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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과 보조개
전혼잎 저
아침달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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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프롤로그: 취미가 독서라고 말할 수 없어서
. 문학 기자라는 이상한 직업
. 한때는 모두 앙팡 테리블
. 문학의 자리
. ‘베스트셀러’라는 미스터리의 유령
. 늙고 음울하며 회색빛의
. 신춘문예라는 몸살
. AI를 활용하면 당선이 취소됩니다
. 책 읽는 할머니가 되려면
. 여성에게 치우친 한국문학
.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법
. 쓸 만한 책을 고르는 법
. 안다무, 문제가 될까요?
. 밈은 문학을 구원할 수 있을까?
. 문학 기자에게 전문성이 있나요?
. 책 기사에 ‘나쁜 말’을 써도 되나요?
. 불편한 문학은 고쳐야 하나요?
. 비평을 요즘 누가 읽는다고
. ‘발췌독’도 독서인가요?
. 한국 작가의 문학상은 왜 기쁠까?
. 문학에서 ‘숫자’ 찾기
. 독서는 비싼 취미일까?
. 번역이라는 불가능한 일
. 문학은 현실을 어디까지 품어야 하는가?
. 에필로그: 책을 덮는 순간의 기쁨과 슬픔
. 부록: 『무표정과 보조개』 속 전혼잎 기자가 만난 작품들

저자 소개 1

2014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23년부터 2025년 3월까지 문화부에서 문학 기자로 일했으며, 해외 연수를 마치고 복귀해 2026년 3월부터 정치부에서 기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가장 보통의 차별』과 공저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중간착취의 지옥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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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06g | 116*190*12mm
ISBN13
9791194324775

책 속으로

알 수 없는 길로 나아가도록 통로 속 어둠에 작은 불빛을 놓는 문학의 언어에 힘입어 오늘도 기자로서의 금기를 깨고 기사에 ‘모른다’라고 쓴다. 이 여백을 읽을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 p.19

예측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의 등장은 독자로서도, 또 기자로서도 기껍다. 이전엔 미처 모르던 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세상의 다른 얼굴을 엿보는 일이다. 잠시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얼굴로 잠행하는 시간. 막상 그 얼굴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의 독서 취향을 가늠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매일 새로운 기사를 써내야 하지만 마땅한 거리가 없어 골머리를 앓는 기자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욕심만 같아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낯선 이름이 문학 베스트셀러에 난입했으면 좋겠다는 작지만 담대한 소망을 품고. 오늘도 메일함을 연다.
--- pp.38-39

결국 이는 기자로서 노벨문학상 예측은커녕 예감조차 처절하게 실패했다는 고백기다. 하지만 그 실패는 문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패배가 아닐까. 성별과 지역, 온라인 베팅 사이트의 배당률이라는 산식으로 문학을 계산하려던 빈약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장 고요한 순간에 찾아온 가장 거대한 파동. 뉴욕의 춥고 어두운 호텔 방에서 노트북 화면 너머로 들려온 그 익숙한 이름은 미리 준비한 기사를 모조리 폐기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내가 왜 문학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지금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진 감각으로 무심코 세상을 재단하려는 순간마다 되새겨본다. 그 당혹스럽고도 잊지 못할 환희를.
--- pp.76-77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는 2024년 12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자신이 오래 품어온 질문을 꺼냈다. 참혹한 폭력과 고통이 도처에 넘치는 세계를 직시하면서도, 그럼에도 존엄과 온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몸부림. 결국 그는 말한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상처를 직시하고 또 보듬으려는 문학적 제스처를 한국문학의 전부라 받아들이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는 몸짓이라 단정하는 일이야말로 이 세계가 보여주는 고유한 얼굴들에 생채기를 낸다.
--- pp.88-89

문학 기자의 전문성이란 어쩌면 정확한 답을 아는 전지전능함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그 전문성은 정답을 선언하는 오만이 아니라, 끝까지 의심하면서도 더 나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기꺼이 백지 위로 자신의 문장을 올리는 힘에서 오는 게 아닐까. 그러니 기사를 지적받는 악몽은 사라지지 않아도 좋다. 그 불안과 부끄러움이야말로 내가 여전히 현장에서 더 나은 질문을 찾고 있다는 가장 선명한 증거일테니까.
--- p.103

책 기사에도 기어이 ‘나쁜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칭찬으로만 가득한 기사는 결국 신뢰를 잃는다. 위기에 처한 사양산업이라고 해서 비판의 칼날을 거두고 무균실에만 두는 일은 문학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방치에 불과하다. 텍스트를 치열하게 뜯어보고 아쉬움을 짚어내는 일이 활자 생태계를 지키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흠결을 날카롭게 꼬집기엔 허락된 지면도 한정되어 있고, 독자의 시선이 머무는 시간도 너무나 짧다. 그 귀한 공간은 누군가에게 쥐여주고 싶은 눈부신 문장들을 소개하는 데 쓰기에도 부족하다. 이 모순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까. 어쩌면 기사에 쓰이는 ‘나쁜 말’은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채찍이 아니라 진짜 ‘좋은 말’을 감각하게 하려는 최소한의 거름망이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 p.108

물론 단어 몇 개를 고친다고 세상의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우리가 도달하려는 세계의 온도를 결정하는 지표다. 그 거울을 조금 더 따뜻한 빛으로 닦아내려는 노력을 검열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원형을 보존하여 과거의 한계를 직시하게 하는 일과 현대의 독자를 위해 텍스트를 다듬는 일은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
--- p.115

