 밑바닥에는, 끝내 우리를 놓지 않았던 사랑과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