도대체 누가 비평을 읽는지. 하나의 문장 뒤에 감춰진 거대한 맥락을 헤아리며 타인의 고통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삶을 단 한 뼘이라도 더 깊게 이해하며 기꺼이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이 비평을 읽는다고 말이다.
--- p.120

같은 언어와 풍경, 정서를 공유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연대감. 그 작품을 직접 읽지 않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작가의 시간에 바치는 경의. 또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음을 세계의 언어로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 세계의 인정을 바라는 애국심과 허영심, 열등감이 섞여 있대도 이는 국뽕이라는 납작한 단어로 가둘 수 없는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애정일 테다.
--- p.132

아름다움에 머무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시대의 비명과 불협화음을 외면하지 않는 소설도 있다. 물론 그 직면의 과정은 현실에 대한 단순한 복제에 그치진 않을 것임을 믿는다.
--- p.156

출판사 리뷰

읽는 마음으로 굴절되는 한국문학의 표정 읽기
문학 기자 전혼잎이 만난 책이라는 현장

한국문학을 가장 발 빠르게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책 안쪽과 너머를 동시에 살피며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국일보 문학 기자로 지내며 보낸 한 시절의 자화상을 다양한 질문으로 그려가는 전혼잎 기자의 산문집 『무표정과 보조개』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문학 기자로서 보낸 현장감 있는 체험기이자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과 나누는 비밀 열쇠, 나아가 지금 독자들의 자화상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중요한 표정이기도 하다. 기자 전혼잎은 이번 책을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가 보여주는 현실, AI를 활용한 텍스트/번역에 관한 물음들, 텍스트 힙 열풍과 밈(meme)으로 소비되는 한국문학의 단면들, 신춘문예로 모여드는 창작의 열망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안온-다정-무해한 한국문학으로 쏠린 시선들 등 평소 우리가 뜨겁게 지나온 화두를 바탕으로 책과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에 대해 생각해봄 직한 질문을 쥐여준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도 열심히 그림책을 보았던 작가는, 마음껏 책 읽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 ‘독서’를 취미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에는 기자가 되어 독서가 일이 되면 예전만큼 책을 좋아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은 부서를 옮겨 다른 영역을 취재하고 있지만 “문학 기자로 일하는 시간만큼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가 문학 기자 생활로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인데 “그 시절 활자 속에서 확인했던 마음들이 이제는 어떤 계절을 지나더라도 나를 혼자 두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어서다. 어쩌면 우리가 한국문학을 열렬히 사랑하며 읽어나가는 과정에는,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함께한다는 감각과 지금 우리가 서로 엇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안도 때문은 아닐까, 작가는 한국문학과 출판계의 화두라고 할 만한 뜨거운 질문들 사이에서 동시대적인 감각을 발견해 나간다.

작가에게 책이란 너무 좋아해서 때론 멀어지고 싶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랑하고 싶다는 각오 그 자체다. 책 전반에는 우리가 한 번쯤 가져봄 직한 마음까지도 솔직하게 그려진다. 우리는 문학 기자의 시선을 빌려 책에게 느끼는 마음 안쪽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된다.

“기자님이 문학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러 같이 지하철을 타고 왔어요.”
나를 혼자 두지 않는 문학에 대해

2200:1로 다뤄야 하는 신춘문예 업무 속에서도 작가는 뜯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로 여러 겹 봉인해둔 원고 봉투에 대해 생각한다. 왜 기사에서 여성 작가만 기사로 다루는지, 아무도 읽지 않을 비평 앤솔러지를 기사로 쓰려고 하는지 때론 그런 질문에 대답이 될 만한 분명하고 좋은 기사를 써야만 했다. 한편으로는 “책 기사에도 기어이 ‘나쁜 말’이 필요하다”라는 소신도 잃지 않는다. 한국문학에 대한 사랑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작가는 기자 생활을 통해 깨달았을지 모른다. 또 그만큼 책이 우리 곁에 다가와 누비게 해준 삶의 모험을 생각하면 어떤 소신은 필연적으로 견뎌야 하는 사랑에 대한 책임이자 그 숭고한 마음을 지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때는 모두 앙팡 테리블」에서는 취업 전 인턴 기자로 일하던 14년 전으로 돌아가 김애란 작가와의 일화를 꺼내온다. 인터뷰이였던 김애란 작가가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기자님이 문학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러 같이 지하철을 타고 왔어요”라고 말해주었다고. 그 배웅은 “기자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게 해주었고, “그와 동시대를 함께한다는 사실에 힘입”을 수 있었다.

회사로 도착하는 수많은 신간과 보도자료 속에서, 50페이지 읽기의 원칙을 세우며 세상에 태어난 이야기를 함부로 놓치지 않으려 했던 기자 전혼잎은 이처럼 문학이 데려다주고, 마중 오고, 배웅하는 그 인사의 우거짐 속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시절 활자 속에서 확인했던 마음들이 이제는 어떤 계절을 지나더라도 나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라고. 이 마음이 보여주는 보조개 하나를 무표정에 그려 넣으면 비로소 문학이 왜 존재하는지, 우리 곁에 한국문학은 나와 어떤 사이인지 이해해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지금 한국문학을 읽어가는 독자들과 책을 더 기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한 연구, 책 안쪽과 바깥에서 오는 유효한 질문 찾기, 울창한 책의 세계를 여전히 누비고 있는 기자의 견문록이다. 이 책에 적힌 문장들은 문학을 더 오래 사랑해보겠다는 각오가 되고, 나아가 한국문학의 다정한 굴절 속에서 함께 지어보게 되는 지금 우리의 표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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